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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 사고…뒤늦은 '전량 조사', 뒤따르는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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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엔 왜 안했나, 원인규명 가능할까, 30년전 매뉴얼 적용 타당한가

11일 오전 육군 50사단 신병교육대 훈련장에서 수류탄이 폭발해 훈련병과 소대장 등 3명이 사상했다.(사진=권소영 기자)

 

육군 50사단 수류탄 폭발사고와 관련해 군 당국이 동일 로트번호(제조번호)의 5만5322발 전량을 수거·시험하는 방식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병사들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전부 다 시험에 사용해 없앤다"는 게 군 당국의 포부지만, 시의성이나 실효성 등을 놓고 비판이 제기된다.

군은 18일 문제 수류탄과 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져 로트번호가 동일한 수류탄을 모두 수거해 내년 3월까지 전량을 폭발·분해 시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로트번호를 가진 동종 수류탄에 대해서도 정밀검사를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 해병대 폭발사고에 이어 두 번이나 인명을 살상한 동일 로트번호의 수류탄이 다시 사용돼 장병들 안전이 위협받는 일은 일단 없어진 셈이다. 다른 로트번호의 수류탄까지 꼼꼼히 살피기로 한 만큼 사고재발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처방은 타당했어도, 시점이 늦은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수류탄의 종류는 물론, 훈련병이 안전핀을 제거한 뒤 던지기 직전에 손에서 터졌다는 점 등 지난해 해병대 사고와 이번 사고는 판박이다.

수류탄 투척 훈련 중인 훈련병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자료사진)

 

결국 지난해 사고 직후 군이 문제 수류탄의 전량수거에 돌입했다면 2차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전량수거 결정 발표가 50사단 사고 직후가 아니라, 5일 뒤에나 이뤄진 점 안일했다는 지적이다. 군은 당초 2020발을 표본조사하겠다고 했다가, 비판적 여론이 제기되자 뒤늦게 태도를 바꿨다. 당초 국방부는 "2020발은 해병대 사고 뒤 표본 1010발의 두배다. 2020발 시험에서 문제가 나오면 아마 전량 폐기 쪽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전량수거를 '조건부 조치'로 언급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전수조사는 늦었다. 지난해 해병대 사고 때 바로 이뤄졌다면 이번에 슬픈 일이 재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나마 육군이 여론의 눈치를 보고 강하게 밀어붙여 이번 전수조사를 하게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과연 이번 전수조사에서 사고 원인이 규명될 수는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문제 수류탄 가운데 1000발은 완성탄 폭발시험, 1000발은 부품·지연제 분석시험에 쓴다. 나머지 5만3000여발은 신관 폭발시험을 실시한다.

문제는 완성탄 폭발시험에서 '3초 미만' 조기폭발의 결함이 확인되더라도, 해당 표본은 폭발해버려 존재하지 않게 되는 탓에 원인 규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시험에서 동일 증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원인 불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문제 수류탄과는 다른 로트번호의 동종 수류탄 정기검사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100발의 폭발시험 표본 중 2개 수류탄이 3초가 되기 전에 터졌다. 그런데 신관 기능시험에서는 조기폭발 결함을 보인 표본이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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