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 이미지 제공)
중국의 대북 지렛대 역할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북한의 기습적인 4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졌음에도 중국은 이번에도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에는 미온적이다.
심지어 미국과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우리나라와도 입장이 갈리는 등 벌써부터 국제공조에 틈새가 벌어졌다.
균열의 원점은 중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을 실패로 규정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지난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이다.
이에 중국은 발끈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핵문제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중국이 매듭을 만든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개발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소극적인 미국과 한국의 책임도 있다는 게 중국의 양비론적 인식이다.
그는 또 "중국이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핵심도 아니다"라며 지렛대 역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왕 외교부장도 화 대변인을 통한 입장표명에서 북한의 비핵화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다른 나라들의 냉정한 행동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8일 오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는 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핵문제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이 세 가지는 상호 연결돼 있고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측은 북한 핵실험을 반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천명하고,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유지하며, 현재의 복잡한 정세에 대응하고, 핵문제의 협상 궤도로의 복귀를 추진해야 된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 6일 북한 핵실험 당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에 당사자들의 냉정한 대응을 뜻하는 '각방냉정'이란 표현을 빼면서 이번엔 뭔가 달라질 것이란 예상을 낳았다.
왕 부장이 당일 저녁 주중 북한대사 면전에서 북한 핵실험을 비판한 사실이 알려진 것 등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기존 입장에서 아직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은 완충지대로서의 북한의 전략적 자산 가치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음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한미일 3국이 '중국 역할론'이란 명분하에 중국을 압박하는 것에 대한 반작용 측면도 있다. 중국으로선 본능적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간의 전략적 경쟁구도가 강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을 포용해야 한다는 중국의 기본적 이해관계는 아직 변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만약 이번 핵실험으로 미중간 경쟁에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한미일 지역안보협력체제나 사드(THAAD) 배치 등 한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 가입으로 이어진다면 북한을 계속 껴안는 게 이익인지 중국으로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