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서울대 교수 성명서 발표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수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우려하는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정부의 한국사 국정화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역사학계가 공동성명을 내는 등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보여 다음주 확정 고시를 앞두고 국정화 향방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30일 오전 서울대학교에서 열리는 '제58회 전국역사학대회' 참가하는 20개 학회 중 15개 학회가 '한국사 국정화 반대' 공동성명을 낼 예정이다.
전국역사학대회는 역사학계에서 가장 큰 행사로 꼽히는 학술대회로 올해는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소통'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이번 전국역사학대회 양호환 대회장은 "역사학계 최대 학술대회를 맞아 역사학자들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국정 교과서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성명서 취지를 미리 설명했다.
한국역사연구회 정용욱 회장도 "성명 발표를 앞두고 학회 간 이견을 조율하고는 있지만, 한국사 국정화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회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역사학대회에서는 한국사 국정화에 대한 교수들 개개인의 성토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토론자로 나서는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설마 국정화까지는 안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순진한 예상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교수는 "(정부가) 국정화로 가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며 "반교육적, 반민주적인데다 학생들을 바보로 만드는 국정화 교과서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도 "학계에서 할 수 있는 의사표명은 거의 다 했다"며 "전국 역사 교수들이 이 정도의 의사 표명까지 했는데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국정 교과서가 확정되면 순회강연을 다니며 부당성을 알리거나 대안교과서를 집필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답답한 심정이어서 내일 개별적으로라도 촛불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모든 학과 망라한 교수들 총출동모든 학과를 망라한 서울대 교수 382명이 국정 교과서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낸 데 이어 29일에는 전국 교수 및 연구자 1967명이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전국교수연구자 1967인 선언'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제2의 유신'이라고 규정했다.
교수들은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에서 상명하복 독재 파시즘의 암울한 망령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위헌적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역사 교과서는 역사학이 축적해온 학문적 성과와 지식에 기반해 저술해야 한다"며 "누구도 자신만 진실이라고 믿는 역사지식을 '올바르다'고 주장할 수 없고, 지적인 독점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구 국가들에서도 역사 교육을 놓고 진보와 보수가 격한 논쟁을 벌인 경우는 있지만 어느 한 당파의 입맛에 맞는 국정교과서를 발행한 경우는 없었다"며 "침묵하지 않고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조리한 역사 쿠데타를 중단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주요 사립대는 물론 서울대와 부산대, 전남대, 충북대, 경북대 등 국립대 역사 전공 교수들까지 집필거부 선언에 나선 가운데, 이날 오전 예정된 '전국역사학대회'는 역사학자들의 한국사 국정화 반대 움직임의 절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