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닭고기 가운데 22%는 외국산이다. 주로 브라질산 냉동 닭이다.
하지만 이런 수입 닭이 볶음용에 사용되는 지, 튀김용으로 소비되는지 명확한 통계 자료가 없다. 심지어 원산지 표시 기준마저 애매모호해 유통과정에서 국산으로 둔갑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해마다 소비량이 급증하는 튀김용 닭의 상당수가 수입산으로 추정되지만, 원산지 단속 실적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 닭고기 10마리 중 2마리는 수입 닭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닭고기 소비량은 63만9천t으로 하루 평균 170만 마리에서 많게는 200만 마리가 소비됐다.
닭고기 소비량은 해마다 크게 늘어나 지난 2000년 6.9kg에 불과했던 1인당 소비량이 2010년에는 10.7kg으로 늘었다가 지난해는 12.7kg으로 15년 사이에 무려 84%나 급증했다.
이렇다 보니, 국내산 닭만 가지고는 부족해 외국에서 수입해 먹고 있다. 지난해 닭고기 수입물량은 14만1천t으로 전체 국내 소비량의 22%를 차지했다.
수입된 닭고기 가운데는 브라질산 냉동육이 80% 정도로 가장 많고, 미국산과 동남아시아산 이 일부 수입된다.
국내 대형 닭고기 판매업체들이 지난 2011년부터 원료 다변화를 통해 닭고기 수입을 주도하면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도 충격을 흡수할 정도의 내성이 강해졌다.
이처럼 수입산 닭고기가 넘쳐나면서 최근 10년간 생닭 판매가격은 10.3% 오르는데 그쳤다. 1년에 1% 정도만 올랐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닭고기 출하가격은 계절 편차가 심해 휴가철이 끝나고 비수기인 이달에는 한 마리에 1,053원으로 지난해 이맘때 1,229원 보다 14.3%나 떨어졌다.
◇ 닭고기 소비량의 33%는 치킨용…원산지 단속실적은?닭고기에 대한 원산지 표시는 지난 2010년 8월부터 100㎡ 이하 소규모 점포까지 확대돼 모든 음식점은 가격표시판에 닭고기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닭고기 원산지와 관련해 지난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적발된 위반건수는 모두 983건으로 이 가운데 원산지 거짓표시가 60%인 589건에 달했다. 나머지는 원산지를 아예 표시하지 않아 적발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산지 위반 행위 가운데 대부분은 일반 음식점의 삼계탕과 볶음용 닭"이라며 "치킨은 아마도 5%가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이후 튀김 닭의 원산지 표시 위반 건수는 20여 건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것은 현재 국내에서 소비되는 닭고기 가운데 튀김용으로 33% 정도가 소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실적이다.
여기에는 튀김 닭의 원산지 표기 기준이 애매하고 단속도 허술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 치킨, 원산지 표시기준 '아무렇게나 하면 되지?'원산지표기에 관한 법률은 배달용 튀김 닭에 대해선 원산지를 포장지에 하거나 영수증 또는 전단지에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문제는, 배달 포장지는 원산지 표기의 글자 크기가 정해져 있지만, 영수증이나 전단지에는 글자 크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치킨용 닭의 원산지를 마음먹고 찾기 전에는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최근 100여개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배달 앱 운영업체는 통신판매 중개업자로 인정돼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다.
국내 닭고기 유통량의 22%를 차지하는 수입 닭고기가 국내산 치킨으로 둔갑해 배달 앱 운영업체를 통해 배달될 경우 마땅히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또한, 치킨 판매점에 대한 원산지 단속이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휴가철이나 월드컵 등 대규모 체육행사 등에 맞춰 특별단속 형태로 진행되는 것도 원산지 표시제도의 실효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천원도 안되는 생닭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많게는 6천원씩 받고 대리점에 판매하는데 일반 대리점 입장에서는 수입 닭고기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닭다리와 날개 등 특정 부위를 수입산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소비자 스스로가 원산지 표시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