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서울대 교수 성명서 발표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수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우려하는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우려 성명에 동참한 서울대 교수는 명예교수를 포함해 382명이다. 이들은 검정교과서에 대해 '종북 좌편향'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국정화를 추진한 정부를 비판하고 "역사 교육의 다양성을 무시한 비합리적 전체주의 발상에 대한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도리 윤성호기자
서울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 역사학 교수들이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모든 학과를 망라한 서울대 교수 382명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6개 단과대학과 6개 전문대학원 소속 서울대 교수 372명과 명예교수 10명은 28일 오전 11시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우려하며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여당은 정부의 검정을 통과해 일선 학교에 보급된 교과서가 종북·좌편향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내세워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국정화 강행의 본질은 교과서 서술 문제나 역사교육 문제가 아니라, 집권층 일각의 정치적 고려가 앞선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군국주의와 북한 전체주의 등을 언급하며 "특정한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선택된 단일한 해석을 '올바른' 교과서 하나에 담아 국민의 생각을 획일화하는 시도가 초래하는 참혹한 결과와 그 폐해의 광범위함은 역사적 교훈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 정부와 여당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근거 없고 무모하며 시대에 역행하는 위험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을 취소하고 교과서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이번 성명서 발표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며 역사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지녀야 할 학자 및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는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1980년대 '자학사관'을 핑계로 정치권이 역사 교육에 개입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역사학의 존재 이유는 자랑스러운 과거만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아픈 과거도 기록해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의과대학 우희종 교수는 "국정화 교과서라는 형식 자체가 역사 왜곡"이라며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사학과 오수창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사편찬위원장을 맡았던 정옥자 명예교수도 이 성명에 동참했다"며 "이번 사안은 진영으로 나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성명서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문제의식을 느낀 일부 교수들이 초안을 작성하고 단과대학별로 발기인을 모집하면서 시작됐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영어영문 김명환 교수는 "이렇게 많은 서울대 교수들이 모여서 성명을 낸 적은 8년 전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할 때 이후 처음"이라며 "그 당시에 400여명의 교수들이 서명했었는데, 이번에 그 수치에 육박하는 숫자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