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현진아! 이제 우리가 할게' 올 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룬 미네소타 박병호(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와 볼티모어 김현수는 빅리그 선배 LA 다저스 류현진과 피츠버그 강정호의 뒤를 이어 KBO 리그의 위상을 높여야 할 책임이 있다.(자료사진=미네소타, 황진환 기자, 노컷뉴스, 피츠버그)
2015년 대한민국 스포츠는 다사다난했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는 없었지만 그에 못지 않은 감동과 환희, 아쉬움과 안타까움 등이 교차했다. CBS노컷뉴스 체육팀은 2015년 한국 스포츠를 4부작으로 나누어 정리해봤다. 30일은 세 번째 시리즈로 극명하게 희비가 교차했던 해외파 야구 선수들을 조명했다. 사실 2015년은 해외파 야구 선수들이 전성기를 이룰 것으로 기대됐다. 앞서 2년 동안 메이저리그(MLB)를 주름잡았던 류현진(LA 다저스)에 그의 28살 동갑내기 절친 강정호(피츠버그)까지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팬들을 설레게 했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33 ·텍사스)도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뜨린 첫 시즌인 지난해 부상과 부진을 털고 올해 설욕을 다짐하던 터였다.
여기에 일본 무대에서는 33살 듀오 이대호와 오승환이 건재했다. 이들은 지난해 소프트뱅크와 한신의 일본시리즈 진출을 이끌며 맞붙기도 했다. 이대호야 2012년 이후 일본 정상급 기량을 매년 뽐내왔고, 오승환도 지난해 한국 최고 소방수의 면모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들의 명암은 극명하게 교차됐다. 33살 트리오는 기대에 부응했지만 28살 듀오는 불의의 부상으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 박병호(29 · 미네소타)와 김현수(27 · 볼티모어)는 새롭게 해외파 대열에 합류했다. 과연 해외파 선수들의 2015년은 어땠을까. 또 이들의 2016년은 어떨까.
▲'쓰러진 개척자들' 류현진-강정호사실 류현진은 KBO 리그 출신 메이저리거의 개척자다. 2012시즌 뒤 다저스에 입단, 이듬해 14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지난해도 류현진은 14승을 수확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발로 안착했다.
빅리그와 차이가 큰 것으로 저평가됐던 KBO 리그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킨 류현진이었다. 그런 류현진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던 강정호가 지난 시즌 뒤 미국으로 진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류현진은 시즌 개막도 치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스프링캠프에서 왼 어깨 부상이 발견됐고, 재활을 노렸지만 결국 5월 수술대에 올랐다. 관절와순 손상 수술을 받았고, 올 시즌을 접었다. 그의 강속구와 절묘한 체인지업을 기대했던 팬들은 아쉬움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친구니까 부상도 함께?' 올해 어깨 부상과 수술을 시즌을 접은 다저스 류현진(왼쪽)과 9월 경기 중 상대 거친 태클로 쓰러진 피츠버그 강정호의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피츠버그 홈페이지)
친구의 비보에도 강정호는 씩씩했다. 빅리그 첫 시즌 초반 주전 경쟁에 밀리는 양상도 보였지만 마침내 제자리를 찾았다. 유격수와 3루수 등을 오가며 타율 2할8푼7리 15홈런 58타점을 올렸다.
강정호의 이적료 500만 2015 달러, 4년 연봉 1100만 달러의 몸값이 헐값이라는 현지 평가가 나올 정도의 활약이었다. 류현진이 KBO 선수의 빅리그 직행의 길을 뚫었다면 강정호는 KBO 야수의 개척자였다.
하지만 강정호도 시즌을 완전히 치르지 못했다. 불의의 부상으로 첫 시즌을 안타깝게 마감해야 했다. 강정호는 지난 9월18일 시카고 컵스와 홈 경기에서 수비 도중 상대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살인 태클에 왼 무릎 인대 파열과 골절이라는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결국 강정호도 수술대에 올라 시즌을 접었다.
다만 둘은 성공적은 재활 과정을 밟고 있어 내년 시즌 복귀할 전망이다. 류현진은 빠르면 스프링캠프 때, 강정호도 4월 팀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쉬움을 남긴 2015년을 보내고 누구보다 2016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같은 지구 라이벌들의 전력 강화 속에 이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33살 형님들의 '명불허전'과 새로운 도전이들에 비해 33살 트리오는 무르익을 대로 익은 기량을 뽐냈다. 추신수는 악몽의 지난해를 딛고 '추추 트레인'의 기적을 힘차게 울렸고, 이대호와 오승환은 일본 열도 정복을 마무리했다.
먼저 추신수는 올해 최고의 반전을 이뤘다. 개막 후 4월까지 타율이 1할(9푼6리)도 채 되지 않는 등 전반기를 타율 2할2푼1리로 마쳤다. 지난해 부상의 여파가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기는 완전히 달랐다. 아시아 타자 빅리거 최초의 사이클링 히트를 작성하고 9월 생애 두 번째 '이달의 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결국 타율 2할7푼6리(555타수 153안타) 22홈런 82타점 94득점 출루율 3할7푼5리 장타율 4할6푼3리로 정규리그를 마무리했고, 팀의 서부지구 우승과 함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33살은 위대했다' 올해 절정의 기량을 뽐낸 텍사스 추신수(왼쪽부터)와 일본시리즈 MVP 및 프리미어12 우승 주역 이대호,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오른 오승환.(자료사진=텍사스, 박종민, 황진환 기자)
이대호 역시 친구 추신수에 뒤지지 않았다. 일본 진출 후 첫 한 시즌 30홈런(31개)을 넘긴 이대호는 일본시리즈에서는 타율 5할 8안타 2홈런 8타점으로 MVP까지 올랐고 소프트뱅크의 2연패를 이끌었다. 여기에 숙적 일본과 프리미어12 결승에서 극적인 9회 역전타로 대한민국 4번 타자의 위상도 떨쳤다.
오승환도 마찬가지였다. 한신 마무리인 오승환은 올해 2승3패 4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2.83으로 지난해 2승4패 39세이브 ERA 1.76에 이어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지난해 일본시리즈 준우승보다 팀 성적은 떨어졌으나 오승환은 최고였다.
이 둘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일본에서 4년을 보낸 '빅 보이' 이대호는 이제 친구와 후배들이 뛰는 미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4시즌 570경기 타율 2할9푼3리 98홈런 348타점으로 검증을 마친 이대호는 목하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협상 중이다. 오승환 역시 이유는 다소 다르나 한국, 일본 무대를 평정한 뒤 미국까지 노리고 있다.
▲박병호-김현수, 너희가 중요하다
여기에 내년은 새로운 해외파들이 국내 야구 팬들에게 낭보를 전해줄 전망이다. 바로 KBO 리그 최고의 거포 박병호와 최고의 좌타자 김현수다.
박병호는 포스팅을 거쳐 미네소타로, 김현수는 완전 FA로 볼티모어로 이적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내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맞붙는다. 또한 같은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하면서 한솥밥을 먹게 된 사이기도 하다.
이들의 역할은 류현진, 강정호 못지 않게 중요하다. KBO 리그 선수들의 우수성을 다시금 입증시키고 확실하게 굳혀야 할 책무를 갖고 있다. 사실 박병호와 김현수는 류현진, 특히 강정호의 혜택을 톡톡히 입었다.
'대한민국 중심 타자 자존심 지킬까' 프리미어12 우승을 이끈 박병호(왼쪽)와 김현수는 내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맞대결을 펼친다.(자료사진=박종민 기자)
KBO 리그 야수도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정호가 입증했고, 때문에 스카우트들이 박병호와 김현수도 영입 대상에 올린 까닭이다. 이들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박병호와 김현수는 계약 후 "강정호 때문에 미국으로 올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류현진과 강정호는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바로 한국 선수들의 견고함까지는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두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냈지만 어깨 부상을 입었고, 강정호는 비록 타의에 의한 것이기는 하나 어쨌든 한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그렇다면 박병호와 김현수가 나설 차례다. 이들이 내년 한 시즌을 잘 적응해 온전히 치러낸다면 KBO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또 달라진다. 특히 내구성이라면 그동안 KBO 리그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이들이었던 만큼 빅리그에서도 장점을 발휘한다면 더 많은 선수들이 빅리그로 향할 수 있다.
값진 결실과 빛나는 성과를 확인했던 2015년 해외파 야구 선수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아쉬운 소식도 있었다. 과연 이들의 2016년은 2015년과 비교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내년 이맘때 또 어떤 결산 기사를 쓰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