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현장에서 발생한 경찰의 취재방해와 시민 인권탄압 행위의 재발 방지를 위한 '취재방해감시단'이 발족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 김환균) 등 15개 현업언론단체와 언론시민단체는 1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발족식을 열고 오는 5일 2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공식 활동할 것을 선포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행진하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참석자들을 향해 경찰이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지난달 14일 일어난 1차 민중총궐기대회 현장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많은 참여자들이 부상을 입었다. 심지어 백남기(69) 씨는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
경찰의 물대포와 캡사이신은 당시 상황을 취재하던 기자들도 공격했다. 경찰은 방송사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취재 중인 기자와 오디오맨의 머리를 겨냥해 수초간 물대포를 직사했다. 국내 언론사와 외신기자 가릴 것 없이 물대포를 뒤집어써야 했다.
심지어 경찰은 근거리에서 카메라기자를 향해 캡사이신을 조준 살포하고, 시위 참여자 연행 사유를 묻는 기자들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여러 기자가 부상을 입었고 카메라와 장비 또한 파손됐다.
발족식에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취재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언론인에게까지 이 정도인데, 일반 시민에게는 오죽했겠느냐"고 한탄했다. 이어 "취재진을 공격하는 것은 민주주의 심장을 쏘는 것과 같다"며 "공권력으로부터 취재진을 보호하고 동시에 시민 인권 탄압 사례를 감시하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1일 오후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진행된 ‘취재방해 감시단 발족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취재방해감시단 단장을 맡은 송관수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취재방해감시단'은 원래 필요 없는 게 정상인데, 이를 만들어야 할 정도의 상황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집회 결사 자유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언론이 감시하고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데, 제 역할도 하지 못하는 언론을 보호하겠다는 조직으로 비칠까 염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언론 취재 자유는 시민의 집회결사 자유를 보장하는 기초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 있었다"며 양해를 구하고, "시민들의 요구가 정확히 알려질 수 있도록 취재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집회의 취지와 주장이 무엇인지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한국기자협회 보도자유분과위원장 역시 "이름은 '취재방해감시단'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취재진도 시민이므로, 우리의 궁극적 관심은 시민의 안전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재방해감시단'은 발족식 이후 경찰청에 5일 민중총궐기대회 중 활동 계획을 통보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이어 당일에는 행진·시위 시 경찰 병력 및 저지선 인접 거리에서 경찰의 인권 침해, 방해 행위를 감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