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사진=자료사진)
"아무래도 빼빼로데이 마케팅은 좀 줄었죠. 과자 회사에서 처음 만든 기념일이다보니 마케팅이나 판매에 한계가 있고요. 또 유통가에서 주 고객층은 한국인이지만 더 많은 수익을 내려면 외국인 관광객을 잡아야 해요. 그런데 가장 큰 시장을 갖고 있는게 중국인이다 보니 중국인 관광객(유커)를 놓칠 수 없는거죠."
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우리나라에선 이름도 생소한 중국의 '광군제(光棍節)'에 국내 유통가도 들썩이고 있다. 한참 빼빼로를 주고 받는 '빼빼로 데이'에 열을 올리던 한국의 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들도 최근 빼빼로보다 광군제에 주목하고 있다.
광군제는 중국에서 매년 11월 11일을 가리키는 날로, 혼자라는 의미의 1이 네 번 들어가 '싱글 데이'로 통한다. 2009년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이날을 '애인 없이 혼자 쓸쓸히 보내는 대신 온라인 쇼핑을 하는 날'이라고 정의 내리면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와 같은 세계 최대 축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광군제를 탄생시킨 알리바바는 지난해 광군제 하루 만에 10조 2천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이날 발생한 소비는 23조원으로 추정된다.
여론조사기관 닐슨(조사기간 10월 16~21일)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56%가 올해 광군제에 지난해보다 더 많이 쓰겠다고 답했다. 중국은 물론 국내 유통가에서도 이번 광군제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큰 이유다.
중국 광군제 이벤트 알림. 광군제는 싱글데이로 불리며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대대적 할인행사가 펼쳐진다. (사진=중국 쇼핑사이트 갈무리)
실제 국내 유통업계도 '광군제'를 정조준했다. 롯데백화점은 중국 직구족을 포함, 국내 소비자까지 대상을 확대한 '코리아 광군제'를 실시한다. 10~12일 롯데닷컴과 롯데아이몰, 엘롯데 등 롯데의 온라인 몰에서 화장품과 영패션, 스포츠 상품을 30~80% 할인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현대 H몰 글로벌관에서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한국 대표 사품 세일전을 열고 MCM, 루이까또즈 등 잡화 브랜드를 70% 할인한 가격에 판매한다. AK플라자는 AK몰에서 '솔로 아이템전'을 통해 겨울 상품을 최고 81%까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또 111명에게는 추첨을 통해 최대 110% 적립금을 돌려주는 페입개 이벤트도 진행한다.
역직구몰 판다코리아와 11번가, G마켓 등도 인기제품을 50~80% 할인 판매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 유통업계까지 '광군제'에 동참하는 것은 '유커'를 사로 잡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내국인들이 주 고객층이지만, 전자상거래 기술과 물류망의 발달, 한류 확산에 힘입어 온라인 국경을 넘어 국내 시장으로 쇼핑을 오는 해외 소비자, 즉 '역 직구족'이 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직구 시장에 빼앗긴 국내 소비자의 빈자리를 해외 역직구족으로 채우는 동시에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함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고객 잡기'가 유통계에선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면서 "한국 관광을 통해 쇼핑을 하는 중국인들도 많지만, 쇼핑몰을 통해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런 추세에 맞춰 중국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각 쇼핑몰에서도 중국 고객들이 늘어나다 보니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등 쇼핑몰에서도 중국인 고객 잡기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대형할인점 등에선 여전히 빼빼로 데이를 맞이해 기념행사를 하고 있지만 백화점 등에서 '빼빼로 데이' 마케팅을 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광군절에 집중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에선 식품도 델리나 디저트 등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공된 과자를 판매하는 마케팅을 주력할 순 없다"면서 "중국 광군제도 우리 이슈는 아니지만, 이 모티브를 빌어서 다른 상품들까지 판매해 더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