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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협력하면서 만들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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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기획③] 강민혁 오픈크리에이터즈 대표

최근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창업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편이다. 청년 창업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새해를 맞아 청년 창업에 성공한 벤처기업 대표들의 창업 스토리를 기획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김찬호 ㈜SNS에너지 대표
② 김미균 시지온 공동대표
③ 강준혁 오픈크리에이터즈 대표


강민혁 오픈크리에이터즈 대표

 

NOCUTBIZ
“어렸을 때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우리처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개방된 공간에서 함께 협력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꿈꾼다. 그래서 회사를 세울 때 상호도 그런 꿈과 가치를 담아서 좀 길고 발음하기도 힘들지만 ‘오픈크리에이터즈’(Open creators, 개방형 창조자)로 지었다.”

요즘 잘 나가는 보급형 3D프린터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인 오픈크리에이터즈의 강민혁대표(28)의 말이다.

오픈크리에이터즈가 설립된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3D프린터가 아직 낯설었던 지난 2012년 5월.

당시 강민혁대표는 공대 2학년(S대 나노신소재공학과 08학번)을 마치고 휴학중인 24살이었다.

◇"인터넷에 공개된 소스 자료만을 보고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만들었다"

강대표가 처음부터 3D프린터로 사업할 생각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친구와 같이 3D프린터를 한번 만들어 봤을 뿐이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다. 2011년 군대에서 전역하고 고등학교 친구(최종언 현 오픈크리에이터즈 CTO 최고기술책임자/H대 기계공학과 08학번)집에 놀러갔는데, 그 친구가 3D 프린터에 관심이 있어서 2, 3년에 걸쳐 자료와 부품을 다 구해놓고 있었다. 그 친구는 성향이 준비하는 것을 좋아해서 긴 기간 동안 준비만 하고 제품을 만들지는 않았다. 나는 당장 실행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 다음날부터 바로 그 친구 집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는 보급형 3D프린터가 아직 나오지 않을 때였다. 우리가 보고 따라서 만들 실물이 없었다. 인터넷에 공개된 소스 자료만을 보고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만들었다. 그때 만든 것이 과천과학관에 전시돼 있다. 이 3D프린터는 전자부분에 문제가 있어 동작은 안됐지만 지금 보급된 제품의 조상과 같은 것이다. 당시 잘 팔리면 대박 나겠다는 정도로 생각은 했지만 사업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다음 학기에 복학했다.”

◇ "온라인에 자랑했더니 키덜트 등 많은 사람 열광"

3D프린터 제작이 사업으로 연결된 계기는 한 독지가의 제안이었다.

“친구(최종언)가 우리가 만든 3D프린터에 대한 자료를 블로그에 잘 정리해서 올렸는데 여름방학 1주일 전쯤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본 어느 사업가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3D프린터에 관심이 있는데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제작비로 백만원을 주고 완성하면 30만원을 더 주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공부하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런 제안은 받아본 적이 한번도 없어서 해보고 싶었다. 여름방학 3개월 동안 우리 집에서 친구와 함께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면서 만들어 완제품이 나왔다. 그렇지만 출력은 됐는데 질은 낮았다. 고장도 심했다. 그 분은 괜찮다고 했다.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는데 비슷한 사람을 온라인에서 만나 도와주고 싶었다’며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었다.

많은 사람의 관심도 힘을 더해줬다.

“우리가 만든 3D프린터가 작동한 것을 온라인에 자랑했는데 그걸 본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서로 앞다퉈 자신도 제품을 사고 싶다고 했다.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를 통해 부품값(75만원)을 입금하면 재설계해서 두달 뒤 워크샵을 통해 부품을 제공하고 함께 조립하겠다고 공지했더니 곧장 14팀이 모였다.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을 좋아했던 키덜트들, 과학교사, 3D 프린터에 관심 있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3D프린터를 함께 조립해 제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제품에 문제가 많았고 안정성도 떨어졌지만 다들 개의치 않았다. 훌륭한 제품을 바라고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함께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그것을 제공한 우리에게 호의적이었다. 그 뒤로도 워크샵은 계속됐다.”

오픈크리에이터즈 공동창업자인 강민혁 대표와 최종언 CTO가 제품개발을 협의하고 있다.(사진= 오픈크리에이터즈 제공)

 

◇"직원 뽑으면서 돈 안벌리면 그만이라는 생각 없어졌다"

2012년 5월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면서 사업을 시작한 것은 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세금계산서를 끊어줄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3D프린터를 함께 만든 강대표와 친구 최종언 현 CTO가 공동대표였고 두 사람이 커뮤니티 관리와 마케팅, 생산개발 등 모든 일을 다 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그해 11월 법인으로 전환한 것은 정부로부터 예비창업자 육성사업으로 5천만원을 지원받았는데 그 사업의 성과물로 법인 창업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직원도 새로 뽑았다.

“업무가 너무 많아져서 조립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또 청년 창업하는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창업과정에서는 서류 작성할 일이 아주 많다. 정부 지원을 따내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따낸 뒤에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서도 작성할 서류가 많다. 그래서 직원을 뽑을 수 밖에 없었다. 직원을 두고 월급을 줘야 했기 때문에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그 전에는 남들과 기술을 공유하면서 함께 만들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고 돈 벌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돈이 안 벌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책임감도 생겼다. 다행히 그 뒤 1년도 안돼 한 해에 4억원 정도 매출이 났고 2014년에는 1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직원은 대부분 일하고 싶다고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다.

“경리직원을 빼놓고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공개 모집해서 들어온 사람은 없다. 모두 본인이 회사를 찾아와서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해서 채용했다. 그렇다고 3D프린터에 꽂힌 사람들은 아니다. 무언가 만들고 싶은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모두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한다. 재벌 대기업에 가면 한 개 부품처럼 일해고 우리 회사에서처럼 개발할 기회가 없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직원들은 제품 개발에도 참여한다.

2015년 5월에 출시된 이 회사의 주력제품인 마네킹을 키트로 전환한 것도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제품을 개발할 때 큰 틀은 내가 잡고 직원들에게 소비자 입장에서 어떠냐고 물어본다. 그 과정에서 생각이 달라 싸우기도 한다. 최종 결론은 내가 내리지만 처음 구상과 많이 달라지기도 한다. 내가 맞다고 생각해도 모두가 아니라면 아닌거다. 마네킹도 재작년 말 처음 구상했을 때는 완제품으로 구상했다. 그러나 초안을 만들어놓고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보니까 종이케이스 완제품에 80만원 가격은 이상하다고 해서 키트(kit, 조립용품 세트)로 전환했다. 키트로 간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오픈크리에이터즈가 지난해 5월 출시한 키트형 3D프린터 '마네킹'

 

키트형 3D프린터인 마네킹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다른 제품과 차별성이 있기 때문이다.

“3D프린터에서 가장 많이 고장나는 것이 노즐인데 마네킹은 고장률이 현저하게 낮다. 또 자석을 써서 베드의 수평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오토레벨링 기능을 향상시켰고 출력사이즈를 이전보다 1.5배 정도 늘렸다. 그런데도 가격은 반 이하로 낮췄다. 이것만 가지고도 다른 제품들과 차별성이 있다고 본다. 마네킹은 조립을 해야 하는 키트지만 다른 완제품에 비해 품질이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는 30개 가까운 3D프린터 제조업체가 경쟁하고 있는데 판매량이나 인지도면에서는 오픈크리에이터즈가 상위권에 속해 있다”

회사가 마냥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제일 힘들었을 때는 지난해(2015년) 초에 회사상황이 안 좋아져서 직원들을 자를 때였다. 아몬드라는 제품이 2014년 초 출시돼서 잘 팔리다가 지난해 초부터 매출이 뚝 떨어졌다. 신제품이 출시돼야 했는데 나오지 못했다. 신제품인 마네킹이 출시될 때까지 반년 정도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직원이 15명이었는데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4명 정도 자를 수 밖에 없었다. 회사를 다시 살리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신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다행히 마네킹이 잘 나와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설계도까지 오픈했더니 카피해서 국내 최초, 세계최초라고 주장"

우리나라 기업풍토에 대해서는 실망하는 편이다.

“보급형 3D프린터의 역사는 오픈소스(open source,무료로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발전해 왔다. 회사이름을 오픈크리에이터즈로 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부터 커뮤니티에 제품의 설계도까지 모두 오픈했다. 우리 설계도를 공개하면 집단지성을 통해 더 나은 것이 나오는 쪽으로 발전해 갈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카피캣(copycat, 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제품) 밖에 없었다. 오픈소스니까 카피해도 된다. 하지만 카피해 만들면서 자신들이 국내 최초, 세계 최초라고 주장한다. 마치 식당 한 군데서 원조가 생기면 다른 원조들이 잇따라 생기는 것과 같다. 너무 어이 없어서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개방적인 마인드에서 서로 협업하면서 새로운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가는 외국과는 너무 달라 상처를 많이 입었다. 이런 풍토 속에서는 서로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오픈한 회사는 회사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요즘에는 오픈은 하는데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처음 시작했던 것과는 오픈의 개념이 달라졌다.”

하지만 창업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창업을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동안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다.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맨 땅에 헤딩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안 힘들면 이상한 거다. 당연히 힘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나이에 누가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 결혼한 것도 아니고 처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젊으니까 망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사업이 망해서 몇 억에서 몇 십억씩 빚진 사람도 살아가는데 젊은 내가 못할 게 뭐가 있나 그렇게 생각한다. 내 또래의 친구들이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스펙을 쌓고 있을 때 나는 창업했다. 회사를 설립해 기획해서 판매하고 투자유치활동도 해보고 직원도 잘라보고 많은 경험을 했다. 지금은 뭘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창업하면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창업 열풍에 대해서는 우려가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창업환경이 너무 좋아졌다. 공간과 장비, 교육 등 인프라가 너무 잘돼 있다. 벤처 캐피탈이나 엔젤 펀딩도 쉽다. 여기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성과위주로 나가서 준비 안된 사람에게 창업하라고 밀어부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실패도 많다. 성과를 내기 위해 무조건 창업하라고만 부추길 것이 아니라 창업을 하지 말라고 하는 쪽도 있어야 한다. 대출 프로그램이 많은데 나중에 대신 갚아주는 곳은 없다. 진입장벽을 낮춰서 들어오게 해놓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사업이 실패하면 모든 책임은 창업자가 진다. 연대보증을 폐지한다고 하는데 폐지조건에 맞는 기업은 거의 없다. 회사가 잘되면 연대보증을 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밋빛으로만 그려줄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을 잘 짚어주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량생산에서 대중생산으로 가는 교두보 역할 하고 싶다"

3D프린터는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다.

다른 공산품을 만들 수 있는 부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3D프린터로 3D프린터를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은 생산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강대표는 3D프린터 제조를 통해 일반 가정, 대중도 생산자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

“3D프린터 시대가 열리면 제품을 생산할 때 한꺼번에 대량으로 찍어낼 필요가 없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대세가 될 것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 대중이 생산의 주체로 나서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본다. 앞으로 그러한 시대변화에 부응한 3D프린팅 생산 시스템을 만들고 싶고 최종적으로는 대중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완성시키는 것이 목표다. 거창하게 말하면 대량생산에서 대중생산으로 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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