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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의원들은 왜 롯데회장에게 고분고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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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후 후일담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10대그룹 총수중 국정감사 증인으로 처음 출석해서인지 '롯데그룹의 정면돌파가 성공했다'거나 '신동빈 회장이 말은 어눌했지만 배짱이 있었고 할말은 했다'거나 '신동빈 국감출석, 실보다는 득', '롯데 대관의 승리', 등등의 얘기들이 나온다.

반면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개그콘서트 장 같았다'거나 국정감사인지 재벌 회장 면접장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의원님들 왜 롯데회장에게 고분고분했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실제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정면돌파가 성공한 것이냐?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

 

= 그런 평가가 우세하다. 대기업 특히 재벌로 불리는 10대그룹 총수들은 국회의 출석요구를 피해 해외로 출장을 떠나거나 아프다고 핑계를 대거나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을 대신 내보는 게 관례였다. 일단 국정감사기간만 넘기고 보자는 그런 관행이 이어져 왔다.

그런데 신동빈 회장은 이른바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전권을 장악했음에도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롯데그룹 한 고위임원은 "참모들로서는 솔직히 출석하지 않았으면 하는 입장이었지만 신 회장이 "국회가 나오라면 가야지"라면서 스스로 국회 출석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5시간 가까이 있었는데 "이번 가족간 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점 부그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곧바로 답변하거나 순환출자를 줄이겠다거나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약속을 했다. 모든 사안을 다 안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변명이나 책임회피로 일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사실이다.

국회 정무위 여당간사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야당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에게 물어보니 롯데 신동빈 회장의 출석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 롯데 대관의 승리라는 건 무슨 얘기냐?

= '대관'이란 쉽게 설명하자면 청와대나 정부, 국회 등을 상대로 일종의 로비를 하는 업무를 말한다. 넓게는 '대외협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한다.

롯데 대관의 승리라는 얘기는 신동빈 회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질문을 받았지만 날카로운 송곳질문도 별로 없었고, 고성이나 막말로 망신주기하는 발언도 없었는데 그게 롯데그룹의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열심히 노력한 덕분아니냐는 일종의 로비가 통한 것 아니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 실제로 롯데 대관업무팀이 열심히 노력한 덕인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재계에서는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신동빈 회장이 출석함으로서 롯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줄어들었고 신 회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롯데그룹 핵심부나 국회의원들은 그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용태 의원은 "대관업무는 회장이 국회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국회에 출석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 무슨 대관의 승리냐?"라고 반문하면서 "롯데 대관의 승리가 아니라 회장의 승리가 맞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대기업에서는 회장이 국회에 출석하게 됐다면 대관관련 임원들에게 책임을 물었을 것이다.

롯데그룹의 핵심임원도 "대관의 승리라기 보다는 신동빈 회장이 잘 대처한 것"이라고 평가를 하면서 "첫 번째로 출석한 대기업 총수니까 예우를 좀 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감에서는 '왕자의 난'외에는 질의할 게 크게 없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넘어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국회가 예우를 해 준 것 맞다는 얘긴데?

= 재벌 총수뿐아니라 누구라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출석하면 예우를 해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다만 다른 증인들에게는 고성을 지르거나 몰아붙이면서 재벌 총수라고 봐주기 한 부분이 있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여당간사인 김용태 의원에게 롯데 신동빈 회장 너무 봐준것 아니냐? 이렇게 물었더니 "김기식 의원이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나름대로 할 말은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신 회장이 출석하기 전에 그야말로 기대치가 높아서 박살날거다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건 신 회장이 법을 위반한건 아니니까 그런 것 아니겠나?" 이렇게 답변했다.

김용태 의원은 "저희들이 위축됐던 건 신 회장이 우리말을 잘 못하는데 몰아붙였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면서 "국회의원들이 쎄게 발언하지 못한 건 신 회장이 우리말이 어눌하기 때문에 덕을 본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 국회의원들 특히 여당의원들 너무 고분고분하지 않았나?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기업증인들이 출석한 가운데 새누리당 김용태 여당간사와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야당간사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국감이 끝나고 당시 영상회의록을 찾아서 다시 들어봤다. 여당의원들 국정감사를 하자는 것인지 재벌 옹호를 하자는 것인지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았다.

먼저 정우택 정무위원장 지난 9월 17일 정무위 국감 오후 회의를 속개하면서 롯데그룹에 대해 "오늘 롯데 신동빈 회장께서 나오셨는데 우리 롯데는 1967년 4월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국민 곁에 항상있었던 기업입니다. 제과나 음료 또는 식품부터 유통 관광 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국민들과 함께 성장한 기업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우리 롯데'라고 말하는 대목을 들으면서 국정감사를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 회장에 취임한 신동빈 회장을 축하자는 것인지 헷갈렸다.

롯데그룹 관계자도 "정우택 위원장이 국감 초반 증인 소개하면서 한 멘트를 보고, 아 분위기가 저렇게 흘러가겠구나 한 측면이 있다. 사실 그 정도로 해주는 건 기대도 안하고 최대한 아픈 것만 피하려는 건데"라고 말했다.

이어서 박대동 의원 다른 의원들과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언급을 했지만 신 회장에게 "한국과 일본이 축구 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고 질문했고 신 회장은 한 동안 웃는 모습을 보였다. 박 의원이 다음날 사과를 하긴 했지만 본질을 벗어난 질의였다.

다른 여당의원들의 질의를 다시 들어봐도 '왕자의 난'을 질책하긴 했지만 롯데그룹의 문제점을 파고들거나 잘못된 갑질논란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김을동 의원의 애국심 마케팅 주문이나 김상민 의원의 초코파이 관련 질의 등이 개그콘서트 아니냐는 그런 비판이 쏟아졌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고분고분한 것 아니냐 그런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 야당의원들도 고분고분했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

 

=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고분고분하지는 않았다. 물어야 할 내용들 대부분을 질의했지만 언론들은 이 대목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도가 미미했다.

김기식 의원이나 강기정 의원, 김영환 의원 등의 경우 해야할 질문은 했다는 평가다.

김기식 의원은 롯데호텔이 상장 될 경우 차익이 10~15조 정도인데, 이에 대한 세금이 다 일본으로 흘러들어가는 문제와 신동빈 회장의 개인 재산이 1조 8천억원인데 증여 받을 당시 일본 국적이어서 한 푼의 증여세도 내지 않았다는 점, 호텔롯데가 상장될 경우 개인 재산이 5조에서 10조원까지 치솟지만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기식 의원은 "롯데는 결국 한국에서 돈을 벌어 키워놨는데, 상장 차익을 일본 기업이 가져가고 국내에 세금을 안내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을 확인 시켜주기 위해 롯데호텔을 상장하는 과정이 롯데가 일본 기업임을 확인시켜 주는 과정"이라고 꼬집었다.

강기정 의원도 "롯데마트가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부서 내 모든 컴퓨터를 포맷하는 등 조직적으로 자료를 은폐하려 한 사실을 아느냐"고 신 회장에게 질문해, 신 회장이 "이 자리에서 (강 의원이) 질문해 알게 됐다"며 당혹하게 했다.

김기식 의원에게 신동빈 회장 국감 너무 봐준 것 아니냐? 라고 물었더니 "신동빈 회장을 몰아붙였으면 '망신주기'했다고 했을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과거에 마구 몰아붙였던 것에 비하면 그렇게 안 한 것 아니냐 이렇게 볼 수도 있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 않느냐?"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재벌개혁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 같은데?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그렇다. 청와대와 정부는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국회 국정감사에서 재벌의 잘못된 형태에 대한 비판이나 재벌개혁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전 원내대표가 삼성그룹의 공익법인을 통한 우회 상속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언론에서는 그렇게 주목을 하지 않고 있다.

박영선 의원에게 왜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재벌개혁 문제가 실종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새누리당과 언론의 문제 아니겠느냐?"라고 반문을 했다.

실제로 박영선 의원이 박 의원은 지난 14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생명공익재단에 2006년부터 2012년까지 1,244억원을 기부했는데 이것은 불법기부다 20%인 2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자기 계열사로부터 기부금을 못 받는다. 금감원이 확인했다"고 지적했지만 이 문제가 크게 쟁점이 되지 않았다.

언론들은 오히려 박영선 의원과 최경환 부총리의 충돌만 부각시켰다. 재벌들의 세금회피 문제나 정부의 재벌 감싸기 같은 형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관행도 비판해야 하겠지만 정부의 부실한 자료제출과 여당의원들의 일방적인 정부 감싸기, 대기업들의 국회 출석 회피 이런 문제는 일회성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보도해야 한다.

노동개혁도 필요하지만 노동개혁에 앞서 재벌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신동빈 회장의 국회 출석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또 국회가 재벌회장에 대해 고성이나 망신주기를 하지 않고 차분하게 질의한 부분도 평가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국회 출석을 회피만 할 일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명할 건 해명하고 사과할건 사과한다면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많이 상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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