'올해는 뭔가 해야 한다' 지난해 계약 기간을 남기고 일어난 경질 논란 속에 올 시즌을 준비하는 김용희 SK 감독(왼쪽)과 올해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조범현 케이티 감독.(자료사진=SK, 케이티)
2016시즌 패권을 위해 한창 진행 중인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스프링캠프.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전지훈련이라 저마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누구보다 매서운 눈빛으로 스프링캠프 현장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수장, 바로 감독들이다.
특히 2016년이 중요한 감독들이 있다. 올해 결과에 거취가 걸린 사령탑들이다. 장수냐, 단명이냐를 결정짓기에 2016년은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올해가 계약 기간 마지막 해 '사활은 건다'
당장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인 감독들이 급하다. 재계약 여부가 2016년 성적에 달려 있다. 10개 구단 사령탑 중 절반 가까운 4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류중일 삼성, 김경문 NC, 김용희 SK, 조범현 케이티 감독이다.
가장 시급한 사령탑은 김용희 감독이다. 이만수 감독의 뒤를 이은 김 감독은 부임 첫 시즌인 지난해를 위태롭게 보냈다. 2년 계약을 했지만 첫 시즌 뒤부터 경질 논란에 시달렸다.
삼성을 위협할 상대로 꼽혔지만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나마 5위로 턱걸이했으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지면서 짧게 가을야구를 끝냈다. 올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 본인이 주장했던 '시스템 야구'를 뿌리내리기 전에 물러나야 한다. 더군다나 박경완 코치 등 차기 대권 주자도 SK는 적지 않다. 불명예 양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감독도 올해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2013년 신생팀을 맡은 조 감독은 지난해 1군 첫 시즌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보냈다. 초반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지만 트레이드와 외인 교체 등으로 후반기 가능성을 확인했다. 유한준, 이진영 등을 영입해 가을야구에 도전한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날까' 류중일 삼성(왼쪽), 김경문 NC 감독.(자료사진=삼성, NC)
류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상대적으로 구단의 신망이 깊다. 류 감독은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거뒀다. 김 감독도 신생팀을 빠른 기간에 강팀으로 변모시킨 공로가 있다.
그러나 감독 인선은 한치를 알 수 없는 게 야구판이다. 올해 삼성은 임창용 등 전력 누수로 예년 같지 않아 어느 때보다 류 감독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삼성 주포 박석민을 데려온 NC는 올해만큼은 우승 가능성이 높아 김 감독의 부담도 그만큼 크다.
▲'계약 기간 남아도' 안심은 결코 없다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앞선 4명 사령탑 못지 않은 부담이 있는 감독들도 있다. 구단과 팬들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위기 상황이 조성될 가능성이 적잖기 때문이다.
특히 김성근 한화 감독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계약 기간은 내년까지지만 올해 사실상 승부를 걸어야 한다. 최소한 가을야구 이상의 성적이 나야 할 한화다.
한화는 최근 몇 년 동안 대대적으로 선수들을 데려왔다. 2013시즌 뒤 정근우, 이용규를 137억 원에, 이듬해는 배영수, 권혁, 송은범을 87억5000만 원에, 지난해는 정우람, 심수창을 97억 원에 모셔왔다.
김성근 한화(왼쪽부터), 양상문 LG, 김기태 KIA 감독.(자료사진=각 구단)
여기에 에스밀 로저스에 190만 달러, 윌린 로사리오에 130만 달러 등 메이저리거들 영입에 30억 가까이를 썼다. 지난해 아쉽게 무산된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어 우승을 노리는 한화다. "지난해 너무 조급했다"고 했던 김 감독은 올해는 보다 차분하게 시즌을 치를 것이지만 집중력은 더 배가될 전망이다.
양상문 LG, 김기태 KIA 감독도 지난해보다는 나아진 성적이 요구된다. LG는 지난해 베테랑들의 부상, 부진으로 이른바 '강제' 세대 교체가 진행됐는데 올해는 시행착오를 넘어서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 나름 세대 교체의 성과를 낸 KIA는 올해 외인들을 야심차게 영입해 반전을 노린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강정호(피츠버그)에 이어 박병호(미네소타), 앤디 밴 헤켄(세이부) 등 주축들의 이탈과 고척돔 이전 등으로 새 팀 컬러를 찾아야 할 과제가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미 부임 첫 시즌은 지난해 우승을 이뤘고, 조원우 롯데 감독은 올해가 첫 시즌이다.
지난해 10개 구단 중 사령탑 교체는 이종운 감독을 1년 만에 경질한 롯데뿐이었다. 과연 올해는 어떤 구단이 움직일지, 또 어떤 감독들이 살아남을지 2016시즌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