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11차 정기 수요시위’ 에 참가한 시민들이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영정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이후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도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호혜적이고 우호적인 협상 타결을 통한 과거사 극복의 취지가 벌써부터 퇴색하기 시작했다.
물론 양국 내 반발 기류는 양상이 다르다. 국내에선 위안부 관련단체와 전문가 그룹을 비롯한 사회 전체적으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일본 내에선 아베 신조 총리의 지지 기반인 보수·우익 세력 중에서 이번 합의조차도 불만스럽다는 부류가 행동에 나섰다.
일본 극우세력으로 보이는 시위대 2백여명은 지난 29일 도쿄의 아베 총리 관저와 외무성 앞에서 "매국노" 등을 연호하며 시위를 벌였다.
다만 한국 내 반발 세력보다는 규모가 작다. 그러나 아베 총리 지지세력의 일파가 실망감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가볍지 않다.
국내에서도 이번 합의에 소녀상 문제가 포함되며 여론을 자극한 결과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사안으로 비화되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굴욕외교' '외교참사'로 규정하고 범국민반대운동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양쪽에서 모두 강력 반발하는 것을 보면 (이번 합의가) 이미 무력화되고 사문화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직접 나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윤 장관은 30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한일관계가 제일 힘든 것 같다"면서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현실적 잣대를 갖고 판단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일본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그는 "일본 측도 국내 여러 다양한 이해관계 세력을 잘 설득하길 바라고,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언행들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 수장의 이런 공개적인 언급은 이례적이다.
비슷한 시각 일본 외무성도 자국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한국이 소녀상을 이전해야 일본이 돈을 주기로 했다는 식의 보도에 대해 "(양국 외교장관의 발표 내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를 원하는 미국 측도 충실한 합의 이행을 독려하며 봉합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간 첨예한 갈등을 감안할 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기에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
이번 합의의 가장 민감한 사안인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을 놓고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국내 시민사회도, 일본 내 우익세력도 더 양보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측에선 이른바 '불가역적 해결'과 소녀상 문제 등으로 인해 자존심의 상처를 입었고, 일본 우익은 오히려 더욱 강경한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문제 전문가는 "현재로선 마땅한 돌파구가 떠오르지 않는다"며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