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양성평등 수준이 전 세계 115위로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한국의 성평등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발전했는데도 불구하고 WEF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론이 나오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5'(Global Gender Gap Report 2015)에 따르면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0.651(1에 가까울수록 평등)로 145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115위였다.
WEF는 2006년부터 경제 활동 참여·기회와 교육, 건강, 정치 권한 등 4개 분야에서 성별 격차를 수치화해 145개국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
분야별로는 경제 활동 참여와 기회 순위가 125위로 가장 낮았고 교육과 정치 권한 부문에서도 102위, 101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건강 평등 수준은 79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제 활동 참여와 기회 점수는 2006년(96위)보다 29계단 하락했으며 특히 남녀 임금의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비슷한 일을 할 때 임금 평등도'(설문) 항목에서 0.55를 받아 남녀 임금 격차가 캄보디아나 네팔보다 뒤진 116위로 나타났다.
또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에서는 양성평등 1위였지만 제3차 교육기관 등록은 116위로 나타났다.
건강 분야 역시 남녀 평균 기대수명 평등은 1위였지만 출생 시 남녀 성비 불균형이 128위에 그쳐 분야별 순위를 낮췄다.
한국은 여성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지만 정치 권한 부문에서도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다.
이는 여성 의원과 장관 비율이 현저히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전체 순위에서 인도(108위) 등에 밀렸다. 인도는 한국보다 여성 국가수반 집권 기간, 여성 의원 수 등에서 월등히 앞섰다.
한국의 남녀 격차가 크다는 이번 결과를 놓고 인터넷에서는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김동근 양성평등연대(옛 남성연대) 대표는 "한국이 과거에 성 격차가 심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역차별이 있다"면서 "여성은 군대도 안 가고 여대가 있어 대학 진학도 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서유럽 수준의 성평등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WEF 지수가 한국의 특수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주재선 박사는 "고등교육기관 진학률 항목에서 한국은 남자가 군대 가 있는 동안 대학에 재학한 것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남녀 격차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 항목은 가중치가 낮기 때문에 남녀가 평등한 것으로 가정해도 순위가 두세단계 정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유사노동에 대한 임금 격차 항목에 대해서도 "설문조사여서 실제보다 남녀 차이가 크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순위는 작년 117위에서 2단계 올라갔다"면서 "전문직 성비 부문에서 옛 분류방식이 사용되는 부분과 유사업무 임금성비 설문문항을 좀 더 명확히 한게 주효한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WEF 성격차지수의 특징은 수준을 보는게 아니라 남녀간 격차만 본다"면서 "여성들의 여건은 좋아졌지만 남성과 여성의 격차는 남아있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 세계에서 양성평등이 가장 잘 실현된 나라는 아이슬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밖에 독일은 11위였고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15위와 18위였다. 미국은 28위였으며 중국과 일본은 각각 91위와 101위로 순위가 낮은 편이었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주로 카타르(122위), 사우디 아라비아(134위), 이란(141위) 등 중동 국가였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양성 차별이 가장 극심한 나라는 예멘이며, 파키스탄(144위), 시리아(143위)도 낮은 점수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