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혜화경찰서 강력 4팀 강용철(48) 경위는 이번 추석 연휴를 고향집 대신 동대문 의류상가 골목에서 보냈다.
지난달 21일 의류상가 골목에서 발생한 연쇄 도난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강 경위가 열람한 CCTV만 380여개.
하루에도 수십번씩 절도가 발생한 점포를 탐문하다보니 골목 상인들이 강 경위의 얼굴을 외울 정도였다.
"추석 연휴 하루도 못 쉬었어요, 점포들이 문을 밤 늦게 열다보니 아침에 출근하면 평균 새벽 2-3시까지 탐문하기 일쑤였죠, 시간 아끼려고 빨리 되는 음식만 사먹고요."
영화와 드라마 등 매스컴의 조명을 받으면서 강력계 형사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현실 속 형사의 삶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최근 큰 인기를 끈 영화 베테랑 속 황정민만큼 열정은 누구보다 크지만 고된 업무와 밤샘 근무에 지쳐 나가는 직원들도 많다.
◇ 라면으로 때우고 밤샘 탐문도…잦은 야근에 대상포진까지
수도권의 한 강력계 형사는 "현장 중심으로 근무를 서다보니 당직을 서면 사무실에 들어올 새가 없다"며 "업무 강도가 세다보니 후배들도 내근으로 가려고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젊은 직원들 대부분이 생활이 불규칙한 강력계보다는 근무 시간이 일정한 내근을 더 선호한다는 것.
이렇다보니 강력계 직원의 연령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21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청 소속 강력계 직원 948명 중 절반에 가까운 44.3%가 40대를 차지했다.
30대는 329명으로 34.7%인 반면, 20대는 33명으로 3%에 그쳤다.
서울의 한 강력계 형사는 "형사과의 인기가 떨어지다보니 후배들을 강력계로 데리고 오기 위해 삼고초려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 "내가 구속시킨 범인, 경찰서 찾아와 큰절해"범인을 제압하다 다치고, 이어지는 밤샘 근무에 대상포진까지 걸려도 강력팀 형사라는 긍지와 자부심은 힘든 업무를 버티는 원동력이 된다.
형사 경력 20년의 혜화서 송하용 강력팀장(55)은 "강력팀 형사는 열정과 자부심이 몸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내가 구속시킨 사람이 교도서에서 만기출소해 경찰서에 와서 저한테 큰절을 했어요, 조폭 수사할 때는 간혹 길거리에서 피의자들을 만나기도 하죠, 가족들은 걱정하지만 저는 한번도 이 사람들이 무섭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아내도 반 형사가 다 됐다"는 송 팀장은 "범인을 잡으러 간다고 하면 아내가 빨리 가보라고 등 떠민다"며 웃었다.
송 팀장은 또 "현실에서는 황정민보다는 오달수 같은 직원이 더 많다"면서도 "형사라는 긍지와 자부심이 없이는 강력계 일을 해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벌의 비리를 캐는 영화 속 형사들.
현실 속 형사들은 자전거 절도범을 잡으려 하루종일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피해자를 조금이나마 도와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