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여당과 정부가 물이 말라버린 댐에 4대강 물을 끌어다 채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인데, 노후 수도관에서 새는 물을 잡지 못하면 이 또한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충남 서부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은 현재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댐 수위는 '심각' 단계로 내려왔고, 수자원공사의 용수공급전망에 따르면 이대로 가면 내년 1월 6일까지만 용수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물이 부족한 충남 서부지역은 제한급수에 들어갔고, 정부는 급한대로 금강 물을 퍼올려 보령댐에 채우는 도수로 공사를 이달 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금강 백제보의 물을 하루 11만5천톤씩 끌어들여 보령댐에 공급할 수 있는 물길을 내는 사업으로 62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또 새누리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가뭄 예방차원에서 4대강 물을 주요 댐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예상되는 공사비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강물 활용 보령댐 공급방안 (자료=기획재정부)
하지만 이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이다. 댐에 물을 채워서 상수관망을 통해 내보내도, 해마다 그 10분의 1은 써보지도 못하고 땅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상수도통계에 따르면, 충청남도에서 누수된 수돗물은 4000만 세제곱미터가 넘는다. 저수량이 2400만 제곱미터인 보령댐을 두개 가량 채울 수 있는 수량이다.
또 전국적으로 1년에 누수되는 수돗물을 모두 모으면 6억5600만 세제곱미터로, 충남은 물론 충북과 대전까지 공급되는 총 수돗물의 양과 맞먹는다.
새는 물만 막아도 물부족 사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지만, 상수관망 교체율은 수년째 1%대에 그치고 있다. 상수도 관로 교체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로 지방비로 해결해야하는데, 재정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상수도관 교체 예산 책정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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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모두 18만5천여km의 상수도관이 깔려있는데, 이 가운데 27.8%인 5만1천여km의 수도관이 21년이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된 수도관이 너무 많고 누수도 광범위하게 발생해 지자체가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이미 한계치를 넘었다.
때문에 4대강 물을 끌어다 댐에 채울 예산으로 우선 누수 상수관망부터 고쳐서 새는 물부터 막아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에서 아무리 용수를 확보해서 공급해도 아래에서 줄줄 새 나갈 경우, 해당 사업의 실효성은 담보하기 힘들다.
아울러 현재 생활용수, 농업용수, 산업용수 등 각 부처와 지자체가 분담하고 있는 물 관리 업무를 통합해서, 적시적소에 용수를 배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설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장 조단위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일단 운영의 효율성부터 높여놓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