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에서 국정 교과서 파문까지 각종 사건과 논란으로 얼룩진 2015년이 저물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사건기자들이 돌아본 2015, 그 사건 그 후' 5부작 연속기획을 통해 올 한해 주요 이슈들의 오늘을 짚어본다.[편집자주]
공릉동 살인사건의 피해자 양모(36)씨가 사건이 발생했던 자신의 집을 가리키고 있다.
"야, 이제 그만해라! 가라!"
흉기를 들고 달려든 군인의 몸에 깔려 버둥거리면서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가까스로 흉기를 빼앗은 그는 애원하다시피 군인에게 그만해달라고 말했다.
119만 빨리 부르면 옆방에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아내를 살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몸싸움 끝에, 피범벅이 된 군인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 휘두른 그는 더 크게 소리쳤다.
"사람 살려!"
옆구리를 찔린 군인은 갑자기 일어나 방을 나가더니 풀썩 쓰러졌다.
그 옆에는 안방에서 나온 아내가 장롱에 몸을 기댄 채 잠들듯이 숨져 있었다.
◇ 피의자 신분 탓 심리치료 지원도 못 받아···악플 고소까지아내가 죽고 집을 옮긴 뒤, 냉기가 도는 세 평 남짓한 방 안에서 하루종일 우두커니 앉아있는 게 양모(36)씨의 하루 일과다.
결혼식을 앞둔 지난 9월 24일, 9년 동안 사귀었던 예비 아내는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군인의 손에 무참히 살해당했다.
양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당방위를 인정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피의자 신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려야만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양씨는 피해자 지원 심리 치료도 받을 수 없다.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 북부지검은 양씨에 대해 심리행동분석 등 추가 조사를 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힘든 건 그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주위의 시선이다.
'아내를 죽이고 군인까지 죽였다'는 악플을 견디다 못한 양씨는 23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사람 살려달라는 소리는 내가 질렀어요. 여자친구는 아랫배에 치명상을 입었는데 소리를 낼 수 있었겠어요. 제가 살인 청부했다, 교환 살인이다 의혹은 네버 엔딩이에요."
양씨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주민 김모(45·여)씨는 "그 사람(양씨)이 이사 가고 없어서 불안하지는 않지만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도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며 "주위에서 들리는 소문도 의심쩍다"고 말했다.
양씨는 "죽을 때까지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여자친구랑은 보통 연애 관계가 아니었어요. 9년 동안 제가 이것저것 가르치면서 키우다시피 했죠. 이젠 새로운 사람 만나도 연애는 못할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추스릴 새도 없이 그는 세상의 의심과 의혹에 여전히 고군분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