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자료사진)
롯데그룹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을 심하게 겪고 있다. 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면세점 입찰 심사가 다음달 초로 다가온 가운데, 안으로는 오너 형제가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 돼 격랑에 휩싸였고 밖으로는 면세점 독과점 제한 논란까지 불거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연말 사업권이 종료되는 서울과 부산 시내 면세점 사업권에 대한 심사결과는 다음달 초 결정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기존 사업자인 롯데·SK·신세계와 새롭게 도전장을 낸 두산과 형지 등이 나서서 피말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면세업계 1위인 롯데는 향후 5년 비전을 발표하는 간담회를 열 때만해도 "특별한 경쟁자가 없다. 우리는 세계 면세사업자들과 경쟁자들과 경쟁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안팎으로 돌발 변수들이 튀어나오면서 시내 면세점 2곳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또 다시 불거진 '경영권 분쟁'이다. 지난 여름, 기업의 정체성 문제까지 지적될 정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으면서 면세 사업 심사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더 이상 경영권 분쟁은 없다"고 했지만,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법적 소송 등을 제기하면서 분쟁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16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자신의 후계자로 공개 지명하면서 안정적으로 보였던 '신동주 체제'의 롯데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형제가 '아버지의 집무실 관할권'을 놓고 다투거나, '그룹 보고'에 대한 요구를 두고 충돌하는 모습 등이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볼썽 사나운 진흙탕 싸움이라는 여론의 질타가 거세다. 면세 특허 심사는 객관적인 요소 등을 토대로 점수가 매겨질 테지만, 롯데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확산되면 확산될 수록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학계와 정부 등에서 면세시장 독과점 제한을 검토 중인 것도 롯데에겐 큰 골칫거리다. 지난 15일 열린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 공청회에선 일정 매출 규모 이상의 사업자가 면세점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해서 독과점적 면세점 시장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참여 제한 기준은 면세점 시장 매출액 비중 30% 이상이 거론됐다.
지난해 기준 면세 사업 매출의 50.8%를 차지하는 롯데와 30.5%의 신라가 해당된다. 특히 롯데는 올해 말 만료되는 서울시내 두 곳의 특허 재승인을 신청하고 심사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이 논의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특허 신청 공고 시 현행 기준이 발표돼 당장 참여 자격 등이 바뀌진 않겠지만, 심사위원들의 인식이나 분위기 등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롯데그룹 중에서도 당사자인 롯데면세점은 더욱 난색을 표하고 있다. 비전을 제시하는 등 다른 경쟁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만해도 빠듯한데, 안팎의 시련에 대한 해명에도 큰 수고를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과 사업의 영위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분쟁 때문에 국민 감정이 안좋아지고 지탄 받을 순 있겠지만, 사업까지 하지 말라는 것은 너무 과도한 제재"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도 "유럽의 경우 면세점은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유통업으로서 최소 유럽·최대 세계 전체 시장과 경쟁하는 것이므로 국내법의 독과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있다"면서 "35년 동안 경쟁에서 살아남은 우리에게 갑자기 독과점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