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 국정화에 반대 발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사 교과서들이 놓여져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정부·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 야당은 '국정화 교과서=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반박하며 국정화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권 핵심관계자들이 "현행 교과서는 좌편향됐다"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지만, 야당은 거짓 논거를 바탕으로 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맞서고 있다.
◇ 아이들이 '주체사상' 배운다?…野 "與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호도"여권은 교과서 내용을 사례로 들며 "주체사상을 그대로 언급하고 있다"거나 "6·25전쟁의 책임이 남한에도 있는 것처럼 기술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좌편향' 역사학자들이 만든 '좌편향' 교과서로 공부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여권의 일관된 주장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인 도종환 의원은 이러한 여권의 주장에 조목조목 논거를 대며 반박했다.
여권이 지적하는 내용의 교과서는 검·인정 과정에서 정부가 모두 삭제 혹은 수정을 명령해 수정을 거친 뒤 다시 발간됐다는 점에서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내용에 대한 수정명령 자체도 논란이 존재하지만, 이 점을 차치하고라도 검인정 과정을 거쳐 현재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교과서에 여권이 주장하는 '좌편향'은 찾아볼수 없다는 것이다.
"주체사상은 김일성의 우상화에 이용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는 천재교육 고교 한국사 교과서 (사진=도종환 의원실 제공)
일례로 천재교육이 출판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김무성 대표가 주장한 대로 주체사상을 강조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일성의 권력독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페이지 맨 아래쪽에 '주체의 강조와 김일성 우상화'란 소제목으로 짧게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주체사상을 통치이념으로 확립하였으며, 이는 김일성의 권력 독점과 우상화에 이용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김일성 전집의 내용을 일부 차용했지만 이는 '자료읽기'란에서 짧게 김일성의 주체사상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면서 "충분한 해설과 도움글을 통해 주체사상이 우상화에 이용됐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인정 전 일부 문제가 됐던 내용들이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법원 판결을 통해 수정돼 발간됐다"면서 "마치 주체사상을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새누리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금성출판사에서 발간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도 '주체사상은 김일성의 항일 유격대 활동을 혁명 전통으로 삼은 김일성 중심의 유일사상 체계였으며 결국 김일성 개인숭배로 이어졌다'거나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며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도 의원은 "6.25 전쟁 책임과 관련해 남북공동책임이라고 쓰여있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주장이다. 미래엔 교과서 317쪽을 보면 그렇게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미래엔 교과서를 보면 '북한이 전면 남침했다'고 돼 있다. 북한의 전투명령도 실려있다. 6.25 발발 3일 전에 전투명령이 내려와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정부의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 발표를 앞둔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오영식, 주승용, 문재인, 정청래. (사진=황진환 기자)
◇ 野, 당분간 국정화 교과서 저지 총력전 벌일 예정…장외투쟁 불사새정치민주연합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2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데 이어 오후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당 지도부가 피켓 시위를 벌였다.
또 13일부터는 문재인 대표를 필두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등 대국민 여론전과 장외 투쟁을 해 나갈 계획이다. 해당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청와대 항의방문에도 나선다.
행정예고 기간 동안 '의견 10만건 접수운동'과 함께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도 함께 벌인다. 촛불집회나 카드뉴스·SNS를 이용한 홍보로 여론전에도 힘쓸 계획이다.
또 행정부의 고시 중지 요구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선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은 교육부 예산안과 교과서 문제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가리고 대책을 논의해 보자며 새누리당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2+2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정치논리로 서로 공방할 일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한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싸고 이념대결이 시작된 형국이라, 지도층 결속이나 총선을 앞둔 힘겨루기 차원에서라도 여야 간 줄다리기가 팽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