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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진압에 가로막힌 천편일률 집회 벗어나려면 시민 참여 절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키려는 참가자들의 물리적 저항과 시민불편 해소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되는 대규모 경찰력 동원. 대규모 집회 때마다 크고 작은 충돌은 반복되고 집회 주체나 경찰은 서로를 겨냥해 '과잉 살인진압' '불법 폭력시위'라는 네탓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두 개의 법익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없는지를 돌아보는 '네탓 공방 시위·진압 문화 이대로 좋은가'라는 3부작 연속기획을 준비했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화염병'은 어떻게 시위 현장에서 퇴출되었나?
② 대규모 집회, 또 청와대 진격입니까?
③ 밧줄-차벽 줄다리기, 컨트롤 타워로 끝내자


오는 5일 열릴 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보다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집회 지도부나 참가자들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민주노총 등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가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를 실시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왜 집회할 때마다 본집회-청와대 행진 반복해야 하나

한국갤럽이 지난달 셋째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차 민중총궐기 집회참가자들의 시위 방식이 과격했다는 답변은 67%에 달했다. 반면 경찰이 과잉 진압했다는 의견은 49%에 머물렀다.

대중집회에 몇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는 회사원 조대영(31)씨는 "박근혜 대통령도 없는 청와대로 행진해 물리적 충돌까지 빚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집회 주체쪽이) 관성적으로 청와대 행진이라는 목적을 정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집회 취지나 물리적 저항의 정당성에 공감하더라도 '청와대 진격'만 외치는 천편일률적 집회문화를 바꿔야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박래군 '인권 중심 사람' 소장은 "차벽을 뚫기 위한 집회는 제일 앞에 있는 소수만 경험할 뿐"이라며 "참가자들 모두가 집회 전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폭력·비폭력의 이분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가만히 있으라' 행진을 제안했던 용혜인씨는 "집회를 열고 청와대로 행진하다 막히면 몇시간 싸우다 밤이 되면 마치는 '청와대에 대한 집착'을 그만둘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 새로운 집회 열고 싶지만… 경찰 강경진압에 참가자 통제도 쉽지 않아

이에 대해 집회 지도부는 청와대 행진 외에도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경찰 진압에 가로막혀 실패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지난달 1차 집회에도 야광봉 10만여개를 준비하는가 하면 세월호 농성장 인근에서 시민 수백명이 촛불을 들었다"며 "경찰이 광화문 광장을 가로막고 강경진압에 나서는 통에 준비했던 행사들이 모두 무산됐다"고 말했다.

경찰의 폭력적 진압에 일부 집회참가자가 맞대응하면서 집회를 이어가기 쉽지 않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박 대변인은 "10만여명이 모이면 집회지도부가 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라며 "일부 강경 성향의 집회참가자가 돌발행동을 벌여도 이를 막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앞두고 경찰은 현장체포조 재가동을 예고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지난달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차벽, 물대포를 치우면 평화시위를 약속하겠다"고 밝히고 조계종이 중재에 나섰지만, 이대로라면 대규모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막으면 돌아가고, 그 자리에서 '난장'… 목적 없는 집회를 열자

지난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행진하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오히려 경찰의 강경 진압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집회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당 정진우 기획실장은 "2011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집회 당시 경찰의 극심한 탄압에 집회 주최측이 참가자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며 "행진하다 갇히면 막힌 그 자리에서 스스로 행사를 즐기는 '난장'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집회를 시도할 동력인 시민의 참여를 위해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총장은 시민들을 찾아가는 집회를, 박래군 소장은 시민 스스로 찾아오는 집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안 사무총장은 "경찰이 막으면 돌아가고, 차도를 막으면 인도로 행진하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광화문을 막으면 서울 시내 전역을 행진하며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대규모 집회에서 당장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면 각자의 지역에서 시청광장으로 모이는 소규모 행진에 주목하자"며 "행진하기 어렵다면 각자의 지역에서라도 다양한 집회를 열고, 시민들이 원하는 집회를 골라 참여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명 연사들의 연설을 일방적으로 듣는 집회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열린 광장' 역할을 하는 집회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용혜인씨는 "'가만히 있으라' 행진을 할 때 집회 무대와 상관없이 곳곳에서 의견을 나누는 '현실판 아고라'가 열렸다"며 "오히려 10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야말로 참가자 개인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다른 방식이 시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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