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넘긴 박근혜정부, 사시 논란만 4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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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사법시험 존치 여부에 관한 법무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차관은 "2021년(제10회 변호사시험)까지 4년간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하고, 그동안 폐지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부가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 방침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뜨거운 사시 존폐 문제를 다음 정권으로 '폭탄 넘기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가 3일 '사시 폐지를 오는 2021년까지 4년 동안 유예하겠다'고 밝히자 존치와 폐지를 주장해온 양측 모두 '미봉책'이라고 반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한시적 존치는 방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는 "떼쓰는 것에 떠밀린 미봉책"이라는 입장을 냈다.

정부는 2021년 폐지가 기본 입장이라고 못 박고 있지만, '4년'은 다음 정부와 20대 국회의 몫으로 골치 아픈 문제를 넘긴 모양새로 보일 여지가 충분하다.

실제로 법무부 브리핑에서는 "현 정권에서 결정을 회피하는 선거용 묘수가 아니냐"며 다음 정부로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법무부 관계자는 "당장 내년 2월에 1차 시험이 끝나는 마당에 다음 시험을 준비할지 이해관계가 걸려있어 일단 정부 방침을 정해주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기존 법조인 양성 체제에서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대법원은 이날 법무부 발표 직전 발표 내용을 들었다며 법무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심층적인 연구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을 너무 거친 방식으로 처리했다며 이처럼 서둘러 발표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이다.

유예기간 4년에 대한 법무부 설명은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가 10년간 시행돼 정착되고, 변호사시험 5년·5회 응시횟수 제한에 따라 불합격자 누적이 둔화·정체돼 응시인원이 약 3100명에 수렴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법학교수회 백원기 회장은 "4년 후 또다시 국력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며 "20대 국회 임기에 맞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국회를 통해 법 개정이 돼야하기 때문에 향후 입법쟁탈전 역시 치열할 전망이다.

애초 계획은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된 이듬해부터 매년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2017년 사시 폐지였다.

그러나 '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 '사시는 고시 낭인만 양산하는 구시대 제도'라는 등의 논란은 팽팽했다.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는 이날 "속은 느낌"이라며 "신뢰를 무너뜨리는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수그러들지 않은 찬반 논란 속에 법무부는 로스쿨 제도를 정착하되 사법시험 1·2차와 유사한 별도의 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사시 존치 효과를 유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일종의 '희망의 사다리'로 변호사 시험에 대한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일본의 사례를 엿볼 때 로스쿨과 양립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일본은 2004년 예비시험제도 도입 이후 로스쿨이 난립하면서 공동화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를 밑돌기도 하면서 평균합격률이 3% 안팎에 불과한 예비시험에 대한 선호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장래를 보장받지 못한 채 1년 학비가 2천만 원 안팎에 달하는 로스쿨에서 3년 과정을 굳이 거지 않고, 예비시험에 합격한 뒤 대체 법학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변호사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될 경우 제2의 논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결국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 단일 체제로 간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라며 "예비시험제는 로스쿨제도 정착을 뒷받침하는 보조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은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둘 바에야 사법시험을 계속 존속시키는 것이 낫다"며 "2020년 총선에서 정치권이 사법시험 존치 논의를 다시금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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