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삼성의 마음 vs 두산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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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시리즈 키워드는 '회복'과 '힐링'

'우승 자신 있어요' 삼성 박석민(오른쪽부터), 구자욱, 류중일 감독과 두산 김태형 감독, 김현수, 유희관이 25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컵을 놓고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대구=삼성 라이온즈)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챔피언을 가리는 한국시리즈(KS)가 26일 막을 올린다. 정규리그에 이어 KS까지 통합 5연패를 노리는 삼성과 14년 만의 우승 한(恨)풀이에 나서는 두산이 격돌한다.

7전4승제 시리즈, 기선 제압이 중요한 첫 판이다. 26일 1차전에는 삼성 에이스 알프레도 피가로와 두산 좌완 유희관이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피가로는 정규리그 13승7패 평균자책점(ERA) 3.38을, 유희관은 18승5패 ERA 3.94를 찍었다. 통산 상대 전적은 각각 1승1패 ERA 4.50과 4승3패 ERA 3.49다.

무엇보다 이번 시리즈의 키워드는 바로 '회복'과 '치유'다. 어느 팀이 먼저 회복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도박 스캔들' 삼성, 분위기 회복이 관건

먼저 삼성은 몸보다 마음이 아프다. KS에 앞서 주축 투수 3인방이 '도박 스캔들'에 연루돼 낙마했다. 17승 선발 투수 윤성환과 홀드왕(37개) 안지만, 구원왕(33세이브) 임창용이다.

이들은 해외 원정 도박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본인들이 결백을 주장했고, 수사가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여론이 악화되면서 구단은 결국 KS 명단에서 이들을 제외했다.

팀 마운드 전력의 절반 이상이 떨어져 나갔다. KS에서 1승 이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 선발 투수와 경기 중후반을 버틸 필승 계투, 뒷문을 책임질 마무리가 한꺼번에 빠진 것이다. 지난 4연패 동안 이런 악재는 없었다. 전인미답의 5연패가 불투명해졌다.

도박 스캔들로 KS 엔트리에서 빠진 윤성환(왼쪽부터)-안지만-임창용.(자료사진=삼성)

 

가장 중요한 것은 팀 분위기다. 도박 스캔들의 충격을 얼마나 잘 추스르느냐가 변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KS는 분위기 싸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여기에 주력들이 빠진 부담감을 얼마나 해소할지도 관건이다.

일단 류 감독과 주장 박석민은 "선수 몇몇이 빠졌지만 분위기는 아주 좋다"며 흔들리는 분위기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일축했다. 그러나 유쾌하게 출사표를 던졌던 지난 4년 동안 삼성의 미디어데이와는 사뭇 다르게 다소 무거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빠진 선수 3명의 실명을 밝힐 수 있느냐는 질문에 류 감독은 굳은 얼굴로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류 감독은 "마지막 선수단 미팅에서 결과에 관계 없이 운동장에서 즐기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부담을 덜게 해주려는 의도다.

다만 삼성은 이번 사건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동안 4연패를 일궜던 저력이 있는 선수단인 만큼 똘똘 뭉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걷잡을 수 없다. 3명이 빠졌다 해도 여전히 강력한 구성이다. 신인 구자욱은 "4연패를 그냥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5연패도 가능할 것"이라고 다부진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두산, 정신이 육체를 지배할 수 있느냐

반면 두산의 분위기는 하늘을 찌른다. NC와 플레이오프(PO)는 물론 앞선 넥센과 준PO까지 잇따라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사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두산은 넥센과 준PO 4차전에서 2-9로 뒤지다 11-9로 뒤집는 기적을 연출했다. 누가 봐도 패배였지만 뚝심으로 역전을 만들었다. 역대 포스트시즌(PS) 최다 점수 차 역전승 기록이다.

NC와 PO 역시 마찬가지. 3차전까지 두산은 1승2패로 벼랑에 몰렸다. 그러나 4차전에서 더스틴 니퍼트의 역투와 포수 양의지의 진통제 투혼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마지막 5차전도 6-4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올해 가을야구에 '미러클 두산' 구호가 쩌렁쩌렁 울린 이유다. 김태형 감독은 "이 분위기만 유지하면 KS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안 힘들다고? 우린 니느님과 다른 인간이에요' 두산의 가을야구 상승세의 주역 포수 양의지(왼쪽)와 에이스 니퍼트.(자료사진=두산 베어스)

 

하지만 두산은 몸이 지쳐 있다. 넥센과 준PO 4경기, NC와 PO 5경기 등 9경기를 먼저 치렀다. 정규리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체력 소모가 큰 가을야구다.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PS다. 상대를 기다려온 삼성과 달리 체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주포 김현수는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들이 지쳐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 2013년에도 같은 행보로 KS 무대에 나섰다. 당시 넥센과 준PO에서 2패 뒤 기적같은 3연승을 이뤘고, LG와 PO에서는 4차전을 소화했다. 하지만 끝내 삼성과 KS에서 3승1패로 압박하고도 3연패하며 준우승했다. 여러 패인 중 체력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강한 정신력을 보여온 두산이기에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경지도 기대된다. 특히 포수 양의지가 오른 엄지 발가락 미세골절에도 투혼을 불사르며 선수단 전체의 사기를 올려주고 있다. 김현수는 "양의지가 하나도 안 아프다 내색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우리가 지치고 아프다고 하느냐"면서 "그래서 더 힘을 내서 하고 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다만 양의지가 쓰러진다면 문제가 커진다. 김 감독도 "본인이 괜찮다고 하는데 매일매일 점검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양의지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된 PO 2차전과 결장한 3차전에서 졌다.

아프고 지쳐 있는 삼성의 마음과 두산의 몸. 과연 어느 팀이 빨리 쾌유해 정상에 오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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