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도록 역사 국정교과서의 집필진과 편찬기준 모두 베일에 가려지면서 '일본군 위안부' 서술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정부가 민감한 사안들이 많은 근현대사를 현재의 50%에서 40%로 축소하기로 확정한 만큼,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교과서 서술 자체가 줄어들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주요학습요소'로 제시됐기 때문에 비중이 크게 줄어들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설령 비중이 그대로 유지된다 해도, 어떤 방식으로 기술될 것이냐가 더 큰 문제다.
양국 정부가 합의한 대로라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자 불가역적, 다시 말해 '이미 다 정리되고 논란이 끝난 사안'으로 교과서에 기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일본 정부가 '국정' 교과서인 점을 빌미로 앞으로의 위안부 관련 교과서 서술들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문제를 제기하고 나올 수도 있다.
당사자 할머니들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반발과 우려에도 그 분량이나 역사적 의미가 크게 축소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국정교과서 편찬 과정이 매우 비밀스럽게,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도 이런 걱정을 한층 키운다.
해가 바뀌도록 집필진 46명과 심의진 16명 모두 철저하게 '복면 집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지난해 11월 내놓겠다던 교과서 편찬기준 역시 세 번의 연기 끝에 공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정화 총대를 멨던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편찬기준까지는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단 이달 안에는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임 이준식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7일로 예정돼있다.
편찬기준이 이달초 발표된다 해도 촉박한 일정을 감안하면, 교학사 교과서의 '쌍둥이'가 나올 거란 관측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가 '유일하게 편향되지 않았다'고 지목한 이 교과서는 "현지 위안부와 달리 한국인 위안부는 전선의 변경으로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술했다가, 지난 2013년 수정 권고를 받은 바 있다.
동원의 강제성에 대한 언급이 일체 없는, 이번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얼핏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반면 아베 집권 이후 역사 교육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엔 앞으로의 교과서 서술에서도 이번 합의를 자국에 한껏 유리한 측면에서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근현대사를 축소하려는 우리 정부와는 달리, 일본은 지난해 8월 근현대사 중심의 '역사통합' 과목을 신설해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모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