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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없어도' OK저축은행에는 곽명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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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내 토스 어땠어?" 이민규의 부상으로 긴급 투입돼 OK저축은행을 구한 세터 곽명우(왼쪽)와 시몬. (사진=KOVO 제공)

 

"송명근도 잘 했지만, 곽명우가 살린 거죠."

26일 열린 V-리그 OK저축은행-삼성화재전. 1세트 2-7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OK저축은행 주전 세터 이민규가 어깨 부상으로 빠졌다. 팀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 하지만 곽명우의 신들린 토스가 OK저축은행을 구했다. 세트스코어 3-0 완승. 2위 현대캐피탈과 격차도 승점 6점으로 벌렸다.

김세진 감독은 경기 후 "민규가 다치면서 확 집중력이 올라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실 초반 흐름 그대로 민규가 계속 당황했다면 빼주려고 했다. 주저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쳐서 교체했지만, 명우가 오늘 유독 빠르게 잘했다. 명근이도 잘 했지만, 명우가 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곽명우에게 공을 돌렸다.

곽명우는 이민규보다 1년 선배다. 성균관대 시절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1년 후배인 경기대 이민규와 자웅을 겨뤘지만, 프로 입단 후 이민규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이날은 곽명우의 토스가 OK저축은행의 승리를 이끌었다. 곽명우는 3세트에서 75개의 토스를 올려 55개를 정확히 공격수에게 배달했다. 약점이었던 속공도 과감히 구사하면서 삼성화재 블로킹을 유린했다.

곽명우는 "플레이를 보면 리시브가 조금 안 되면 거의 시몬이나 사이드 공격수로 가서 상대 블로킹이 따라가기 쉬웠다. 그래서 속공을 1~2개씩 썼는데 거기서 잘 풀린 것 같다"면서 "감독님이 자신있게 속공을 길게 쏴주고, 속공 분배를 많이 하라고 했다. 많이 생각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하라고 했다. 연습했던 것을 생각하면서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특히 3세트에서는 막판에는 시몬에게 대부분 토스를 올렸다.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공격이었지만, 토스가 워낙 좋았다. 세터 이민규와는 또 다른 세터 곽명우의 배구 스타일이다.

곽명우는 "내가 생각하는 배구는 20점 이후나 듀스 상황에서 에이스한테 간다고 마음 먹었다"면서 "리시브가 잘 되면 무조건 시몬에게 가니까 송희채, 정성현에게도 커버를 들어가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민규는 곽명우에게 좋은 경쟁자이자, 조력자다.

곽명우는 "민규와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민규는 타점 높은 데서 빨리 나가는 게 장점"이라면서 "민규는 나에게 구질(정확도)을 많이 배우고, 나는 민규에게 스피드를 배우려고 한다. 연습할 때도 가끔 와서 '형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도 해줘서 서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규의 어깨는 훈련 때 이미 다쳤던 부위다. 김세진 감독이 "엄살이 많은 선수라 엄살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추후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곽명우에게는 선발로 나설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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