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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억원'으로는 턱도 없어…'누리과정 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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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도교육청 "더는 지방채 발행도 못해"

(사진=자료사진)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우회 지원을 위한 목적예비비 3천억원을 포함한 2016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이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업비 2조1천억원에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업에 필요한 돈은 2조1천억원인데 예비비 3천억원을 제외하면 여전히 1조8천억원 가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지방채도 발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별 교육청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15회계연도 6조1천억원에 이어 2016회계연도에 3조9천억원의 지방채를 시도교육청이 발행할 수 있도록 승인한 상태다.

시도교육청은 그동안은 지방채를 발행해왔지만 이미 한계상황에 처해 더 이상은 발행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협의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겨 발행한 지방채는 한계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이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는 발행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학교운영지원비 삭감, 열악한 교육환경 등으로 초·중등교육의 황폐화가 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도교육청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발행한 지방채 규모는 2012년 2조 769억원에서 올해 10조 6188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더욱이 교육부는 그동안 교육청이 발행해온 지방채 10조9천억원(2015년말 기준)에 대한 이자 3800억원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전액 삭감한 바 있다.

2015회계연도에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소요 비용 1조7천억원 중 목적예비비로 5046억원이 지원됐고, 1조원 규모의 지방채가 발행됐다. 나머지 2천억원 가량은 시도에서 추가 지방세를 지원받아 해결했다.

◇ 서울·경기도의회,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편성 거부

전체 17개 교육청 중 대구와 울산, 경북을 제외한 14개 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전액에 대해 편성을 거부한 상태다.

3개 교육청의 경우도 대구시교육청 382억원(6개월), 경북도교육청 493억원(6개월), 울산시교육청 348억원(9개월)으로 6~9개월치 예산만 편성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 17개 지자제 중 대전과 세종, 경기, 충북, 충남을 제외한 12개 시도는 교육청의 예산 편성을 염두에 두고 내년도 일반회계 예산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이 계속 예산편성을 거부할 경우 지자체로서는 세입이 없는 세출이 발생하게 되는 만큼 재정압박을 받게 되고, 결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에서 편성하고, 지자체가 교육청으로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넘겨받아 대신 집행한다.

더욱이 예산안을 심의하는 시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어린이집은 물론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마저 제동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경기도교육청이 편성한 내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4929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도 4일 서울시 교육청 예산안 중 유치원 예산 2500억원을 전액 삭감할 방침이다.

오히려 서민층 자녀가 많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지원해주지 못하면서 유치원만 지원해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김문수 교육위원장은 "유치원 누리과정 2500억원을 전액 삭감해 유보금으로 갖고 있다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3800억원이 편성될 경우에만 이들 누리과정 예산을 통과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물론 각 시도나 시도교육청마다 처한 입장이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국 누리과정 예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울과 경기지역의 경우 당장 다음달부터 어린이집은 물론 유치원 교육 대란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 누리과정,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에 5세까지 보육 및 교육을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겠다는 공약을 내놓았고, 현 정부는 이에 따라 2013년부터 3~5세 무상보육(누리과정)을 확대 시행해오고 있다.

교육부는 2011년에 만들어진 '중기(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추정치'를 토대로 지난 2013년 누리과정 대상을 3~4세까지 확대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시도교육청이 떠안도록 해 그 부담이 크게 늘었다.

누리과정은 2012년 도입 당시에는 5세만을 대상으로 했다.

당시, 정부는 2015회계연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2011년 35조 3천억원에 비해 14조1천억원이 늘어난 49조 4천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4조1천억원 늘어난 39조4천억원에 그쳤다.

시도교육청은 내년도 교부금은 41조 3천억원 가량 되지만 이같은 규모로는 인건비 등 경상경비 상승분을 충당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앙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27% 및 국세분 교육세 전액을 재원으로 한다.

◇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정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 10월 누리과정예산을 아예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못막는 방향으로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의무지출경비는 중앙부처가 시도교육청 등에 예산을 교부할 때 강제 편성하도록 한 경비다.

하지만 교육감들은 자신들의 공약도 아닌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소관도 아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까지 편성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유치원은 교육기관으로 규정돼 교육감의 지도감독을 받고 있지만,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상 보육기관으로 지도감독 권한이 시도에 있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의 의무지출경비로 편성하고,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비율을 내국세 총액의 20.27%에서 25.27%로 상향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시도교육감 협의회는 이럴 경우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규모가 9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교육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여당이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고 있다며 '누리과정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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