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정부가 좌편향이라고 주장하는 현재의 한국사 검인정 교과서는 박근혜정부 초기 청와대가 직접 검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 초기까지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3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98.1Mhz)에 출연해 "정부 초기에 검인정 작업 심사가 일단 끝났을 때도 청와대 교문수석실에서 한 부를 가져가서 한 열흘간 검토를 했다"고 증언했다.
이태진 교수는 "그러니까 아주 좌편향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그런 책은 객관적으로 볼 때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그런 것이 남아 있으면 고치면 되는데 그걸 꼬투리로 해서 제도를 바꾸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새누리당 내에서 '국정화 반대세력이 적화통일을 준비하려는 용공세력'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 "지금 교과서에 그런 게 나와 있는 것 없다"면서 "지금 제도 자체를 바꾸려하니까 이건 민주주의에 역행한다고 해서 사회적인 반발이 굉장히 심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 중반인 2010년 9월부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9월까지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냈다. 현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직전 위원장이다.
또 이 교수는 "단일 교과서가 되면 국가적 입장에서 기술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일본에 대해서 강한 비판을 담아야 하는데 일본이 외교적으로 그것을 문제 삼을 수 있는 그런 우려가 있고 자유롭지 않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특히 "일본에 대해 세게 기술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그렇다"며 "일본이 속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 교수는 "검인정 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교과서 형태"라며 "어느정도 불만이 있더라도 획일적인 것보다는 다양성이 참 중요하고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를 키워가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이 교수는 "과거의 예로 볼때 교과서 제작이 정권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정권의 입맛에 따라 근현대사 기술이 편향·왜곡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태진 명예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임기가 2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국정 교과서에 대해)결과를 검증할 시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8종 검인정 교과서.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 리베르스쿨, 지학사, 교학사. (사진=홍성일 기자/자료사진)
국정화 교과서를 만들어 놓겠지만 조정할 시간이 없고 내용적으로 봤을때도 정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교과서를 제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자신이 이명박 정부 국사편찬위원장 시절 검인정이 8종이나 됐지만 그 안에서 중도 우적인 시각을 많이 담으려 노력했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시각에 따라 비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처럼 새누리당 정권인데 "계승해서 같은 검인정 제도 속에서 이걸 고쳐나가면 좋지 않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국정화로 불필요한 낭비와 소모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 국정화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할 의사가 없냐는 취지의 질문에 "아이고. 중이 제 머리 못 깍지 않습니까"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편 이태진 명예교수는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뒷편에 있는 주차장 건물(옛 대관정터)에 호텔을 짓는다는 방침에 대해 "이적행위"라는 칼럼을 쓴 바 있다.
이 교수는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대관정 건물은 70년대 초반까지도 남아 있던 양식 건물로 대한제국 영빈관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1904년 2월 러일전쟁을 일으키며 대관정을 일본군 사령부로 무단점거했다"며 "당시 이 건물은 황제가 있던 덕수궁(당시 경운궁)을 내려다 봤다"고 비운의 역사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관정은 한일의정서나 제 1차한일협약, 2차협약(을사늑약), 한국병합까지 나라를 빼앗는, 국권을 빼앗는 조약이 이뤄진 곳으로 국권탈취의 사령탑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관정은 근대 역사와 관련된 거의 유일한 유적이라며 사적으로 유지하자고 했는데 사기업 소유라며 호텔 허가를 내준 것은 개탄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