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선고공판을 마친 윤 일병의 유가족들이 입장을 밝힌 후 인사하고 있다. 대법원은 2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은 이 모 병장 외 살인 혐의를 적용한 공범 3명에 대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지난해 육군 28사단에서 발생한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를 인정했던 원심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주범인 이모(27) 병장에 대해서는 살인죄가 인정되지만, 함께 살인 혐의를 받았던 나머지 부대원 3명은 살인의 고의가 없어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9일 이 병장 등 5명에 대해 살인 혐의 등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병장의 경우 살인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수긍할 수 있다"면서도 "하모 병장 등의 경우는 살인의 고의나 이 병장과의 공범(공동정범)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병장이 응급실에 실려간 윤 일병을 지속적으로 폭행했고, 냉동식품을 먹는 짧은 시간 동안 직접 옆구리와 복부, 가슴 등을 15차례 넘게 밟거나 때린 것을 비롯해 쓰러진 상태에서도 '꾀병 부리지 말라'며 추가 폭행을 한 점에 비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모 병장 등 3명의 살인죄에 대해서는 "이 병장의 지시와 권유에 따라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고, 폭행 횟수도 이 병장에 비해 적은데다 이 병장의 폭행을 제지하기도 했다"면서 "살인범의 행동으로 도저히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이 병장 등의 흉기 폭행 혐의에 대해 적용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은 헌법재판소에서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형법과 달리 가중처벌 조항이라는 이유로 최근 위헌 결정이 났기 때문에 원심판결이 유지될 수 없다고 직권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병장을 비롯한 5명의 가해자들은 다시 고등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앞서,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고 이를 용인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해 살인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1심에서 살인의 고의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것과 달리 2심에서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것이다.
1심은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이 병장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유족에게 위로금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5년으로 형을 낮췄다.
함께 기소된 하모 병장과 지모 상병, 이모 상병은 징역 12년을 각각 선고받았고, 의무지원관 유모 하사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수감 중인 이 병장은 다른 수감자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