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을 고리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천명했지만, 학계와 야당은 이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오히려 우리와 상황이 비슷했던 통일전 서독은 국정이 아닌 '검인정 교과서'를 썼다는 점에서 '통일' 논리가 국정화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통일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강한 자긍심과 역사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역사교과서는 국정교과서를 통해 소위 '올바른 역사관'을 가져야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극찬한 현행 교학사 교과서를 보면 이런 발언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선 교학사 교과서는 친일 부역과 항일운동 내용을 축소하면서 '식민지사관'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으며 일선 학교로부터 철저하게 배척당했다.
일제와 군사독재 등 우리나라의 어두운 과거를 애써 부정하다보면 되레 친일 옹호와 민주주의 부정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릴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정교과서가 마치 독일 전체인 것처럼 말했지만, 통일전 서독은 검정교과서를 썼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공산주의를 표방했던 동독만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를 사용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검인정 교과서를 사용한 서독이 통일 과정에서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통일을 위해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말하는 자긍심이 지금까지 우리가 인식했던 역사관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박 대통령이 보는 자긍심의 기준이 보편적 기준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역사학과 이신철 교수는 "자긍심의 근거를 뭐로 볼거냐하는 문제인데 국정화 옹호론자들은 일제 식민지때도 발전이 있었다고 보고 산업화 과정의 경제적 발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하지만 이를 넘어서 식민지 극복을 가장 큰 자부심의 근거로 봐야하고 산업화와 민주화 성공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집필진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권희영 교수는 일본의 '쌀 수탈'을 '쌀 수출'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 미래지향적인 보편적 가치에 대한 언급은 없어 '과거지향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사상적 지배'가 북한식 사회주의에 물들수 있다는 우려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는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반공 이데올로기의 '판박이'로 읽힌다.
같은 맥락에서 '통일 대비' 논리를 중심으로 한 교과서 국정화의 명분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정당화'와 일맥상통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