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차를 보자 고개를 돌리는 남성의 눈빛이 요동쳤고, '뭔가 있구나'라는 강렬한 직감에 이성호(33) 경장은 급히 차를 세웠다.
지난 4일 오전 9시 서울시 관악구 사당역 인근의 먹자골목 안이었다.
관악경찰서 남현파출소 소속 이 경장은 관내 순찰을 돌다 허름한 옷차림에 가방을 든 채 쫓기듯 순찰차를 피하는 남성에게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고개를 돌려 다시 바라본 순간, 이 경장과 남성의 눈이 마주쳤다.
이 경장은 급히 차를 세우고 뒤따라가 신분증을 요구했다.
"도망간 적 없는데 왜 그래요, 내가 왜 신분증을 줘야 합니까?"
신분증이 없다며 이 경장을 피하던 남성은 주민번호를 묻는 질문에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걷는 남성을 쫓아 가던 이 경장은 남성의 얼굴이 묘하게 낯익다고 생각했다.
"10여분 동안 남성과 이야기하다, 순간 1년 전 이 남성을 검문검색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확신을 갖고 추궁한 끝에 수배 사실을 밝혀냈죠."
경찰조사결과 염모(55)씨는 특수절도 혐의로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1년 전엔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동작경찰서와 충북 음성경찰서에서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됐다가 이 경장에게 불심검문을 받고 적발된 적이 있었다.
그를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처음엔 혐의를 부인하던 염씨가 1년 전 수배 사실과 검거 보고서를 제시하니 그때서야 혐의를 시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만 30여명의 수배범을 검거해 일계급 특진했다는 이 경장은 "설명할 수 없는 직감으로 1년 전 수배범을 다시 잡게 됐다"며 "형사 쪽 감을 키워 내년엔 강력계 형사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