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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청소년도 '골든타임' 있다…사흘 안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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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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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8세 미만 실종 아동 IP추적 방안 추진…방통위 반대로 답보

 

충남 천안에 사는 A(41)씨는 예년보다 따뜻한 올해 겨울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그의 딸이 집을 나가 한 달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딸이 추운 곳에서 떨고 있지 않은지, 혹시 나쁜 일을 당한 것은 아닌지 염려돼 밤잠을 설친다.

평범했던 딸은 올해 5월 불량 학생들에게 모텔로 끌려가 집단 폭행을 당한 이후 엇나가기 시작했다.

방황하며 밤늦게 들어오는 날이 잦아진 딸은 결국 지난달 8일 가출했다. 처음에는 휴대전화로 연락됐지만 2∼3일 지나자 전화도 꺼져 A씨가 딸에게 연락할 길도 없어졌다.

당장 범죄의 대상이 됐다는 뚜렷한 정황이 드러난 것도 아니기에 경찰도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 못한다.

A씨는 "딸이 분명히 친구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등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을 텐데 왜 찾을 방법이 없는지 이해할 수 없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27일 일선 실종 수사 담당 경찰관들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의 97% 정도는 사흘 안에 집으로 돌아온다. 보통 휴대전화도 꺼놓지 않는다. 전화를 통한 부모의 설득에 스스로 귀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나흘째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시점이 되면 대부분 휴대전화가 꺼진다. 이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은 청소년들은 대부분 범죄에 연루돼 적발되거나 피해자가 돼 경찰의 보호망 안에 들어오고 나서야 부모와 연락이 된다.

가출 청소년의 '골든타임'인 사흘 안에 소재를 파악해야 장기 가출 청소년 발생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이 골든타임 안에 가출 청소년의 소재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려 했지만 관계 부처의 반대로 답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올해 초 18세 미만 실종 아동에 한해 컴퓨터 IP 추적으로 소재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경찰은 갈 곳 없는 청소년이 가출 초기 보통 PC방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는 데 주목했다. 이들이 포털 사이트나 SNS, 게임 서비스에 접속한 IP 주소를 확인하면 어느 PC방에 있는지 장소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청소년이 어떤 인터넷 사이트와 게임을 이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들 서비스에 가입할 때 휴대전화 통신사를 통한 본인 인증 과정을 거치기에 부모의 동의를 얻어 이 인증 정보를 통신사에서 제출받아 가출 청소년이 포털, 게임, SNS 서비스에 접속한 IP 주소를 확인하겠다는 게 경찰의 방안이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반대하면서 경찰의 이런 계획은 더이상 추진되지 못했다.

방통위는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에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이 같은 인증 정보를 영장을 통해야 수사기관이 제출받을 수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상의 '통신자료'로 본다. 영장 없이 부모의 동의만으로 경찰이 통신사 인증 정보를 제출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경찰 방안 대로라면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가 통신사 인증 정보를 악용할 여지도 있다"면서 "조금이라도 인권이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면 법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도 법적 근거는 있다.

주소 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더라도 정보 주체에게 급박한 생명, 신체 등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공기관이 개인정보를 제출받을 수 있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 경찰이 실종 아동에 대한 신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규정한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실종아동법) 등이다.

무엇보다도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가출 청소년이 범죄에 빠져들어 돌이킬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방통위가 전향적으로 법리 해석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됐으나 끝내 찾지 못한 건수는 2012년 82명에서 2013년 97명, 지난해 138명으로 크게 늘었다.

가출 청소년 중 흡연을 경험한 비율은 72.2%, 음주 경험자는 55.1%, 약물 경험자도 3.9%나 됐다. 여성의 경우 성폭행을 경험한 비율이 25.3%에 달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임윤수 변호사는 "규제 당국에서 개인정보의 범위를 넓게 보고 이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은 큰 틀에서 맞다"면서도 "그러나 실종아동법 등 근거 법률이 있는 만큼 경찰이 부모 동의를 얻는다면 (가출 청소년의) 통신사 인증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이어 "경찰이 인증 정보를 악용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까 봐 너무 소극적인 것 같다"면서 "이는 절차를 잘 마련해 문제 소지를 줄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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