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매장에서 멤버십 할인과 적립을 위해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인 '시럽월렛' 앱을 연 직장인 박정호 씨. 업데이트를 하라는 말에 '확인'을 눌렀다, 이내 나오는 공지에 헛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위치정보제공에 동의해야만 앱을 쓸 수 있고 '동의하지 않으면' 앱이 종료된다는 것이다.
SK플래닛 '시럽' (사진=SK블로그 갈무리)
"위치기반 서비스를 하겠다는 뜻은 알겠지만, 내 위치정보를 주면서까지 그런 서비스를 받고 싶지 않다"는 강 씨는 "기존에 잘 쓰던 서비스만 이용하고픈 나같은 사람도 있을 텐데 이런 식으로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앱을 삭제했다.
SK플래닛의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인 '시럽 월렛(Syrub Wallet)'이 기존 가입자들의 앱 업데이트 시, 위치정보제공에 동의해야만 앱을 쓸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꾸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전에는 멤버십 카드 할인과 적립, 쿠폰 제공 등 단순 서비스 이용시에는 위치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고도 쓸 수 있었는데, 소비자 선택권을 없앤 것이다. SK플래닛 측은 "고객에게 위치정보를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와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럽월렛은 지갑을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블루투스, GPS 등을 바탕으로 고객의 주변 매장 등을 파악, 멤버십 카드 할인과 적립, 해당 매장에서의 쿠폰 등 각종 이벤트 정보에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위치기반서비스다. 시럽월렛 가입자 수는 현재 1500만명에 달한다.
SK플래닛은 지난 7월 '2미터 이내 정확한 실내 측위가 가능한 실내위치정보기술 인도어아틀라스(IndoorAtlas)에 약 3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시럽'을 중심으로 위치정보 기술을 품고 위치인식 모바일 검색, 위치기반 광고 등 다양한 O2O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다.
(사진=앱스토어 화면 캡쳐)
시럽월렛의 이번 업데이트도 이와 발을 같이 한다. 이용자의 동선이나 위치, 원하는 정보 등을 파악해 더욱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위치정보를 제공하고 싶지 않은' 가입자들의 불만은 솟구치고 있다. 이들은 앱을 삭제하거나 비슷한 타사 앱으로 갈아타는 추세다. 대학원생 박모(28) 씨는 "내가 가진 카드의 할인 정보나 적립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계속 쓰려면 위치정보제공에 동의하라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고 강제적"이라면서 "주변 쿠폰 혜택, 매장 정보는 필요도 없는데 선택권도 주지 않는 게 너무 아쉽다"며 지우기 버튼을 눌렀다.
◇ 앱 업데이트 하라더니, 위치정보 동의 안하면 '앱 종료' 베짱 마케팅 '논란'
이같은 고객 불만에 대한 시럽월렛 운영담당자 답변은 가입자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다.
앱스토어 시럽 다운로드 페이지에 불만글이 올라오자 시럽월렛 측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치정보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본 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위치 기반 서비스 이용약관 동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똑같은 해명 글을 복사, 갖다 붙이기로 일관했다.
게다가 "동의하지 않으면 앱을 종료한다"는 '배짱 마케팅'에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위치정보 동의 없이도 잘 써왔던 서비스들이 있는데, "방통위 법률에 따라 동의하지 않으면 앱을 사용이 불가하다"면서 자신들이 필요한 정보 수집의 근본 원인을 법률 탓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럽월렛 후기 게시판에는 "국정원인가, 내 위치 보고받게, 동의 안하면 앱 종료한다는 업데이트는 어이없다", "위치정보제공 필수 이 방침 바뀌면 어디 대대적으로 공지 좀 해달라. 그 때 재사용하겠다", "위치정보기반 매장혜택이니 원하는 사람한테만 하면 될 것이지 대체 어플도 많은데 무슨 베짱인지 모르겠다"면서 면서 "앱을 더이상 쓰지 않겠다, 삭제하겠다"는 글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SK플래닛 측은 "지금까지 서비스가 필요한 카드 혜택 등을 고객이 직접 찾아 썼다면 이제는 고객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카드와 각종 정보를 직접 노출시켜주려는 것이 시럽 월렛의 핵심 가치"라면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고객의 정보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