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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집필진 구성 난망…고희(古稀) 넘긴 노교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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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국정 도입이 확정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에서 집필 참여를 결정한 이화여대 신영식 교수가 국사편찬위원회의 교과서 개발 방향과 집필진 구성 등 일정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윤성호 기자)

 

박근혜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가운데 대표집필진으로 공개된 교수가 발표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는 등 집필진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국사편찬위원회의 국정교과서 집필진 발표 현장.

애초 6~7명의 '학계 원로'가 자리할 것으로 예고됐지만, 이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옆에는 이화여대 신형식 명예교수만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심지어 집필진 중 가장 먼저 물망에 오르내렸던 서울대 최몽룡 명예교수는 브리핑실에서 등장하지도 않았다.

김 편찬위원장은 "최 교수 댁으로 직접 찾아가 모셔 오려 했다"며 "하지만 제자들이 '선생님을 좀 더 보호해 드려야겠다'는 입장에서 자리에 안 나가시는 게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부랴부랴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최 교수는 자신이 '대표 필진'으로 뽑혔단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집필에 참여하기로 약속했지만, 대표 필진인 줄은 보도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며 "제자들이 '나를 희생시켜 (반대 여론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만류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거센 반발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인 정부가 이제는 교과서 집필진 구성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나마 초빙해 공개된 대표 필진 두 교수는 은퇴한 지 오래인 6, 70대 노교수들뿐으로 교과서 편찬 실무를 맡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역사문제연구소 배경식 부소장은 "노교수들이 중·고등학생들이 읽을 교과서를 제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10여 년 전 국정교과서 시절과는 문장·형식이나 내용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2017학년도 교과서라면 최신 이론을 반영해야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교수들이 마지막으로 논문을 내놓거나 학회지에 글을 실은 게 언제인가 싶다"며 "사실상 '얼굴마담'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편찬위원장이 "근현대, 특히 현대사 분야는 역사학자를 포함해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헌법학 전문가가 다양하게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배경에도 역사학과 교수를 집필진으로 끌어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정부가 역사학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으며 대다수 역사학계 교수들이 집필 거부 선언에 동참한 바람에 별수 없이 다른 분야 전문가를 주축으로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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