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아들 A군 사체훼손 사건으로 폭행치사, 사체손괴·유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친아버지 B(34)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17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경찰서에서 인천지법 부천지원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경찰이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30대 남성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아들 A군(2012년 당시 7세)의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17일 구속된 B(34)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폭행치사, 사체 훼손·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등 크게 3가지다.
경찰은 B씨가 잔혹하게 아들 시신을 훼손한 점에 주목, 살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벌였지만 살인 혐의를 입증할 증거나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B씨 역시 아들을 학대하긴 했어도 살해하진 않았다고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다.
그는 2012년 10월께 씻기 싫어하던 아들을 욕실로 끌어당기는 과정에서 아들이 넘어져 다쳤다고 진술했다. 병원 진료 등 별다른 조치 없이 집에 방치했는데 아들이 한달여 만에 숨졌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경찰은 B씨가 직접적으로 아들을 살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법리검토에 착수했다.
경찰은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경찰관 2명으로 법률지원팀을 구성, 부상당한 아들을 장기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B씨에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중이다.
역대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 살인죄를 적용한 사례가 종종 있다.
2013년 10월 발생한 이른바 '울산 계모' 사건 땐 의붓딸(8)을 주먹과 발로 때리고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려 숨지게 한 박모(42)씨에게 아동학대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살인죄가 적용됐다.
1심은 박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박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박씨의 상고 포기로 이 형은 2014년 10월 확정됐다.
그러나 폭행당한 지 이틀이 지난 뒤 어린이가 숨진 '칠곡 계모' 사건 땐 피의자에게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았다.
임모(35)씨는 2013년 8월 의붓딸(8)의 배를 10차례 밟고 얼마 뒤 주먹으로 배를 15차례가량 때렸고 딸은 폭행당한 지 이틀 뒤 숨졌다.
시민단체는 살인죄 적용을 촉구했지만 검찰은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당시 "폭행당한 뒤 장간막 파열에 따른 복막염이 생겼고, 복막염이 악화해 소장에 구멍이 생겨 이틀 뒤에 숨진 만큼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적정했다"고 밝혔다.
임씨에게는 작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판결 당일 성명에서 "상해치사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한 것은 피고인의 범행에 비해 너무 낮은 형량"이라며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를 적용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살인죄 적용이 재판부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게임을 하러 외출하는데 방해된다며 생후 26개월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정모(23)씨의 경우가 그렇다.
정씨는 2014년 3월 경북 구미 집에서 아들의 명치 등 중요 부위를 3차례 손으로 치고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했다. 그는 집 베란다에 시신을 방치하다가 한 달 뒤 쓰레기 종량봉투에 시신을 담아 1.5㎞ 떨어진 빌라 담벼락에 버렸다.
1심에서는 정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전기와 난방이 끊긴 상태에서 아동이 돌연사했을 가능성 등이 있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