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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왕 장보고는 코즈모폴리턴…"한국사 제일의 혁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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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혁신가 경제학'…"수평·분권 네트워크 관계 주요 조직원리로 삼아"

전남 완도에 설치된 장보고 동상(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통일신라 시대의 장군 장보고(?~846). 그는 지금의 전남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뒤 해적을 소탕하고 당, 일본 등을 왕래하며 동아시아 국제 무역의 패권을 장악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 장보고를 일컬어 "한국 역사상 제일의 혁신가로 부르고 싶다"는 목소리가 있다. 개인기가 아닌 조직력으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돌파할 것을 제안하는 신간 '혁신가 경제학'(지은이 이일영·펴낸곳 창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장보고는 우리 고대역사상 가장 국제적인 인물이었다. 장보고 세력은 근대 이전에 당나라, 일본, 심지어 발해와도 무역을 한 유일무이한 집단이며, 범신라인들을 조직해 해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동아시아 지중해 씨스템을 형성한 혁신가였다.' (134쪽)

신라 사람 장보고는 중앙집권체제가 약화되던 당나라로 넘어가 군사활동과 무역활동을 통해 성장했다. 언어·문화·종교 등에서 한족과 다른 정체성을 지닌 재당 신라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장보고다. 그는 828년 당나라 관직을 사임한 뒤 귀국해 흥덕왕에게 청해진 설치를 요청했고, 이에 흥덕왕이 그를 청해진 대사로 삼고 군사 1만 명을 줬다.

그렇다면 왜 신라는 갑자기 귀국한 외래인 장보고에게 거대 병력을 지휘하는 권한을 주었을까?

'장보고라는 이질적인 요소가 신라의 국가 영역 안에 끼어들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국제질서를 이용한 결과로 추론해볼 수 있다. (중략) 장보고는 국가간 관계의 틈새에서 새로운 통치 영역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청해진은 그 이전까지는 당과 신라의 국가권력이 조직해내지 못한 새로운 공간이었다.' (124, 125쪽)

그렇게 장보고는 청해진에 요새를 건설하고 병력을 두었으며 무역선단을 조직했다. 도자기를 독자적인 수출 상품으로 삼고 그 생산에 투자했다. 청해진은 군항이자 무역항이자 생산기지 역할을 하면서, 신라인과 재당·재일 신라인을 관리하고 국적이 다른 상인조직들을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했다.

한국 사회의 대안적 경제모델을 연구해 온 지은이는 이러한 장보고의 활동에 대해 "장보고와 재당신라인이 국가조직과 경제씨스템의 새로운 모델의 단초를 보여준 점에 주목하고 싶다"고 전한다.

'청해진은 당나라나 신라와는 다른 원리로 조직되고 운영되었다. 청해진은 제조업·상업·운송업 등 여러 기능이 복합된 거점이었으며, 각각의 기능은 국제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형 조직에서 수행했다. 또한 이러한 경제씨스템에 필요한 군사·행정·외교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집권적 국가에서 분리된 분권형 국가조직의 모습을 갖추었다. 요컨대 청해진 네트워크는 동아시아 고대사회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네트워크 지역 또는 네트워크 국가의 성격을 지녔다.' (127, 128쪽)

◇ "혁신이란 기존의 씨스템 일각을 파괴하는 과정"

혁신가 경제학ㅣ이일영ㅣ창비

 

장보고에 대한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혁신에 관한 이론과 시대의 흐름을 바꾼 동서고금의 혁신가들을 논하면서, 흩어져 있는 아이디어나 사람들을 결합하고 연결할 수 있는 능력(조직력)을 강조한다.

'혁신가는 새로운 경제씨스템과 발전모델을 형성하는 주체다. 혁신가는 기존 씨스템의 내부와 외부, 영리·비영리 부문과 공공 부문 모두에 존재할 수 있으며, 그가 기존 씨스템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에 개선의 효과가 누적되어 나타난다. 따라서 혁신가의 사례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것은 새로운 경제씨스템과 발전모델의 주체를 발견하고 육성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24쪽)

혁신과 관련해 '연결', 곧 네트워크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네트워크는 시장이나 기업과 같은 위계조직과 구분되는, 수평적인 관계를 기초로 하는 조직형태다. 앞에서 살펴본 장보고의 청해진이 여기에 속한다.

국가가 주도해 온 한국의 경제성장은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문화를 낳았다. 이는 정부의 공권력 남용과 대기업의 '갑질'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지은이는 이러한 사회 부조리를 수평적이고 분권적인 네트워크 형태로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네트워크 조직이 조직 내, 조직 간의 관계를 활성화하고 그속에서 조직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감시와 제재의 체계를 만드는 속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시장과 위계조직에도 나름의 조직화 원리와 행동규칙이 있지만, 시장과 위계만으로 구성된 씨스템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네트워크 조직의 상호성과 신뢰의 원리가 전체 씨스템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네트워크의 자기조직화 과정을 통해 전체 씨스템을 개선하는 행동규칙을 수립할 수 있다.' (107쪽)

협동조합의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몬드라곤 그룹도 네트워크 조직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투자자 소유기업이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기업이라면,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업이다. 몬드라곤은 260여 개의 협동조합 기업, 자회사, 계열사로 이뤄진 네트워크 조직으로 생산자 협동조합이 중심을 이룬다.

'역사적으로 볼 때 협동조합은 살아남을 수도, 사라질 수도 있다. 협동조합 사회라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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