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26일 오전 비밀 TF팀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울 혜화동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회관에 경찰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별도의 비공개 TF(태스크포스)팀을 꾸린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 조직이 사실상 청와대의 직할 조직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우선 야당이 공개한 'TF 구성·운영계획안'을 보면, 상황관리팀 담담업무에는 'BH(청와대) 일일 점검 회의 지원'이 포함됐다.
이는 청와대가 국정화와 관련해 매일 점검회의를 했으며 이에 대한 지원업무를 문제의 TF팀에서 맡았다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육문화수석 차원에서 상황을 관리한다든지 하는 것은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사실상 청와대가 관여한 사실을 인정했다. 교육부도 매일 또는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그동안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은 "교육부에서 결정할 일"이라면 선을 그었던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이다.
야당은 제보를 바탕으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포함한 몇몇 청와대 수석들이 회의에 참석도 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차관도 격려차 이곳을 찾았다는 얘기도 있다.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26일 오전 비밀 TF팀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울 혜화동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회관에서 국회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애초 야당이 지난 25일 저녁 비공개TF 사무실이 있는 서울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을 찾았을때도 청와대 관련 제보를 받았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곳에 가면 교육부 고위 간부 등 3~4명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교육부 간부는 청와대 회의를 마치고 비밀 사무실로 갔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이 찾아갔을 때 건물 안에 김관복 교육부 기조실장 등이 있었다.
교육부가 굳이 세종시가 아닌 서울에 사무실을 낸 것부터가 청와대와의 접근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부는 세종시 청사 공간이 좁다는 이유를 대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청와대와 가까운 곳에다가 사무실을 낼 이유는 없다.
오히려 건물 운영방식이 비상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청와대 직할 조직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건물주인 국제교육원은 교육부의 전화 한통의 요청으로 아무런 임대차 계약도 맺지 않고 공간을 내줬다. 이는 아무리 산하기관이라 해도 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은 것은 일반 사례를 한참 비켜간 것이다.
이곳이 철저하게 비밀스럽게 운영됐다는 점도 의구심을 키운다.
야당 의원은 "경비까지도 교육부에서 데려왔고, 지문인식 시스템도 교육부에서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지문시스템 덕분에 야당의원들은 1박 2일 간 문앞에서 기다렸지만,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 팀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사실상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교육부는 언론이나 국회에 자료를 제공하는 일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