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최근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주축 선수들에 대해 한국시리즈 명단에서 제외하겠다고 20일 발표했다.(자료사진=삼성)
프로야구 삼성이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렸다. 해외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주축 선수들 없이 대권에 도전하기로 했다.
김인 삼성 구단 사장은 20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내사가 진행 중인 선수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들을 한국시리즈(KS) 명단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김 사장은 "최근 소속 선수의 도박 의혹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팬들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에 대해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선수들은 비시즌 동안 중국 마카오로 떠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현지 도박장에서 돈을 빌려 도박을 한 뒤 귀국해서 갚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 자금은 한 명당 1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선수가 10억 원 이상을 땄는데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따지자 조직폭력배들이 원정 도박 사실을 흘렸다는 첩보도 접수됐다. 나머지 한 선수는 10억 원을 모두 잃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아직 수사 단계가 아니지만 삼성은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 억대 원정 도박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깨끗한 기업 이미지에 손상이 갈 것을 염려해 미리 내린 결정이었다. 혹여라도 KS 도중 수사 착수나 결과가 나온다면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게 뻔한 상황이다.
▲주축 선수 없이 KS 5연패 도전
사실 삼성은 이들이 없다면 사상 첫 KS 5연패 도전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해당 선수들은 삼성 4연패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삼성은 전력 누수를 염려한 불안한 KS보다는 떳떳한 승부를 택했다. 사실상 전력의 핵심이 빠지지만 논란을 털고 KS를 치르기로 했다. 중국 삼국시대의 지략가 제갈공명이 아끼던 장수 마속이 잘못을 저지르자 울면서 목을 벤 고사인 '읍참마속'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공식적으로 선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김 사장은 "의혹을 받고 있지만 결정된 사안이 없어서 이름을 밝히진 못한다"면서 "선수 면담을 통해 제외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들은 아주 억울하다는 입장"이라면서 "혐의가 확정되면 사규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삼성은 지난 2008년에도 도박 파문을 겪었다. 그해 12월 프로야구 3개 구단 소속 선수 16명이 불법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수억 원대 도박을 한 정황에 대해 수사가 벌어진 것. 상당수가 삼성 소속이었고, 채태인이 출장정지 5경기, 제재금 200만 원,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48시간 징계를 받았다. 채태인은 연봉도 대폭 삭감됐다.
이런 가운데 7년이 지나 더 큰 규모의 도박 파문이 벌어지자 삼성은 다시 칼을 빼들었다. 전력의 핵심이 빠진 것은 안타까우나 구단과 그룹 이미지를 고려해 무거운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