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도 짐싸는 세상…취업해도 이직·전직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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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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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절벽 후 고용불안, 희망 찾는 청춘들 ①]

올해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구조조정의 칼날은 느닷없이 청춘들에게도 겨눠지고 있다. 이들조차 절감해야 하는 인건비 대상으로 추락한 것. 가까스레 취업절벽을 통과해 다시 고용불안의 살얼음에 놓인 청춘들의 현실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주]

(사진=자료사진)

 

"요즘 친구들 만나면 이직이나 전직 고민이 대화 주제예요."

A기업 입사 3년차 유모(29)씨의 말이다. 서울의 명문대를 다닌 그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성공해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1년 전부터 남몰래 주경야독 생활을 시작했다.

낮에는 회사 업무에 열중하고, 퇴근 후에는 집 앞 독서실로 직행해 세무사자격증 시험 공부중이다. 주말은 세무사학원 수업을 듣느라 개인 휴식 시간이 거의 없어 피로도는 극에 달한다.

유씨는 "회사에서 성장하기보다는 소모되는 기분이 많이 든다"면서 "앞날을 생각하면 너무 막막해 힘들지만 공부를 포기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더욱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건, 현 직장에 그의 청춘을 마음놓고 맡길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경기 위축에 따른 구조조정의 칼날은 이제 세대를 가리지 않아서 A기업 역시 지난해 30~40대 대리나 과장급 직원 10명 가량이 권고사직된 것.

유씨는 "일반 사무직의 경우 길어야 10년에서 15년 일한다 생각하면 대기업을 선택한 것에 회의마저 든다"고 말했다.

◇명퇴 공화국…·1년차도 짐싸는 세상

취업문을 뚫고도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유씨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대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마저 입사 1년차 20대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논란 끝에 방침은 철회됐지만 언제 다시 '백수'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청춘들의 위기감은 가시지 않는다.

B기업에 다니는 남모(28)씨는 "중소기업에 입사한 친구들 중에 회사가 부도직전이라 퇴직한 경우는 있었지만 대기업이 뽑은 지 얼마 안된 사원을 내보낸다니 충격적이었다"면서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총 21만 1659명으로, 연령별로는 30대가 5만 1372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3만 524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잃어 실업급여를 신청한 자 10명 중 4명 이상이 20~30대였다.

◇직장 생활의 공허함…이직으로도 못 채워

사람을 비용으로 여기는 문화에 실망해 직장을 옮기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희망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29살이던 6년 전 국내 대기업 B사를 퇴사한 김모(35)씨가 대표적 사례.

글로벌 물류 전문가를 꿈꿨지만 업무 대부분은 선배들의 서류 작업 뒤처리가 대부분이었고, 이내 부조리한 관료주의에 실망했다.

"새내기로서 패기있게 조직문화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건의했다 상사들의 눈밖에 났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결국 몇차례 공기업 이직을 준비하다 서울의 한 대학 교직원이 됐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김씨는 "교직원이 되면 삶이 나아질 줄 알았지만 부조리한 조직과 업무 분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비슷하다"면서 "이직 만족도가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5년간 명함을 두번 바꿨다는 또다른 김모(34)씨도 "일한 만큼 인정받고 싶어 직장을 옮겨왔지만, 초과업무는 노력봉사를 강요하면서 연봉협상 때는 월급을 깎으려고만 해 계속 다닐지 고민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취업절벽을 어렵사리 기어오른 청춘의 눈 앞에는 한파에 흔들리는 살얼음판만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상준 직업능력개발정책센터장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자기개발과 경력관리가 되는 것들"이라며, "기업이 젊은 직원을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기보단 함께 성장해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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