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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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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20년 기획]② 스타트업, 벤처기업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 될 수 있나

저성장 국면으로 가고 있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벤처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두 차례에 걸쳐 20년의 역사를 가진 벤처기업의 현주소를 점검해 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집중조명한다.

글 싣는 순서
1. 왜 우리나라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안 생기나
2. 스타트업, 벤처기업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나

서울 광화문 KT빌딩 1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창업을 준비중이거나 막 창업한 스타트업 10개팀이 입주해 있다.
*스타트업(start-up) : 신생 벤처기업으로, 아직 사업모델이 불확실하고 조직의 틀도 갖추지 않은, 갓 창업한 기업을 지칭한다.

◇ 하버드대 출신 천재소녀도 창업 전선에 나서

㈜레터플라이는 이 가운데 한 팀으로, 지난 8월말 법인등기를 마쳤다.

레터플라이는 온라인에서 폰이나 PC를 통해 편지를 작성하고 사진을 업로드하면 오프라인으로 편지를 배송해주는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사업아이템으로 잡고 1차로 군인 여자친구를 대상으로 내년초 서비스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의 창업기획자는 하버드대 출신의 김푸른샘씨(26)로, 5명의 공동대표 중의 한 명이다.

김푸른샘 대표는 지난 2009년 하버드대와 예일대, 옥스퍼드대 등 미국과 영국의 명문대를 동시합격해 화제가 됐던 천재소녀이기도 하다.

하버드대 영문과를 나온 20대 젊은 여성이 안정된 직장을 관두고 어떻게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하게 됐을까.

처음부터 창업하려고 맘을 먹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김대표는 말했다

"지난 2013년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미국계 로펌에 인턴을 거쳐 취직해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 때부터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많은 얘기를 들어 낯설지는 않았다. 대학 3,4학년 때는 미국에서 스타트업 열풍이 불었다. 졸업한 뒤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아마존이나 드롭박스와 같은 중견기업에 취직한 친구가 많았고 스타트업에 도전한 친구들도 있었다. 2013년 졸업한 뒤에도 지난 3, 4년 동안 스타트업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고 관심이 있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겪은 불편함이었다.

"지난해 남자친구가 군대에 갔는데 인터넷 편지와 손편지를 쓰면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 온라인으로 가능하고 배송이 쉽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비슷한 카드서비스가 많은 것을 보고 사업으로 연결시킬 생각을 했다. 경험이 있는 주위 사람으로부터 아이디어가 좋다는 말을 듣고 사업타당성 검토 끝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에 나서게 됐다."

어렵사리 5명으로 팀을 꾸리고 엔젤투자자로부터 1억원의 투자를 받는데 성공해 일단 법인은 설립했지만 레터플라이가 앞으로 갈 길은 멀고 험하다.

현재 계획중인 서비스를 런칭하는 산을 넘어야 하고 그것이 성공해야 벤처캐피탈로부터 2차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김푸른샘 대표는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런칭하고 성공여부가 판명되는 것이 보통 3년 걸린다고 한다. 죽음의 계곡을 지나고 3년 뒤에 살아남을 확률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일단 3년이란 프레임을 갖고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레터플라이와 같은 스타트업, 신생 벤처기업이 많이 나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어찌보면 우리 경제의 미래가 이들 기업이 혁신적인 기업으로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도 할 수 있다.

◇ 전체 수출 부진 속 벤처기업 선방…경제 활로로 부각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NOCUTBIZ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면서 저성장, 고실업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달리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한국무역협회의 통계이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국내 벤처기업의 수출액은 126억 3천 4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국내 기업 전체의 수출액이 3천 968억 6천 8백만달러로 6.6% 줄어든 것과는 크게 대조가 된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로 비록 작지만 극심한 수출부진 속에서도 벤처기업은 선방했다.

우리 경제의 활로 중의 하나가 스타트업, 벤처기업의 육성임을 보여준다.

현 정부들어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스타트업,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나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와 지원에 힘입어 2천년대 초반에 이어 최근 제2의 벤처붐이 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신설법인수 사상 최대, 30세 미만과 60세 이상 창업자 크게 늘어

최근 국내에서는 창업열기가 거세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월까지 새로 설립된 법인은 6만 9,795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가 더 늘었다.

눈에 띠는 대목은 창업자의 연령이 60세 이상이거나 30세미만인 신설법인이 제법 많다는 것이다.

지난 3/4분기 전체 신설법인 2만 3,377개 가운데 창업자가 60대 이상인 기업은 1,994개(8.5%), 30세미만인 기업은 1,284개(5.4%)나 된다.

특기할 것은 증가율이다.

30세미만인 기업은 전 분기보다 26%, 60세이상인 기업은 17%가 늘었다.

그 이면에는 취업난과 조기퇴직 등에 밀려 생계형으로 창업한 경우도 많지만 정부의 창업 드라이브 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 "벤처기업 투자된 돈 남아돌 지경…벤처거품 우려 목소리도"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신설법인 가운데 정부로부터 벤처기업으로 확인을 받아 금융, 세제상의 지원을 받고 있는 벤처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

벤처 포털사이트 벤처인에 따르면, 벤처기업수는 지난 19일 현재 3만 807개로 집계됐다.

지난 2010년 2만개를 넘어선데 이어 올해 1월에는 3만개를 넘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투자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투자는 783개사에 1조 5,312억원이 이뤄졌다.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투자금액기준으로 38%나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2천년대 초처럼 벤처거품이 생겼다가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장정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1, 2년 사이에 벤처업계에 미친 듯이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돈이 많이 들어와 남아돌 지경이다. 특히 IT분야에서는 돈 끌어오는 것이 굉장히 용이해졌다. 창투사가 옛날에는 10억 줄 것을 지금은 20억을 준다. 업계에서는 벤처거품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의 안목과 선택기준이 바뀌었고 기업입장도 달라진 만큼 벤처거품이 문제가 됐던 1999년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 "창업은 전세계적인 메카트렌드…창업은 국가생존에 필수"

제2의 벤처붐까지 일으키고 있는 정부의 창업드라이브 전진기지는 대기업,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라고 할 수 있다.

박용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민들이 접근하기 아주 좋은 창업놀이터다. 맘껏 뛰놀면서 창업을 꿈꾸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여러 교육프로그램과 세미나, 경진대회, 개발자대회 등 창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돌아간다. 스타트업 10개팀이 입주해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창업에 대해 관심이 있고 투자자를 만나고 싶고 새로운 기술 동향을 알고 싶은 사람들도 방문해서 열린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방문 로그인을 한 사람만 하루에 3백명이다. 한달에는 6, 7천명, 이전 드림엔터 시절까지 하면 연간 누적방문객이 7만 5천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정부가 창업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다른 선진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을 정도다.

박용호 센터장은 “현재 전세계 창업생태계가 크게 들썩이고 있다. 영국은 ‘크리에이티브 브리튼’으로 영국을 새롭게 만든다고 하고 있고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스타트업 아메리카’를 앞장서 부르짖고 있다. 중국은 리커창총리가 ‘대중창업 만인혁신(국민 모두가 창업하고 혁신한다)’의 슬로건을 내걸고 1년에 7조원씩 쏟아부어 1년에 3백 50만명의 창업자가 나오고 있다. 창업은 이제 전세계적인 메가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박센터장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창업열기는 아직 약한 편이다. 창업이 아니면 우리나라 경제를 다시 부흥시킬 방법이 없다.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에서는 혁신적인 것이 안나온다. 새로운 일자리도 나올 수 없다. 혁신기업이 나와야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 만들어진다. 창업은 국가생존에 필수다. 그런 만큼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창업드라이브를 거는 것에 대해 진영이나 이념논리에 사로잡혀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창업드라이브는 시대조류에 맞는 올바른 방향이고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레터플라이와 같은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에 의해 도움을 받고 미래를 꿈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푸른샘 ㈜레터플라이 공동대표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없었더라면 창업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창업 멤버 5명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무공간과 회의실을 무상으로 쓰고 창업준비 과정에서 경험이 있는 전문 멘토로부터 필요한 멘토링을 받는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엔젤투자자로부터 1억원의 투자를 받아 최소한의 인건비만 지출하고 있는데 만약 사무실 임대료까지 냈다면 감당하기에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 틀을 바꾸는 혁신적인 기업이 되고 우리 경제를 떠받질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여기에는 벤처생태계와 문화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벤처생태계는 지난 20년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스타트업, 벤처기업이 글로벌 혁신적인 기업으로 자랄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고 보기는 아직 힘들다.

◇ 정부 개입은 벤처생태계 인프라 구축에 국한돼야

벤처생태계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정부가 모든 과정에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 창업드라이브의 전진기지라 할 수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미래창조과학부와 지자체, 대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있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센터구성과 사업방향, 운영전략에 대해 그림을 그리면서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정부 관료조직은 조직의 특성상 혁신이나 창의성을 발휘하기는 힘든 만큼 개입은 창업초기와 벤처생태계 인프라 구축에 국한시키고 민간에게 주도권을 넘길 필요가 있다.

이것은 정부 주도의 창조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진영을 창업 드라이브에 적극 동참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정부, 씨 뿌리는 앞 단에 집중 투자…뒷 단 투자는 민간에 맡겨야"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민간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것은 벤처캐피탈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요청된다.

남창우 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벤처캐피탈시장은 정부 정책자금에 의해서 주도가 돼 효율성 측면에서 미진하다. 벤처캐피탈이 정책펀드와 묶여 있으면 정부의 간섭이 심할 수 밖에 없고 해외에서도 규제 때문에 투자하는데 꺼릴 수 밖에 없다. 벤처캐피탈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민간자본이 주도해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 정책펀드는 벤처캐피탈시장의 부족한 부분을 보조하는 선에 머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책자금 지원과 투자도 성격을 분명히 하고 초기로 국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병헌 광운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벤처지원정책을 편다고 하면서 제대로 한 게 없는 이유는 ‘리스크 테이크’(위험 부담)를 안했기 때문이다. 리스크 테이크를 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정부가 조성한 모태펀드를 투자해 놓고 일정 수익성을 내려고 조바심을 낸다. 정부 투자는 씨뿌리는 앞 단에만 집중적으로 하는 것으로 투자정책을 전환하고 수익은 바라지 말아야 한다. 수확은 투자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살아남아서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뒷 단에 대한 투자는 민간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연금 등 민간에 자금이 넘쳐나기 때문에 정부가 빠지면 민간에서 들어오게 돼있다"고 말했다.

벤처생태계에서 중간에 투자금이 회수가 안되는 문제는 난제 중의 하나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회수문제는 해결하기 제일 힘들다. 벤처생태계가 잘 돌아가려면 회수시장이 잘 작동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꽉 막혀 있다. 두 가지 회수 방법 중 상장은 주식시장이 뜨거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M&A(기업 인수합병)는 대기업이 청년기업을 사줘야 하는데 재벌대기업에게는 근본이 다른 만큼 기대할 수 없고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은 가능할 것이다.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선도벤처기업이 후발 벤처기업을 사주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네이버나 카카오가 더 커야 된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 "재벌 지배구조문제 해결돼야 벤처기업 활로 열려"

기업문화의 변화도 필요하다.

대기업이 성장하는 벤처기업을 크게 자라지 못하도록 싹을 미리 꺾어야 할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을 바라본다면 오히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잘 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벤처기업에서 좋은 기술 나오면 대기업이 사람을 스카우트하거나 기술을 빼가버리는 것은 길게 보면 대기업에게 결코 유익하지 않다. 좋은 기술이 나오면 정상적인 가격을 주고 사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제대로 커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재벌기업의 독과점 횡포도 시정돼야 한다.

이병헌 교수는 “재벌그룹 계열사의 내부거래나 위장계열사를 방치하면 벤처기업이 제대로 수익을 못낸다. 이 문제는 재벌기업의 지배구조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밖에 없지만 지배구조문제 해결을 강하게 압박해야 벤처기업에게 시장이 열린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 벤처기업의 활로가 열린다”고 강조했다.

◇ "국민들의 도전의식과 건강한 기업가 정신 시급"

벤처 생태계와 문화 못지 않게, 아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키워나가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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