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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인 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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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하던 일이 현실화됐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속도감 있게 추진력있게 진행됐고 마치 군사작전을 보는 듯하다.

국정화 여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던 정부가 비밀리에 TF를 운영하고, 지난달 12일 국정화 방침을 전격 발표한 뒤 20일간의 행정예고기간엔 전국적인 반대 목소리에 귀를 닫은 채 급기야 3일 확정고시까지 완료한 것이다.

그런데 확정고시를 이틀이나 앞당겨 실시한 이유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설명은 '더 이상 추가되는 의견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 뿐이었다.

교과서 국정화는 전문가 그룹과 여론 모두 반대 의견이 크게 앞선다. 지난 1992년 헌법재판소가 '국정제보다는 검정제가, 검정제 보다는 자유발행제가 헌법가치에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듯, 헌법의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황교안 총리의 이날 브리핑은 궤변과 과장, 비논리로 가득하다. 국정화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현행 검정교과서의 편향성을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검정교과서가 몇 종인지는 형식적인 숫자일 뿐, 실제로는 다양성이 실종된 사실상 1종의 편향 교과서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 중 3개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 99.9%가 좌편향 교과서를 선택했다"는 말도 했다.

현행 검정교과서는 A교과서가 33%, B교과서가 29%, C교과서가 16% 순으로 서너 개 교과서가 전국적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지만 황 총리는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나머지를 좌편향으로 몰아 사실상 1종의 편향성 있는 교과서로 싸잡아 비판했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학자의 90%를 좌파로 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 만큼이나 오만하다.

황 총리가 몇 가지 대목에서 편향성을 지적한 부분은 향후 검인정과정에서 인내심을 갖고 수정하면 된다. 다양성이 실종됐다고 비판하면서 국가가 직접 교과서를 쓰겠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다.

오히려 대다수 학자들이 집필을 거부하는데도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세계사의 조류와 역행할뿐더러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그저 '매춘부'였다고 주장하는 교과서를 옹호하고 있는데, 교과서의 중앙집권화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관련해 외교적으로도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을 것이다.

오죽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정옥자 서울대명예교수와 박근혜 정부 1년차까지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까지 국정화에 반대했을까? 이들도 좌익학자로 규정할 것인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4일 집필진 구성과 편찬기준을 발표하는 등 속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곧 30여명 가량의 집필진을 꾸려 내년 11월까지 제작을 마친 뒤 2017학년도부터 사용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어떤 화려한 이유를 갖다대든 헌법과 전문가, 그리고 여론이 모두 반대하는 제도를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많은 후유증과 대가를 치를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벌써부터 장외투쟁과 대안교과서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생략한 정부의 이번 선택이 통합보다는 이념대결로, 대화보다는 대결로 우리 사회를 내몰지나 않을 지 위태롭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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