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해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쯤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경호관 2명의 경호 속에 취재진들에게 수고한다는 짤막한 인사를 한 뒤 빈소로 입장했다. 방명록에는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전 전 대통령은 10분여의 조문을 마친 뒤 ‘역사적 화해라고 볼 수 있나’ 등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빈소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과 경호관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2일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해 애도를 표한다. 손명순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에게 위로를 보낸다”면서 “기독교 신앙이 깊었던 분이니까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라 믿는다”고 애도한 바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이날 조문은 김 전 대통령과의 악연으로 인해 눈길을 끌었다.
전 전 대통령은 12·12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뒤 5·17 조치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을 상도동 자택에 가택 연금하고 강제로 정계 은퇴를 강요하기도 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날 감금할 수는 있어. 그러나 내가 가려고 하는 민주주의의 길은 말이야. 내 양심을, 마음을 전두환이가 뺏지는 못해”라고 맞섰다.
김 전 대통령은 1983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23일간 단식투쟁을 벌였고 이듬해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를 결성해 전두환 정권 퇴진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끝내 국민과 함께한 6월 민주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으로 제14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결성해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속전속결로 척결하고 1995년에는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군사반란 주도와 수뢰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 또 ‘5.18 특별법 제정’으로 남은 신군부 세력도 모두 법정에 세웠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로 초대하자 “전두환이는 왜 불렀노. 대통령도 아니데이. 죽어도 국립묘지도 못 간다”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이어진 오찬에서는 전 전 대통령이 와인을 더 요청하자 “청와대에 술 먹으러 왔나”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헌씨도 아버지를 대신해 조문했다. 재헌씨는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시기 때문에 (못 오셨지만) 정중하게 조의를 표하라고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