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주의, 인간이 서로 아낄때까지 계속 힘들게 해.
- 2016년도 모두가 경쟁자인 상황은 계속될 것.
- 함께 살자는 의지, 애정과 연대가 해답.
- 여야 막론하고 정치권은 자신들만 챙겨.
- 권력이 시민의 눈치 보도록 리콜제 활성화 해야.
◇ 정관용> 오늘이 2015년 마지막 날, 2015년 한국사회를 쭉 한번 돌아보는 시간 준비했습니다. 철학자의 눈으로 본 2015 한국사회. 철학자 강신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올 한 해하고 지난 한 해하고 비슷비슷했나요?
◆ 강신주> 크게는 뭐 전 세계적으로 지금 어떤 학자들은 장난삼아 그러는데 75년 주기로 자본주의의 위기국면들을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옛날, 옛날에 위기가 있었을 때는 식민지도 만들고 이렇게 해서 자본주의 위기를 탈출했는데 세계화라는 것이 굉장히 위험해서 어디에서 다른 시장을 개척도 못하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우리가 그 위기가 온 것 같고 그 큰 흐름 속에 우리가 있어서 이게 짧게 보면 한 해는 힘들었다 이러지만 내년에 더 힘들 것 같다라는...
◇ 정관용> 요새는 매년 힘들었다고 그래요.
◆ 강신주> 더 힘들어져요.
◇ 정관용> 점점 힘들어지고.
◆ 강신주> 계속 힘들어지고 이게 어디까지 바닥에 갈까 그래서 자본주의는 보면 우리한테 딱 그런 것 같아요. 너희들 계속 돈 쫓아갔는데 너희들이 인간을 서로 아낄 때까지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이 들어요, 길게 보면.
◇ 정관용> 재미있는 해석이네요.
◆ 강신주> 내년 되면 예를 들어 금리 문제도 있잖아요. 총선 때문에 금리를 안 올린다고 하지만 4월, 5월 지나서 또 오를 것이고 더 힘든 일들이 또 오니까. 그리고 아마 올해 11연패를 할 걸요? OECD 국가 중 자살률. 11연패 대단한 기록 아니에요? 내년 되면 더 힘드니까.
◇ 정관용> 그걸 또 연패로 분석을 합니까?
◆ 강신주> 우리는 연패로 해요. 12연패로 갈 수도 있어서 지금 총선도 있고 그러니까 모든 시민들이 정신 진짜 바짝 차리고 선거도 잘 하시고 그렇게 해야 그나마 위기나 이런 것들이 좀 강도가 약해질 수 있지 않을까.
◇ 정관용> 한 가지 재미있는 표현을 했어요. 자본주의라는 것은 인간들을 다 힘들게 만든다. 그래서 결국은 인간들이 서로를 위하게끔 그 순간까지 밀어붙인다.
◆ 강신주> 밀어붙여요.
◇ 정관용> 아직 우리는 서로를 위하는 단계가 안 된 모양이죠? 더 힘들어야 봐야 되는 모양이죠?
◆ 강신주> 아직은 막 가질 것들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가 봐요. 더 가야죠. 옛날에 좀 안 좋은 케이스이지만 97년인가요? IMF 구제 금융사태 때. 그때를 한번 보세요. 그때 굉장히 많이 서로 보듬어주고 그랬었던 기억나시죠?
◇ 정관용> 서로를 위하고 아껴야 이걸 이길 수 있다?
◆ 강신주> 그런데 그건 힘들어요. 왜냐하면 이런 조선에서 비정규직 많고 알바생도 많고 취업 안 되는데 다 경쟁자인데.
◇ 정관용> 나만 살아남기도 힘든데.
◆ 강신주> 그렇기 때문에 이건 거의 의지의 문제예요.
◇ 정관용> 함께 살자라고 하는.
◆ 강신주> 의지. 그러니까 이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울 때 돈 있고 그럴 때 다른 사람들 왜 못 도와주겠어요. 그런데 없었을 때도 어떻게 의지를 발휘하느냐 해서 이건 덕담도 아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애정, 연대, 상호 애정에 대한 의지들 그걸 다듬고 나가야 돼요. 다지고.
◇ 정관용> 내년에 총선 있는데.
◆ 강신주> 총선 있으면 어쨌든 간에 지금 청계천에서 시위를 하셔도 경찰이 강압적이지 않을 것이고 금리도 안 올릴 거고 이럴 거란 말이에요.
◇ 정관용> 내년 3월.
◆ 강신주> 네, 그때까지는. 그런데 3월, 4월 지나고.
◇ 정관용> 선거 끝나고 나면.
◆ 강신주> 지나서 또 무슨, 우리 시민들이 무슨 선택을 할지 모르겠는데 빤히 보이는 것들인데 이런 식의 패턴이 반복되니까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감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내가 다 휘어잡을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이 있는 것 같고.
◇ 정관용> 선거 얘기 나온 김에 그렇다면 지금의 권력을 갖고 있는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려면 야당이 일단 답이잖아요?
◆ 강신주> 상태 안 좋죠.
◇ 정관용> 그런데 지금 야당 상태가 매우 안 좋잖아요.
◆ 강신주> 사실은 예전에 이명박 정권도 너무 막판에 안 좋아서 사실 그때 약간만 단합만 했어도 정권을 물려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는데도 못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분열이 심각한 것 같아요. 이 야당도 자기들을 사랑합니다. 자기들을 사랑한다. 똑같다.
◇ 정관용> 맞는 것 같아요.
◆ 강신주> 자기들을 사랑해요.
◇ 정관용> 자기들부터, 자기들만 사랑하는 것 같아요.
◆ 강신주> 챙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금 해야 될 것들이 얼마나 많고 하나씩 하나씩 권력의 길을 들이는 건 민주사회에서 어쨌든 시민들의 몫이고.
◇ 정관용> 그런데 지금 주로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계시니까. 기득권을 갖고 있고 권력을 많이 갖고 있는. 그러면 야당 찍으란 말이잖아요, 사실.
◆ 강신주> 그렇지도 않아요.
◇ 정관용> 그러면 어떻게 해요? 야당 안 찍으면 어떻게 해요?
◆ 강신주> 그러니까 이게 중요한 게 항상 이 문제인데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모 사이에 개도 있고 걸도 있잖아요. 우리는 그런 식으로밖에 선택을 못 한단 말이에요. 여러 가지 방법들은 많죠. 그리고 특히나 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콜제가 있어야 돼요.
◇ 정관용> 주민소환제, 이런 거?
◆ 강신주> 있어야 돼요. 대통령까지도. 그러니까 이걸 하기 싫으시면 임기를 1년으로 줄여버려야 돼요. 못 하게. 절대 못 해요.
◇ 정관용> 그런데 다 이상적인 얘기잖아요. 당장 지금 개헌을 하기도 어렵고. 당장 4월에 투표를 해야 되는데.
◆ 강신주> 그러니까 이건 각자의 몫인 거예요. 그러니까 문제는 뭐냐면 물고기를 맡겨야 하는데 더 나쁜 고양이냐 괜찮은 고양이냐를 선택하는 건데 둘 다 물고기는 먹을 거예요. 맡겨도. 그러니까 이건 어떻게 선택을 얘기를 못 하고. 그리고 야권이 선택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지금은. 줘도 물고기를 먹기는커녕 물고기 가지고 싸우다가 바닥에 던질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이게 너무 짧은 시간에 막 분열되고 갈등되고 총선이 바로 앞인데 참 답답하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 모습을 보면.
◇ 정관용> 강신주 씨도 뾰족한 답은 없죠?
◆ 강신주> 이건 없어요.
◇ 정관용> 저 같은 사람은 투표를 이렇게 규정하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라. 그런데 차선도 없으면 차악이라도 고르는 게 투표다.
◆ 강신주> 그런데 거기서 한 가지 단서가.
◇ 정관용> 이런 유명한 말이 있어요.
◆ 강신주> 그게 별로 안 좋은 말이 시스템을 정해놓고 최선, 차선, 차악을 얘기해서 그런 거예요.
◇ 정관용>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되는데.
◆ 강신주> 제가 그래서 던지는 게 이상적인 얘기다라고 하지만 시스템의 문제를 건드리면 이상적인 얘기로 보이지만 사실 그 고민을 많이 해봐야 되거든요. 야권 자체가 지금 자기를 더 많이 사랑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 정부여당이나 똑같은 것 같아요. 우리 눈치를 안 봐요, 이들이. 그러니까 야당도 눈치를 안 보고 여당도 눈치를 안 보는데 야당이 좀 더 눈치를 본다. 그럼 야당 찍는 거고. 그러니까 무조건 우리를 사랑한다 필요 없고. 내가 뭐라고 하면 좀 눈치를 본다. 그게 아까 얘기하신 차악이거나 차선. 이런 쪽에 아마 가까울 것 같아요.
◇ 정관용> 남은 기간 사이에 그나마 우리 눈치를 조금이라도 보려고 하는 쪽을 잘 봐라.
◆ 강신주> 그런 쪽을 하면 되죠. 잘 보고.
◇ 정관용> 그리고 그건 다가올 투표할 때는 그런 거고 보다 더 근본적으로 시스템 전체를. 그런 개개인의 각성, 노력 이게 필요하다?
◆ 강신주> 문제는 뭐냐면 시민에서 민주사회를 관철시킬 수 있는 개헌 논의가 나와야 되는데 정부여당 내에서 나온다고. 자기들 공고히 하려고. 그러니까 개헌 얘기해도 돼요, 시민들이요.
◇ 정관용> 해야죠, 사실.
◆ 강신주> 그거부터 하자고요. 그래서 제가 아까 농담이 아니라 자꾸 어떤 대통령은 권력이 있거나 기득권을 탐하는 사람들은 임기를 늘리려고 할 거예요.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서. 그런데 별로 안 좋아요. 시민사회나 민주사회는 안 좋은 거예요.
◇ 정관용> 대통령 임기 1년제?
◆ 강신주> 적으면 좋아요. 2년 정도.
◇ 정관용> 2년?
◆ 강신주> 부정도 못 저지를 정도로.
◇ 정관용> 국민 다수는 그래도 4년 중임제 정도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니다?
◆ 강신주> 아니죠, 그건 아니죠. 왜냐하면 투표하실 때 알잖아요. 투표할 때 선거 때만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하지, 선거가 딱 끝나는 4년, 6년, 8년 동안 그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안 온다는 것 다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그걸 줄여서 우리를 더 눈치 보게 만들려면 임기를 늘려서는 안 되죠. 지금 상태보다. 그러니까 1년, 2년이 너무 이상적이면 3년.
◇ 정관용> 그 정도로. 대신에 재선 이런 건 할 수 있게?
◆ 강신주> 해야죠. 상관없죠. 그러니까 임기를 줄이면 리콜제의 효과가 있어요.
◇ 정관용> 있죠. 자주 심판을 받아야 하니까.
◆ 강신주> 그러니까 열심히 눈치 많이 본다고. 그런데 이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임기가 12년 한다. 그러면 막판 살랑 2년 동안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나머지는 엄청난 기득권을 쌓을 것이고. 그러니까 만약에 시민 입장에서 어떻게 개헌이 되느냐면 3년 정도로 해서 재선해도 돼요. 왜냐하면 3년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해요. 안 그러면 안 뽑히니까. 그런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좀 해 봤으면 좋겠고 내년에는 개헌 얘기가 정부여당 원내대표 이런 사람들 입에서 나오지 말고.
◇ 정관용> 이미 나오고 있잖아요.
◆ 강신주> 그러니까 시민들이 해야 한다고요.
◇ 정관용> 시민들이 진짜 개헌.
◆ 강신주> 진짜 하자. ‘너희들 왜 이러니?’ 이러면 눈치를 봐요.
◇ 정관용> 정치권 전체를 심판하는 개헌. 이건 시민 주도로 한 번 해보자?
◆ 강신주> 시민 주도로 얘기해서 시스템을 바꾸는 데 합의를 좀 했으면 좋겠고 그리고 이런 움직임에 동조를 안 하면 시민의 뜻에 국민의 뜻에 동조를 안 하면 그땐 노골적으로 드러날 것 아니에요. 그 사람들 표로 안 뽑으면 되죠.
◇ 정관용> 물갈이 해버리고.
◆ 강신주> 네. 물갈이 해버리면 되죠. 저들이 물갈이하기를 기다려서 항상 문제가 되는 거예요.
◇ 정관용> 철학자라서 하실 수 있는 얘기고. 저같이 세태에 찌들어 있는 시사평론가는 현실적인 걸 항상 생각하기 때문에 당장 4월에 총선이 끝나고 국회의원들이 300명 뽑혀서 그들이 또 어떤 기득권 구조를 갖게 되면 그들이 개헌을 쥐락펴락하지.
◆ 강신주> 밀이라는 철학자가 유명하잖아요. 대의민주주의론 정부론을 썼는데 사실 우리가 대의민주주의를 찬양했다, 이렇게 보이지만 사실은 밀이 왜 그걸 썼느냐면 바닥을 보면 대의민주주의는 계급독재의 우려가 있다. 계급독재의 우려가 생기게 되면 대의민주주의는 민주주의에서 제일 멀어진다. 그러니까 지금 여러분들이 앞으로 뽑을 사람들이 자기의 기득권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입법은 우리가 어떤 법령도 모르잖아요, 시민들은. 계급입법을 한다고. 계급독재를. 그러니까 사실 밀이 보수적인 사람은 ‘밀 훌륭해’ 이러지만 대의 정부론의 핵심은 그거예요. 현실적으로 대의민주주의 투표하고 대표 뽑는 게 좋은데 여기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계급입법.
◇ 정관용> 그렇죠.
◆ 강신주> 그런데 우리가 그거에 노출돼 있잖아요.
◇ 정관용> 따지고 보면 국민의 절대다수는 노동자 농민인데.
◆ 강신주> 그러니까요.
◇ 정관용> 노동자 농민 국회의원은 없어요.
◆ 강신주> 없어요.
◇ 정관용> 그래서 심지어는 이번에 노동법 그런 것 보면 웃기잖아요. 사실 정규직인데도 비정규직화시키는 건데 그걸 막 만들어요. 만드는 데 아무도 저항을 못 해요.
◇ 정관용> 저항은 하죠.
◆ 강신주> 저항은 하는데 의미가 없는 게 시스템 자체가 우리가 뽑은 대표자가 법을 입법했다라는 식으로 된다고. 중간에 왜곡구조는 있죠. 그러니까 이게 굉장히 위험해요.
◇ 정관용> 그러면 강신주 씨는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세요?
◆ 강신주> 아니에요. 대표자는 효율성인데 막 제도적으로 고민하시는 분들, 정치공학 하시는 분들 이분한테 참 권해드리고 싶은 게 리콜이라는 걸 제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돼요.
◇ 정관용> 이제 연결이 되네요. 대의민주주의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데 그 제도를 버릴 수는 없는데 그 제도가 기득권을 재생산하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게 계급입법이 안 되게 하려면 시민들이 더 개입하고 더 눈치보게끔 만들고 그래야 한다.
◆ 강신주> 네. 그래서 아까도 얘기를 했지만 리콜이라는 단어. 어떤 시장, 대통령까지도 리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리콜의 효과가 날 수 있는 것들을 어떻게 고민해 볼 것인가. 아마 여야 정부여당 쪽에서 개헌하면 아마 그 리콜의 요소마저도 없애려고 하는 아마 그런 어떤 개헌을 하려고 할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싸움이죠. ‘어? 이거 뭐야. 내가 환불을 못 시키네? 한 번 뽑았으면 그냥 죽었다 깨어나도 군주처럼 모셔야 되네?’ 이 구조는 민주주의는 없어요, 사실. 그래서 거듭 그냥 얘기하지만 리콜, 리콜. 그리고 우리한테 리콜의 권리가 있으면 우리 눈치를 봐요.
◇ 정관용> 그런데 또 지금 국민, 일반 시민 이런 표현을 씁니다만 그 국민, 시민도 지금 여러 종류란 말이에요.
◆ 강신주> 그렇죠.
◇ 정관용> 그들이 제대로 자기의식을 깨우쳐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현 시스템에 대한 비판 의식 이런 걸 갖고 그들을 견제하고 이런 깨어 있는 시민이 되어야 하잖아요.
◆ 강신주> 네.
◇ 정관용> 그런데 주변을 보면 사실 안 그런 시민들이 훨씬 많단 말이에요.
◆ 강신주> 많죠. 그게 성공했다는 거죠. 그러니까 예를 하나 들어보면 이런 거죠. 80년대 대학 다녔으니까 그때 전두환 독재 때 학생운동도 하고 그랬었잖아요. 그때 강력했었던 힘들은 뭐냐 하면 대학생들이 시간이 여유가 좀 있었던 것이 대학 전체 수업일수의 3분의 1을 안 들어도 학점 받는 데 지장이 없었어요.
◇ 정관용> 그랬죠.
◆ 강신주> 그런데 그 이후에 시스템을 어떻게 바꿨냐면 출석 한두 번으로 학점이 결정되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한 대학에서 각 대학마다 광장이 있잖아요. 민주광장이다, 뭐 이렇게 이름을 붙여서 시위를 하는데 거기에 안 모여요, 사람들이.
◇ 정관용> 안 모이죠. 못 모이죠.
◆ 강신주> 시스템을 지금 그렇게 만들어온 지가 한 20여년이 지나서 지금은 우리끼리 완전히 갈라서고 찢어져 있어요. 그러니까 이 조건에서는 서로 의심하고 서로 이런 식으로 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아까 방금 얘기했던 시민의 상태가 그건데 이게 시민들의 본성이 아니라는 거예요.
◇ 정관용> 이것도 권력이 만든 거다?
◆ 강신주> 만든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만든 지 10여년, 20년 됐으면 이걸 치유하려면 또 20년 정도는 최소한 잡아야 되잖아요. 그런데 자각이 있으면 5년 안에 줄일 수도 있죠. 그러니까 이걸 왜 시민들은 이래? 이러면 안 되죠. 우리가 시민들, 우리가 시민이기도 하니까 우리가 부정하는 순간 우리 끝나버려요. 그러니까 어떤 주변에 막 이상한 판단을 하고 계신 분이 있더라도 그런 조건 하에서 매스컴의 영향에서 그렇게 만들어져 오신 분들이에요, 사실은.
◇ 정관용> 그런 분들한테 계속 말을 해야 되죠.
◆ 강신주> 더 해야 돼요. 지치면 안 돼요. 지치면 끝나는 거예요. 그냥 만성병이니까 우리 옛날에 한의학에서 그러잖아요.
◇ 정관용> 그래서 그렇게 강연하러 다니시는구나.
◆ 강신주> 그래서 돌아다니는 거예요. 계속 돌아다니는 거예요, 계속.
◇ 정관용> 깨어나라, 깨어나라.
◆ 강신주> 제자들이 그래요. 선생님 그런다고 뭐가 바뀌어요? 난 바뀌는 거 원하지 않고 강연할 때 그런 얘기 하거든요. 사람들 머리에 지뢰를 심는 거다. 언젠가 터질. 그냥 그거 보고 가는 거지 지금 가서 ‘와! 그래요, 사회를 바꿔요’ 이런 걸 생각하진 않아요. 천천히 했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 정관용> 조금씩이라도 지뢰를 자꾸 심자.
◆ 강신주> 조금 심어서 우리 사회가 진짜 명실상부하게 시민사회, 민주사회로 제대로 됐으면 좋겠어요.
◇ 정관용> 특히 젊은층, 청년층들이 이런 꿈을 키워야 되는 건데. 그렇죠? 그런데 올 한 해 또 청년문제가 아주 크게 대두가 된 한 해였습니다.
◆ 강신주> 그렇죠.
◇ 정관용> N포세대라는 말, 3포, 4포를 넘어서 더 다 포기할 수밖에 없다. 헬조선. 청년들이여 계속 불안에 빠져 있고 이렇다고 규정하잖아요. 청년들. 그건 어떻게 보세요?
◆ 강신주> 극단적인 비유를 하나 드릴게요. 그 옛날에 어떤 강의를 갔더니 어떤 남자가 그러는 거예요. 애인은 있는데 그냥 이렇게 바깥에서 차 마시지, 같이 살고 싶진 않대요. 그래서 왜 그러냐 했더니 유지비가 많이 드는 거예요.
◇ 정관용> 돈 들어가는 거지.
◆ 강신주> 서로 너무 힘든 거예요. 집도 있으면 공과금 내지, 애 생기면 또 중형차 유지비 들지. 이러니까 골치 아픈 거예요. 그래서 결혼, 출산 이걸 포기한다는 게 거기서 나오는 거예요. 저는 이렇게 되물어보고 싶어요. 그리 살아서 자기 생계를 위해서만 살면 우리는 동물이 되거든요. 사실은. 먹고 사는 게 야생. 이렇게 우리를 아이들을 야생에 던져놓은 것이 정권이 문제죠, 진짜. 문제인데 일단 넘어가고 그러면 여기에 던져진 아이들이 뭘 해야 되냐면 이럴 때일수록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그래서 그 아이한테 이렇게 얘기했어요. 진짜로 네가 그 여자를 좋아하면 더 사랑해라. 더 사랑해라. 그러니까 이게 사실 굉장히 힘든 얘기예요. 지금 조건에서 뭐 어떻게 애 낳고 사랑하고 살아요? 이럴 거예요. 그러면 계속 그렇게 살 거예요. 돌파구는 뭐냐 하면 여기에서 어떤 반전들이 있어야 해요. 내 것만 생각하는 모습 있죠. 나 취업해야 돼. 이 모습과 친일파들이라든가 기득권 세력들이 자기만 생각하는 모습이 거의 같단 말이에요, 지금.
◇ 정관용> 그러네요.
◆ 강신주> 작은 정부여당이 돼 버렸어요, 우리 자신이. 그러니까 여기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우리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만약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저는 이렇게 권해드리고 싶어요. 그중에 한 500원만 노숙자한테 줘요. 정부여당도 못하니까 그건.
◇ 정관용> 난 몇 천원밖에 못 벌지만.
◆ 강신주> 그래요. 거기서부터 출발하고 애인 만나요.
◇ 정관용> 그리고 결혼하고?
◆ 강신주> 해요. 아니 저들이 원하는 대로 해서 차근차근 정부여당처럼 어떻게 살아요? 자기 것만 생각해서. 인간의 삶이 무슨 가치가 있어요?
◇ 정관용> 힘들수록.
◆ 강신주> 베풀어야 해요. 그런데 이런 조건으로 몰고 가는 게 화가 나는 거죠. 아니, 여유 있을 때 베풀고 살아야지, 살기 위해서 사랑해야 하는 거예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우리가 언제 죽을 것같이 가벼워지잖아요. 사랑 못 받을 때 그런다고. 모든 자살하는 사람은 사랑할 게 없어요. 애완견을 사랑 안 해. 애완견을 사랑하는데 왜 자살하냐고. 이렇게 힘들수록 진짜 나 말고 타인을 사랑하자. 그리고 그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파스타 사주는 것이 아니라 100원을 주는 것도. 거기에서 출발해서 조금씩 조금씩 깨 나갔으면 좋겠어요.
◇ 정관용> 그리고 화나는 건 화를 또 내고.
◆ 강신주> 내야 돼요.
◇ 정관용> 나를 이렇게 이런 상태로 만든 이 시스템에 대해서는 화를 내고?
◆ 강신주> 화를 내면 자살을 안 하는데 화를 안 내고 그 화가 나한테 돌아오거든요. 그러면 나에 대해서 화가 나면 죽는다고. 그래서 진짜 나쁘죠. 왜 사람들을 자살로 이끌게 하냐고. 왜 사람들을 자기한테 화나게 하냐고. 그러니까 이런 문제죠. 그러니까 정권이나 재벌이나 상태가 안 좋으면 막 화를 내세요.
◇ 정관용> 화를 내야죠. 욕하고.
◆ 강신주> 몰래 계란도 던지고 이래야 해요. 집에 가서 가만히 이렇게 있으면 화 안 냈던 게 나한테로 돌아와요. 나를 파괴해요. 너무 좋죠. 기득권자들은 너무 좋죠. 저들은 그냥 지쳐서 지들이 죽네. 신경 안 쓰잖아요. 그러니까 화도 내고 사랑도 하고 어쨌든 방금 얘기했던 그 두 가지를 강력하게 화를 많이 내면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좋은 일이 있어요. 신경을 써요.
◇ 정관용> 눈치 보게 만드는 거죠.
◆ 강신주> 눈치 봐요. ‘화 안 내니까 저것들 무지렁이다’ 이런단 말이에요. 화는 내셔야 돼요. 기본 덕목이죠, 뭐.
◇ 정관용> 화도 내고 사랑도 더 하고.
◆ 강신주> 더 하고.
◇ 정관용> 연대도 더 하고?
◆ 강신주> 더 강하게.
◇ 정관용> 사람들끼리 뭉치고.
◆ 강신주> 더 뭉쳐야 돼요.
◇ 정관용> 그러면 더 눈치 보는 거죠.
◆ 강신주> 더 눈치 봐요.
◇ 정관용> 그러니까. 혼자가 아니니까.
◆ 강신주> 혼자가 아니라 무섭죠.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거예요.
◇ 정관용> 할 수 있겠죠?
◆ 강신주> 있어야죠. 우리 살아야 되는데.
◇ 정관용> 당장 1년, 2년이 아니라 이것도 몇 십년을 두고.
◆ 강신주> 길게 보잖아요. 10년 뒤 보자고요. 한 10년 뒤에 지금 노숙자한테 500원 줬던 것이 그 노숙자가 목숨을 끊지 않게 되는 계기일 수도 있다고. 작은 것 같지만 그 작은 것들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니까 그러고서 10년을 살아보세요. 도처에 애정과 사랑이 넘친다면 그게 나중에 피드백돼서 우리한테 다 돌아올 거예요, 골고루.
◇ 정관용> 그리고 또 설득력이 더 강해지는 게 그렇게 안 살면 작은 정부여당으로 사는 것이다. 그 표현 말이에요.
◆ 강신주> 똑같잖아요.
◇ 정관용> 동물이 되는 거다.
◆ 강신주> 동물이에요, 그냥.
◇ 정관용> 그것도 큰 기득권이라도 있으면 혹시 모르겠는데.
◆ 강신주> 그러면 의미라도 있죠. 지킬 것이 100억원 된다 이러는데 기껏 가지고 있는 게 10만원인데 그거 지킨다. 아휴. 아니잖아요. 좀 추하잖아요. 좀 기득권이라고 하면 뭐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이해가 돼요. 지킬 게 많은가보다. 그런데 우리는 사실은 그래서 자유로울 수 있는데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기도 편한데. 재벌들 여식들이나 자식들 사랑할 때 보면 아버지 원하는 대로 결혼하고 이런 것 풍조 아직도 있잖아요.
◇ 정관용> 그리고 다들 또 이혼하더라고요, 보니까.
◆ 강신주> 그렇죠. 그런데 우리 가난한 사람들은 그건 없잖아요.
◇ 정관용> 우리 마음에 들어서.
◆ 강신주> 우리 마음에 들어야 해요. 아버지가 나한테 물려준 게 뭐 있다고 결혼을 반대해요? 그런 어떤 것들도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힘은 화 잘 내고 그리고 우리는 또 사랑하기도 편해. 이 조건들. 그런데 그걸 다 버리고 작은 것 가지고 그 조그만 거 붙잡고 있고 사랑도 못하고 화도 못 내고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면 희망이 없죠.
◇ 정관용> 바로 그런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메르스 사태 때 보신 거구나, 그러니까.
◆ 강신주> 네.
◇ 정관용> 아, 이제 좀 연결이 되네요.
◆ 강신주> 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보면 그런 것 있잖아요.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든 운동을 하거나 이럴 때 티가 나듯이 그게 튀어나오는 거예요. 아, 10년, 20년 우리 사람들이 많이 망가져 있구나 그런데 간혹 가다가 희망들도 보죠. 그런 모습이 사랑이에요. 이 모습을 지킬 수 있는 것.
◇ 정관용> 약자들일수록 서로를 사랑해야 하는데.
◆ 강신주> 사랑하기도 좋아요, 사실.
◇ 정관용> 이상하게 약자들일수록 자기애에 빠져요.
◆ 강신주> 많죠. 옛날에 우리 그때 기억나세요? 그때 오세훈 시장 때. 강북지역 사람들이 가난하잖아요.
◇ 정관용> 상대적으로.
◆ 강신주> 재개발한다고 했을 때 정부여당 찍었잖아요.
◇ 정관용> 그때는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다 뉴타운 공약을 내걸었어요.
◆ 강신주> 그러니까 이런 거죠. 이런 문제가 있어요. 우리한테는. 가난한 사람의 꿈은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라 부자가 되려고 하는 게 있어요.
◇ 정관용> 그렇죠.
◆ 강신주> 강북사람의 꿈은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라 강남사람 되는 것.
◇ 정관용> 강남가고 싶은 거죠.
◆ 강신주> 그런데 그건 이렇게 보자고요. 그건 동등한 조건이 아니에요. 없이 살아서 그런 거예요. 그걸 가지고 뭐라고 그러면 안 돼요.
◇ 정관용> 뭐라 그럴 수 없고.
◆ 강신주> 뭐라 그러면 안 되죠. 어떡해요. 그런데 그렇게 가 봐도 좋은 삶은 아니에요. 사실. 그래서 그 모습을 가지고 어떻게 저러냐? 이럴 필요 없어요. 그러니 얘기를 해야죠. 또 떠들고 얘기해서 우리 정의로운 사회 만들자. 최악이 되더라도 자살하지 않는 그런 사회를 만들자. 이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야죠. 강북 사람들이 그 당시에 막 뉴타운 때문에 그렇게 정부여당을 찍어줬었던 이유들 중의 하나는 그 사람들한테 그것은 그런 욕망들, 작은 정부여당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뭔가 얻어보려고 그랬던 거예요. 그런데 그 모습마저도 만들어진 모습이다라는 것을 까먹으면 안 될 것 같아요.
◇ 정관용> 어찌 보면 우리 사회의 기득권 강자들은 약자들을 그런 식으로 각자 삶 속으로 내몰면서 서로 분열시키는 것 아닌가요?
◆ 강신주> 그건 유사 이래 철학사나 정치 철학사를 보면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잖아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핵심적인 방법은 깨알같이 쪼개는 거예요. 마키아벨리를 보면 당근과 채찍이 거기서 나오는데 당근을 주니까 분열되고 채찍으로 때리니 분열되고. 분열되는 거예요. 민주사회는 딱 하나예요, 원칙은요. 우리가 당근과 채찍에 넘어가지 않고 우리끼리 유대하고 뭉치는 거예요. 선착순 시키는 건 교련선생님 한 명이에요. 나머지가 편해 보이려고 뛰면 대략난감이죠. 다 안 뛰거나 똑같이 뛰어도 돼요, 줄서서. 물론 교련선생님은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 때리겠죠.
◇ 정관용> 그렇죠.
◆ 강신주> 그럼 몇 대 맞는 거죠. 맞다가 저걸 어떻게 제거해야 좋은 사회가 오겠다. 이렇게 되겠죠.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공식이에요. 사람들을 사랑 못 하게 만드는 것이 모든 것들의 공식이에요. 정규직, 비정규직 만들고 정규직 내부에서도 임금피크제 만들어서 경쟁하고 분열시키는 것은 권력을 얼마만큼 공고히 하느냐. 이건 자본가도 마찬가지죠.
◇ 정관용> 당연하죠. 자본가 내에서도 서열이 있으니까.
◆ 강신주> 그러니까 좋은 거예요, 그게. 그래서 하나의 공식이죠. 공식처럼. 그래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거예요. 유대하고 연대예요. 약한 사람은. 그게 부서져버리면 우리는 끝난 거예요, 사실. 그러니까 그것부터 차근차근 회복해야 위에도 눈치를 봐요. 그러니까 이런 거죠. 한 사람이 너 명예퇴직 해. 이렇게 시키잖아요. 그러면 직원들이 다 그만두는 거죠. 안 해.
◇ 정관용> 한꺼번에 다. 그럼 명퇴를 못 시키네요.
◆ 강신주> 못 시켜요. 명퇴는 한 사람 한 사람 시켜서.
◇ 정관용> 그런데 노동조합 조직률은 점점 내려만 가고.
◆ 강신주> 그러니까 문제죠. 왜냐하면 그걸로 막 들어가는 거예요. 노조에서 빠져나와라, 이런 식으로.
◇ 정관용> 당근과 채찍으로.
◆ 강신주> 그리고 노동조합, 정규직노동조합이 의미가 없는 것이 옛날엔 대개 정규직이어서 의미가 있는데 지금은 비정규직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정규직 노동조합에서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면 비정규직, 알바생, 청년실업 문제까지 손을 뻗혀야 돼요. 지금 자기들 자리만 유지하는 순간 잘못해서 포지션이 그렇게 돼 버렸어요, 기득권 세력이.
◇ 정관용> 맞아요.
◆ 강신주> 그러니까 그건 잘 반성해봐야 될 거예요.
◇ 정관용> ‘노동귀족’이라는 말, 그 비판으로부터 솔직히 자유로울 수 없어요.
◆ 강신주> 그러니까 그게 왜 그러느냐면 옛날에는 다 정규직이었을 때는 다 괜찮다고요. 그런데 지금 그렇게 해서 자기의 권익을 보호하면 권익이다, 이 논리 속에는 내 밥이라는 논리가 들어오잖아요.
◇ 정관용> 이렇게 한 10년 가면 그 자리도 없어질 수 있겠죠.
◆ 강신주> 없어지죠. 그러니까 지금 그 움직임으로 가는 거죠. 산산이 부실한 거죠. 노동계는 노동계끼리 부실하고. 아까 좋은 얘기했잖아요. 대다수가 농민이나 노동자인데 이들이 힘을 합치면 좋은 세상이 오는 건데 산산이 쪼개져서 그걸 못 바꾸는 거예요. 못 바꾸는 거니까 노조에 있거나 이런 분들이 지금은 더 많이 해 줘야 될 것 같아요. 더 많이 정부여당적 행태를 보이면 안 돼요. 기득권 지키면 안 돼요. 더 내려주고 사랑하고 청년실업 문제를 더 고민하고.
◇ 정관용> 강신주 씨가 꿈꾸는 그런 사회가 있나요?
◆ 강신주> 유사 이래로 없었어요. 유사 이래로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옳은 건 옳은 거예요.
◇ 정관용> 그나마 비슷하게 흉내 내려고 하는 사회들은 있나요?
◆ 강신주> 노력은 하죠.
◇ 정관용> 북유럽의 복지국가 이런 나라들이 그나마 좀 흉내는 내는 거죠?
◆ 강신주> 그런데 전체로 보면 그 방향으로는 가요, 역사가. 이집트 피라미드 만들 때보다 낫잖아요. 지금은. 그 방향으로는 가요. 저는 그것에 신뢰가 있어요. 그래서 조바심은 안 내는 편이에요. 그쪽으로 나가는데.
◇ 정관용> 결국 민중의 힘이 승리할 것이다?
◆ 강신주> 이기죠. 당연하죠. 더 많이 강연 다니고 더 많이 사람들한테 얘기를 해서 약간 좀 가속화시키고 싶은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그렇게 비관적이지는 않아요. 힘이 크다고 멍청하지도 않은데 자기 파괴로 가겠어요? 그러니까 더 많이 얘기해 주고 그래야죠. 최선을 다해야죠, 제자리에서.
◇ 정관용> 하긴. 박정희, 전두환 독재 때 학생운동도 있고 뭐도 있고 이런 분출하는 어떤 대중들의 민주화 열망 같은 것도 보였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안 보여, 이런 얘기를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그때 개개인이 파편화됐던 공포에 떨었던 것보다 지금은 그래도 그나마 뭐가 있긴 있어요.
◆ 강신주> 힘 있어요.
◇ 정관용> 시민단체들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짓거리가 나오면 모여서 또 분노하고. 갑질 이런 거 나오면 모여서 분노하고.
◆ 강신주> 결정적인 게 이런 거라니까요. 옛날에 전두환 시절에 이런 방송 못 했어요.
◇ 정관용> 못 했죠.
◆ 강신주> 그러니까요.
◇ 정관용> 좋습니다. 기대하고 볼게요. 올 한 해 마지막 날 철학자의 눈으로 우리 사회의 근본의 문제들 그런 걸 좀 들춰내고 그래도 우린 희망을 갖고 연대하면 가능하다. 우리 그런 여유도 또 있는 것 아닙니까?
◆ 강신주> 여유 있죠.
◇ 정관용> 여유 갖고 또 살아야죠.
◆ 강신주> 그럼요. 괜찮아요. 돌아보면 그래요. 날을 세워서 보면 굉장히 갑갑해 보이는데 여백, 여백을 보면 상당히 힘들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구슬이 많으면 뭐해요. 꿰어야죠. 그러니까 이런 노력들을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고 돌아보시면 막 이렇게 정부여당 보면서 절망이다, 혼자서 이러지 마시고 주변을 보세요. 여러분 힘이 필요한, 진짜 필요한.
◇ 정관용> 손잡고.
◆ 강신주> 손잡으면 돼요. 그러면 너무나 많은 힘들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 정관용> 힐링이 됐습니다. 소위 말하는.
◆ 강신주> 고맙습니다.
◇ 정관용> 기운이 쭉쭉 빠지는 일들이 워낙 많았었는데 강신주 씨 만나서 그나마 기운을 얻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 강신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정관용> 고맙습니다.
◆ 강신주>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철학자 강신주 씨 보내드리면서 오늘 순서 정리합니다. 희망을 갖고 옆에 사람 손을 잡고 그런 새해로 만들어 보자고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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