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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과 갑을계약서? '동행'계약서로 바꿨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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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장석춘 (성북구 동아에코빌아파트 입주자대표)

'슈퍼 갑, 을의 눈물, 갑질' 이런 용어들이 이제는 낯설지가 않으시죠? '갑을'이라는 거, 사실상 계약서상의 상대방을 지칭하는 법률용어일 뿐인데 어느 틈엔가 강자와 약자를 상징하는 권력관계 용어처럼 돼버렸습니다. 그런데요.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갑을계약서 대신 동행계약서를 도입해서 화제입니다. 아파트 내 경비원들과의 계약서에 '갑을'이 아닌 '동행'으로 표시가 된다는데. 계약서 명칭 하나 바꾼다고 해서 단지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졌을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그 착한 아파트의 주민 한 분과 직접 얘기나눠보죠. 동아에코빌아파트 입주자 대표세요. 장석춘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CBS 김현정의 뉴스쇼 다시듣기]

◆ 장석춘>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맨처음에 갑을계약서 대신 동행계약서 쓰자, 이런 아이디어를 내셨다고요?

◆ 장석춘> 그렇습니다. (웃음)

◇ 김현정>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내게 되셨어요.

◆ 장석춘> ‘갑을’이란 게,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그게 다 같은 거거든요. ABCD나 같은 건데. 소위 ‘갑질’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와서 요새 사회적으로 거북한 일들이 많아요. 또 아파트 뿐만 아니라 많이 요즘에 갑질 논쟁이 많이 일어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들이 계약할 때가 돼서, 이거 ‘갑을’을 ‘동’하고 ‘행’으로 하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여기에서의 ‘동행’은 어떤 뜻인가요? 함께 걷는다는 그 동행이 아니에요?

◆ 장석춘> 읽기는 그냥 ‘동행’으로 읽습니다마는 뒤의 ‘행’은 ‘행복할 행’자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함께 걷기도 하지만, ‘우리 함께 더불어 행복하자’는 그런 심오한 뜻이 들어 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이 계약서를 아파트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계약서를 다 쓰시는 거예요?

◆ 장석춘> 그렇습니다. 계약서 이름 자체를, ‘동행계약서’라고 쓰면 그 상대방 되는 분도 좋아하죠.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렇죠. 기분이 좋죠, 우선.

◆ 장석춘> 기분이 좋죠.

'동행계약서' (사진=관리사무소 제공)

 

◇ 김현정> 사실 요즘에 경비원분들하고 주민들간의 갑질 사건이 자주 발생했어요. 작년에 주민 갑질에 못이겨서 분신하신 분도 계셨고, 얼마 전에 택배 받는 문제 때문에 살인사건까지 벌어졌고. 또 지난주에는 경비원분들이 꼬마들한테까지 90도 인사하는 사진이 올리와서 논란이 됐던 거 아시죠, 대표님.

◆ 장석춘> 그런 경우는 요즘에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일이거든요. 도대체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했는데.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거죠.

◇ 김현정>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기가 막힌 일이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 장석춘> 그런데 경비원분들도 상처가 크시겠지만 어쩌면 그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선량한 주민들이 더 큰 피해와 상처를 입지 않았겠습니까?

◇ 김현정> 일부 횡포를 부리는 분들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주민들도 같이 상처를 받는다 이 말씀이세요?

◆ 장석춘> 그렇죠. ‘너 그 아파트에 살지’하면 얼마나, 만약에 저희 아파트에 그런 입장이면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겠어요.

◇ 김현정> 그래요. 다들 이런 마음만 가지시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 장석춘> 갑질한 사람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거라 생각합니다.

장석춘 입주자대표(왼쪽)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좋은 말씀이에요. 그런데 들으시는 분들 중에 그런데 계약서의 제목만 동행으로 바꾸면 뭐가 그렇게 실제로 달라질까 싶다, 의아해 하는 분들도 계세요. 실제로 뭔가가 좀 달라지던가요?

◆ 장석춘> 저희가 ‘동행계약서’라는 조그마한 아이디어지만 그걸 아파트 게시판에다가 붙여놨어요. 또 ‘경비원, 미화원도 우리 아파트의 가족’입니다라는 것도 붙여놨어요. 가끔 경비 어르신들한테 막 심하게 하는 사람이 종종 이렇게 해서 마음이 아팠거든요. 그리고 특별히 우리 모범이 되는 분들한텐 저희들이 표창도 드리고, 사진도 좀 멋지게 찍어드리고.

◇ 김현정> (웃음) 멋지게 찍어드리고?

◆ 장석춘> 그리고 일하시는 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보니까 명절 떡값을 추석, 설날 7만원씩 드리고 있더라고요. 몇 분 안 되는데 7자가 뭐냐. 이왕이면 10자로 고쳤으면 좋겠다 해서, (웃음) 3만원 더 준다고 해서 10명 해봤자 30만원밖에 안 되거든요. 10만원으로 이제 올려드리고 그러니까 벌써 달라지죠, 그분들 표정이 달라지고. 그리고 경비원 급여를 최저임금 기준에 맞춰 지급하는데, 최저임금이 얼마 전 인상됐잖아요. 그러면서 그 인상분만큼 경비원을 줄이자는 얘기들이 아파트들에서 여럿 나왔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경비원 수 줄이지 않기로 같이 뜻을 모았구요. 또 쉼터에 에어콘도 없으셨었는데 설치해드렸죠.

◇ 김현정> 그랬군요. 그리고 어떻게 달라지던가요? 이런 작은 것부터 세심하게 신경을 써드리니까 경비원 반응이 어때요?

◆ 장석춘> 고맙다고 그러죠. 미화원 분들, 아파트에 청소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다보니 아파트 계단이 깨끗해지죠. 그분들이 전에는 고개 숙이고 청소만 했는데, 지금은 지나다니면 먼저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항상 고마워요.’ 그런 얘기도 해주시고, 그러면 더 잘 해야드려야겠다 이런 생각도 들고요.

◇ 김현정> 그분들도 기분이 좋아지시고, 덕분에 주민들도 기분이 좋아지시고 이런 게 진짜 상생이네요, 윈윈이고.

◆ 장석춘> 그렇죠. 먼저 감 가지고 오는 분들, 붕어빵 사가지고 오는 분들도 계시고, 고맙죠.

◇ 김현정> 대표님. 이렇게 자랑하시면 오늘 방송 끝날 것 같아요, 이러다가. (웃음)

◆ 장석춘> (웃음) 죄송합니다.

◇ 김현정> 마지막으로 이왕 방송 연결되신 김에, 전국에 지금 방송을 듣고 있는 전국에 있는 많은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 당부의 말씀 한말씀 있으시다면 해 주시죠.

◆ 장석춘> 저희 아파트는 ‘입주민과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아파트’라고 이야기합니다. 전국의 모든 아파트가 이런 식으로 같이 노력을 하면 좋겠어요.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겠습니다마는.

◇ 김현정> 전국에 이런 ‘착한 아파트’들이 좀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저도 이런 생각이 들고요. 월요일 아침부터 이렇게 훈훈한 이야기로 마음을 데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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