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영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제조사, 통신사로 명확하게 나눠져 있던 업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저마다 색깔을 내세우면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 구글 알뜰폰 '프로젝트 파이' 알기 쉬운 요금제 장점구글이 최근 넥서스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알뜰폰 서비스인 '프로젝트 파이'를 확대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는 구글의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브랜드다. 쉽게 말해 구글이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 망을 빌려 제공하는 일종의 알뜰폰 서비스다.
지난 4월 프로젝트 파이를 선보인 구글은 넥서스6를 통해 가입을 받았다. 당시 저렴한 서비스 가격에 사용자가 지나치게 몰릴 것을 우려, 가입자를 제한했다. 그러나 이번에 5X와 6P 두 제품이 추가되면서 총 3가지 넥서스폰 (넥서스5X와 넥서스6·6P) 사용자라면 누구든지 프로젝트 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 파이는 매달 20달러(2만 2600원)으로 음성 통화와 메시지를 무제한 쓸 수 있고 데이터는 GB당 10달러로 원하는만큼 사서 쓸 수 있다. 남은 데이터는 환불해준다. 현재는 미국에서만 가입가능하다.
국내 MVNO가 특정 이동통신사업자 한 곳으로부터 망을 빌려 쓰는 것과는 달리 '프로젝트 파이'는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네트워크를 모두 사용한다. 네트워크 환경이 더 원활한 망을 실시간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은 스마트폰-이동통신망 사업까지 거느리면서 자신의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게 됐다.
중국 샤오미도 지난 9월 '미 모바일' 브랜드로 MVNO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미 모바일은 통화, 문자메시지, 1MB 데이터 통신에 각각 0.1위안(약 18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월 59위안에 3GB의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정액제 상품도 있다.
애플은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으로 유통까지 손을 뻗었다. 매달 32달러(아이폰6s 16GB 기준)를 내면 1년마다 새 아이폰으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다. 또 새 아이폰을 받을 때마다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다.
휴대전화 유통은 이통사의 몫이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의 인기를 등에 업고 유통까지 거머쥐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미국에서 애플과 비슷한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스마트폰 구매 패턴이 소유가 아닌 임대(리스) 형태로 변하게 될 가능성도 있어 제조사와 이통사의 영토 전쟁은 업계의 판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구글 등 제조사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통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한다기보다 사물인터넷(IoT)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IoT에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못지않게 기기를 연결하는 통신망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관련 사업을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장기적으론 MVNO 사업을 통해 통신망을 운영·관리하는 노하우를 쌓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통3사, '제 2의 루나' 전용폰 찾기 동분서주…단말기 차별화로 고객 유치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를 출시하며 제조사를 긴장시키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중저가 스마트폰 인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루나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KT와 LG유플러스도 잇따라 전용폰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내친김에 타사에서는 볼 수 없는 전용 스마트폰으로 차별성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에서다.
SK텔레콤의 전용폰 루나는 출시 한 달만에 초도물량 3만대를 모두 팔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SK텔레콤은 루나의 충성 고객들을 대거 확보, 고스란히 고객 유치로 이어졌다. SK텔레콤은 후속 전용폰 모델을 찾기 위해 국내외 단말기 업체들과 접촉하는 등 제 2의 루나 출시를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