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9일로 문을 닫았다.
역대 국회 중 법안처리 실적이 가장 낮은 '부실국회'의 오명을 남겼을 뿐 아니라 여야가 합의했던 쟁점 법안의 처리에도 실패했다.
더구나 쟁점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10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도 법안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발의된 법안 수는 1만 7,309건이다. 이 가운데 실제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6,130건으로 가결률은 35.4%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역대 국회와 비교해 최악의 수준이다.
앞선 국회의 가격률은 ▲18대 44.4% ▲17대 50.4% ▲16대 62.9% ▲15대 73.0% ▲14대 80.7% 등으로 19대 국회의 가결률이 최저 수치다.
19대 국회는 여야 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서로 '네탓' 공방을 벌이며 입법권의 의무를 내팽개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150일 동안 여야의 대치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또 2013년에는 방송법 개정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을 보이며 8개월 동안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였다.
여야가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정쟁에만 매몰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19대 국회는 사회적 이슈로 인해 정쟁에 휘말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계파 간 당내 주도권 다툼도 지속돼 국회가 '입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마지막 정기국회 날인 9일 본회의에서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처리하기로 합의한 쟁점법안조차 처리되지 못했다.
합의됐던 쟁점법안은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대중소기업상생협력에 관한 법률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5개다.
새누리당이 단독 소집한 임시국회가 1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열리지만 이 같은 쟁점법안 처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직권상정을 통해 법안 처리를 추진했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이 거부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는 상임위의 법안 논의를 생략한 지도부 간 법안 처리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근로기준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산업재해보상법 개정안 등 '노동관련 5개 법안' 처리를 놓고도 여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동관련 5개 법안을 '패키지'로 연내 처리하겠다며 고삐를 당기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절대 처리할 수 없다며 나머지 법안을 수정한 뒤 '분리처리'하자며 맞서고 있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이미 공천룰 전쟁 등 '선거모드'에 접어든 만큼, 법안 처리에 관심이 줄어든 19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두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