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번 권고에도 개선되지 않는 경찰
- 국민의 기본권을 보는 인식이 문제
- 집회 복면금지법? 우스운 이야기
- 농민 중태 원인이 시위대 탓? 본질 호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상희 (건국대 교수, 경찰인권위원 사퇴 선언)
경찰 조직 내에는 경찰이 국민의 인권을 얼마나 잘 보호하며 활동하는가를 감시하기 위한 경찰인권위원회라는 게 존재합니다. 외부의 덕망 있는 인사 16명으로 이루어진 위원회죠. 자진사퇴를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어제 한 경찰인권위원이 ‘더 이상 나는 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스스로 사퇴를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경찰인권위원직을 사퇴한 건국대학교 한상희 교수 직접 만나보죠. 교수님, 안녕하세요.
◆ 한상희>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사퇴까지 결심하시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뭘까요.
◆ 한상희> 사실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게 그렇게 자랑할 일은 아닙니다마는, 두 가지 정도를 이유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지난 주말에 있었던 민중총궐기대회에 경찰이 아주 불법적이고 폭력적으로 과잉대응을 했다는 것, 거기에 대해서 나름의 항의를 하고 싶었고요. 또 하나는 사실 경찰은 그동안 인권위원회를 만들고 인권센터도 만들고 하면서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 서기 위해서 노력들을 많이 해왔거든요. 저도 위원으로 있으면서 좀 경찰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정보 경찰이라든지 또는 이런 집회나 시위를 관리하는 경비경찰 부분에서는 경찰인권회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과연 제가 거기에 일을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만 두려고 작정을 한 겁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차벽이 처음 등장한 것도 아니고, 물대포가 처음 등장한 것도 아닌데, 전에도 이런 우려를 경찰측에다가 계속 전달을 하셨던 겁니까?
◆ 한상희> 최소한 2번의 계기가 있었습니다. 작년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을 때 상경하겠다고 하면서 올라온 유족을 진도 앞에서 경찰이 막은 경우가 있었죠. 그때 거의 물리적으로 상경을 막았고요. 정보 경찰들이 정보를 수집하고 그걸 감시를 했던 거죠. 그런 부분에서 경찰인권위원회에서 상당한 우려를 표명한 적도 있고요. 또 지난 4월 달에 역시 세월호 참사 1주기 때 그때 대중 집회가 있었는데, 이때도 차벽을 설치한다든지 하는 과잉 대응의 모습을 보였었거든요. 그래서 경찰 인권위원회는 그때도 나름의 권고도 하고 뭔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마는, 그런 권고라든지 자문의 결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이번에 나타나듯이 악화일로에 있는 그런 현상만 보이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이대로라면 이 기구의 존재 의미가 뭔가 하는 무기력함을 느끼신 거예요, 교수님. 그런데 지금 경찰의 얘기는 ‘이번 시위 같은 경우는 시위자체가 과격하고 폭력적이었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이런 대응이 불가피했다’, 이런 주장인데. 어떻게 보세요?
◆ 한상희> 경찰은 그것을 과거형으로 이미 발생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 이번 민중총궐기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경찰은 이 집회를 불법이다 또는 폭력시위로 과격하다라고 규정을 해 버렸습니다.
◇ 김현정>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규정을 해 버렸다.
◆ 한상희> 그렇죠. 5개 부처 장차관들이 모여서 소위 엄포를 놓다시피했고요. 경찰청장은 청장대로 집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차벽을 설치하겠다고 미리 이야기를 했었고요. 실제 집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차벽을 설치했고요. 물대포를 쏘는 것도 제대로 된 경고나 이런 것도 하지 않은 채 직사했다고 하죠. 그래서 쏘고 사람이 다쳤는데 이 사람이 다친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유감이나 사과 표명도 없이, 또 심지어 민주사회에서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는 사람들을 여당 대표는 중동의 IS에까지 비유하기도 했었거든요. 이것은 그러니까 국가가 국민을 바라보는 눈, 또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도 잘못됐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들이죠.
◇ 김현정> 제가 그것 잠깐 소개할게요. 그러니까 어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복면 금지법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전 세계가 복면 뒤에 숨은 IS 척결에 나선 것처럼 우리도 복면 뒤에 숨은 불법폭력시위를 척결해야 한다’, 그러니까 시위할 때 마스크 쓰면 잡아간다는 법입니다. 이것 어떻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 한상희> 사실 국민의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되는 건데요. 복면금지법이라는 게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뜬금없는 이야기인데요. 외국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복면 시위를 금지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에는 대부분 집회에 대해서 친화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집회를 되도록이면 최대한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죠. 특히 이제 독일 같은 경우에는 복면금지법을 하게 된 이유가, 집회를 할 때 주최측의 의사와 관계없이 느닷없이 엉뚱한 녀석들이 들어와서 복면을 하고 이 집회를 폭력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집회 방향을 막기 위한 것도 더 중요한 목적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집회를 보호하기 위한 그런 목적이 앞선 거죠. 실제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도 지난 2009년에 이 문제가 한번 더 거론됐었죠. 그때만 해도 수많은 반대에 봉착했었고요. 특히 헌법적으로 이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는 그런 결론을 내렸었고. 인권위원회도 집시법 개정안 중에서 복면금지법은 삭제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저는 이런 논의들이 두 가지 복선을 깔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 김현정> 복선이요?
◆ 한상희> 첫째가 뭐냐하면 복면을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이 자기의 기본권을 행사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 여기에 뭔가 불온한 의도가 있다든지 또는 폭력적이라든지 범죄와 비슷한 그런 뉘앙스를 가지게 만드는 좀 허위의식을 유도하는 모습이 있고요.
◇ 김현정> 여론에게 그런 것들을 유도한다.
◆ 한상희> 집회는 폭력적이고 불법적이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나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요. 두번째가 문제가 뭐냐 하면, 복면시위법 문제는 이미 정리된 의제거든요. 그걸 다시 수면에 꺼내는 것은 거기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논란을 집중시킴으로써 그동안 정부가 했던 잘못된 정책들, 국정교과서라든지 노동개혁이라든지 또는 인터넷 신문을 장악하겠다든지 그런 시도들, 그리고 지난번에 과잉진압 행위, 이런 것들을 가리기 위한 술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런 얘기도 합니다. 의무경찰들도, 의경들도 귀한 아들인데. 지금 복면 쓴 사람들이 폭행을 심하게 하고 있다.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복면을 벗으면 폭력시위 줄어들 거다, 이런 논리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한상희> 사실 의경들이 순수한 경찰의 업무나 본연의 임무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정권 안보를 위한 국가폭력의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출발하는 거죠.
◇ 김현정> 국가폭력의 수단으로 그 의경, 귀한 아들들도 원치 않은 채 동원이 되고 있다.
◆ 한상희> 사실 집회시위를 막기 위한 그런 최전선의 인력으로 의경이 동원되는 것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하는 그런 악습이거든요, 폐단이죠. 제가 듣기로 군인권센터라는 NGO가 있는데요. 의경들을 집회시위 대응 작전에 동원하는 것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그렇게 얘기한 적이 있거든요. 한 번 재판의 결과를 한번 기대해 보고 싶습니다.
◇ 김현정> 또 한 가지, 농민 백남기 씨. 지금 중태에 빠진 분인데. 이분을 쓰러뜨린 물대포를 두고 어제 여당 일각에서 어떤 주장이 나왔냐면, 그 농민이 중태에 빠진 게 물대포 때문이 아닐 수 있다, 영상을 잘 보면 시위대 속에 다른 인물 그러니까 다른 시위대의 일원이 물대포 맞고 쓰러진 농민을 폭행하는 걸로 의심되는 장면이 있다. 이런 주장이 새로 나왔어요. 이거 어떻게 보세요?
◆ 한상희> 제가 알기로는 그 이야기 출처가 일간베스트라는 이상한 사이트에서 나온 걸로 알고 있거든요.
◇ 김현정> 일베요?
◆ 한상희> 네, 지금까지 하는 것을 보면, 일베나 이런 데서 나오는 추측성의 또는 장난기 섞인 게 나오면 이걸 보수언론이 받아서 기사화하고요. 또 보수정치인들이 증폭하고, 또 그걸 또 다시 보수언론이 받아서 기정사실화 만드는 것인데요. 이 이야기도 대충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관계는 더 알아봐야 하겠습니다마는, 어떠한 사람도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사람에 대해서 다시 폭력을 가하는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더라도 이것은 그 내용은 뻔할 수밖에 없는데. 자꾸 이런 이야기를 증폭시키는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뭔가 좀 이야기를, 본질을 흐트러뜨리려고 하는 게 아니냐 이런 것도 우려가 되신다는 말씀이에요. 언제, 얼마나 맡으셨죠, 이 경찰인권위원은?
◆ 한상희> 1년 반 정도됐습니다.
◇ 김현정> 그 사이에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개선된 것은 없었고.
◆ 한상희> 네.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들어야겠네요. 들으면서 좀 안타까움들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한상희> 감사합니다.
◇ 김현정> 경찰의 과잉대응 문제에 항의하면서 경찰인권위원직을 사퇴한 분입니다. 건국대 한상희 교수였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