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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朴의 지침 '균형잡힌·올바른 교과서'…누가 판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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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제공)

 

황우여 교육부총리가 8일 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 여부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내린 지침을 공개했다. '균형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라'는 것이다.

이 지침에서 2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나는 현행 교과서가 편향되고 올바르지 않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고 또 하나는 국정화 추진이 박 대통령의 의지와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균형잡힌·올바른' 이라는 말은 대단히 도덕적이고 자의적인 표현이라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언급한 지침은 어떤 의미일까?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찾아보자.

"교육현장에서 친북·반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2004년 금성사교과서 이념편향 논란시)

"우리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적 평가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출판은 후일 그 자체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2008년 5월26일. 뉴라이트계열 근현대사교과서 출판기념회)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다." (2013년 6월 수석비서관회의)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사실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 내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이런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달라." (2014년 1월 업무보고)

박 대통령이 검정교과서의 편향된 내용은 비판하고 뉴라이트계열 학자들이 쓴 대안교과서는 극찬한 점에 비춰볼 때 향후 국정화 방침이 강행된다면 식민지 근대화론 인정이나 이승만·박정희 독재체제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등 뉴라이트의 사관을 적극 채택할 공산이 매우 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언급한 '균형잡힌, 올바른'에 대한 판단은 학계의 다양한 연구와 해석이 담당할 몫이지 권력자나 정부가 독점적으로 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할수록 균형을 잃은 편향되고 왜곡된 결과로 귀착될 우려가 있다.

(사진=자료사진)

 

OECD 국가를 비롯해 전세계 주요 국가가 대부분 국정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이런 문제를 알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를 둘러보면 국정교과서를 채택했던 나라는 거의 대부분 전체주의 체제가 만연했던 시기였다.

대표적인 극우 파시스트였던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을 보자. '국민화'의 조건과 관련해 히틀러는 "어떤 민족을 국민화하는데는 먼저 각 개인을 교육할 수 있는 토대로 사회조건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문화적 위대성에 관한 한 객관적으로 교육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교육된다"는 점도 옹호했다. 민족적 자긍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왜곡을 정당화하는 대목이다.

역시 북한도 국정교과서를 3대 세습체제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사례에도 불구하고 국정화를 강행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과 역행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돌연변이를 자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혹자는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뜯어보면 특수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 통일이 되기 전 독일을 보면 서독은 검정제, 동독은 국정제였는데, 오히려 검정제였던 서독 중심으로 독일이 통일되지 않았던가. 분단이 70년이나 지났는데, 새삼 분단을 들먹이며 국정화를 주장한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균형잡힌 올바른 역사관을 유난히 강조해온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유독 이념편향 논란에 휘말린 인사가 많았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친일사관 논란으로 지명 2주만에 낙마했고, 부림사건 담당검사였던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은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채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들을 향해 '공산주의자 낙인찍기'의 '총질'을 가했다. 이외에도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주요 기관 곳곳에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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