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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학문 지원 사업인 BK21 플러스 사업 평가를 앞두고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 교수가 직접 편집한 저널(journal, 학술지)에 자신의 논문을 무더기로 게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러한 문제를 확인하고도 의혹이 제기된 교수의 연구팀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 내 저널에 내 논문 싣기? 해당 교수 "최고 편집자가 따로 검토했다"교육부는 지난 23일 BK21 플러스 사업 중간평가 예비결과를 발표했다.
BK21 플러스 사업은 학자들이 안정적으로 학업 및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2013년부터 7년간 매년 약 2697억원을 투자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학술 지원 사업이다.
교육부는 이번 중간 평가에서 기존 사업단에 대한 1차 성과평가를 통해 상위 50% 사업단을 선정하고, 2차 평가에서는 하위 50% 사업단과 신규 신청 사업단 가운데 예비 선정 사업단을 골라냈다.
그런데 이번에 대상으로 선정된 서울 유명 S사립대 사업단을 이끄는 A교수(경영학과)가 논문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스페셜 이슈(특별판)'로 발간된 SSCI급 H학술지에는 A교수가 에디터(편집자)로 참여했는데, 총 19편의 논문 중 서문을 비롯한 9편의 논문 저자가 A교수였던 것.
보통 SSCI급 학술지에는 1년에 논문 한 편을 싣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A교수는 "나는 게스트 에디터(guest editor, 초청 편집자)로서 외부 저자들의 논문을 맡았고, 내 논문은 치프 에디터(chief editor, 최고 편집자)가 따로 리뷰(검토)하기로 역할을 나눴다"고 해명했다.
또 "서로 전혀 관여할 수 없도록 작업해 공정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다른 학술지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학계 "내가 쓴 논문 내가 검토하나… 학계 윤리로 상식 밖의 일"하지만 학계에서는 A교수의 행태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지적한다.
한 서울 사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구윤리에 따라 학술지 에디터로 있으면 자신의 논문을 싣지 않는 게 당연하다"며 "스페셜 이슈를 위한 게스트 에디터여도 상식적인 차원에서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또다른 경영학계 관계자는 "간혹 자신이 에디터로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싣기도 하지만,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자신이 편집한 학술지에 논문 9편을 한꺼번에 싣는 사례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학술지 편집자와 출판사의 모임인 출판윤리위원회(Committee on Publication Ethics, COPE) 역시 "기본적으로 편집자들이 자신의 논문을 자신의 학술지에 싣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라며 예외적인 상황으로 지적한 바 있다.
COPE는 연구 주제가 매우 협소해 학술지 선택의 폭이 제한될 경우 등에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고, 이 경우 저자를 감춘 채 다른 편집자들이 독립적으로 리뷰해 선입견을 최소화하는 등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교수가 게재한 논문 중 서문을 제외한 8편의 논문을 살펴보면 A교수는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로, 논문 공동저자들을 대표해 학술지 편집자나 리뷰어와의 연락 일체를 스스로 맡았던 셈이다.
◇ 교육부, "해외 저널이 리뷰한 논문들… 의혹 있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어"
더 큰 문제는 교육부 역시 평가 전부터 이러한 의혹을 알고 있었지만, A교수 사업팀의 선정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간 평가 중 2차 평가에서 SSCI논문 기준에 대한 집중적 논의가 있었다"며 "면접 심사에서도 스페셜 이슈로 갑자기 들어간 논문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