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테니스 승부 조작 파문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드러낸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자료사진)
톱랭커의 승부 조작 제의 경험 고백으로 발칵 뒤집힌 세계 테니스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간판 스타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이기에 충격이 더 컸다.
조코비치는 18일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과 인터뷰에서 지난 200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대회에서 20만 달러(약 2억4000만 원)를 받는 조건으로 1라운드에서 져달라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다만 조코비치는 당시 주변인을 통해 받은 제의를 곧바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조코비치는 해당 대회에 출전하지도 않았다.
조코비치의 고백은 최근 불거진 테니스계 승부 조작 가능성과 관련한 내용이다. 영국 BBC는 18일 "윔블던 등 메이저 대회에 승부조작이 만연하다는 증거를 담은 비밀 문건을 입수했다"고 전했다. 도박에 직접 연루된 정황이 나오지는 않아 실명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세계 상위 50위 중 16명이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조코비치가 승부 조작 제의를 받은 것은 아직 세계적인 선수로 자리매김하기 전의 일이다. 조코비치는 2007년 당시 떠오르는 유망주였다. 여기에 그의 모국인 세르비아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테니스는 부와 명예를 이루기 위한 지름길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런 여건을 노리고 조코비치에게 검은 손이 접근한 것으로 해석된다.
승부 조작 파문에 대해 톱스타들은 입을 모아 분노를 드러냈다. 메이저대회 17회 우승에 빛나는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호주오픈이 열리고 있는 현지 인터뷰를 통해 "나는 승부 조작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만약 그러한 행위를 한 사람이 있다면 어떤 동정도 할 수 없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ATP 투어 선수위원장도 맡고 있는 페더러는 "(연루) 선수의 이름을 알고 싶다"면서 "문제가 된 것이 선수인지 지원팀인지 또 언제의 일인지 단식인지 복식인지 어떤 메이저대회였는지 알아야 한다"고 궁금증을 드러냈다. 이어 "정말로 진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성실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페더러는 조코비치가 승부 조작 제의를 받은 2007년 이미 대스타였다. 최고 권위의 윔블던을 5년 연속 제패하는 등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다. 승부 조작 제의가 갈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존재였다.
파문에 대해 여자 최강 세레나 윌리엄스(미국)도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윌리엄스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 승부 조작 가능성은 없다"면서 "역사에 남는 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