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감 잡았구나' 최근 심신이 지친 데다 손목 통증까지 도지며 부진에 빠졌던 한화 주장 김태균(왼쪽)은 지난 10일 김성근 감독의 지도 이후 13일 롯데전에서 부활 기미를 보였다.(자료사진=한화)
벼랑 끝에서 일단 한 걸음 벗어났다. 길었던 연패 사슬을 끊긴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최하위권을 벗어나 8년 만의 가을야구를 위해서는 더 힘을 내야 한다. 비상을 노리는 '독수리 군단' 한화 얘기다.
한화는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원정에서 7-4 승리를 거뒀다. 5연패에서 탈출하면서 8위에서 7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의 호투가 결정적이었다. 로저스는 8⅓이닝 동안 안타 10개와 볼넷 3개를 내줬으나 5탈삼진 4실점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무엇보다 4번 타자 김태균의 부활이 반갑다. 이날 마운드에서 로저스가 빛났다면 타선에서는 김태균이 알토란 2안타 2타점으로 수훈갑이었다.
▲5연패 동안 무기력, 13일에는 달랐다사실 김태균은 5연패 동안 제몫을 하지 못했다. 타율 8푼3리(12타수 1안타), 1할도 채 되지 않았다. 타점 없이 득점만 1개뿐이었다. 중심축이 흔들린 한화 타선은 더묵 침묵했다.
김태균은 전반기 78경기 타율 3할4푼5리 17홈런 74타점을 몰아치며 중심을 잡아줬다. 그러나 후반기 다소 주춤했다. 45경기 타율 2할8푼4리 4홈런 28타점이었다. 8월까지만 해도 김태균은 나쁘지 않았다. 25경기 타율 2할9푼7리 4홈런 17타점을 올렸다. 한화가 9승16패, 10개 팀 중 최악의 8월 승률에 허덕일 때도 고군분투했다.
그러다 9월 완연한 하락세를 보였다. 11경기 타율 2할7푼 홈런은 없었고, 타점도 6개에 그쳤다. 시즌 막판 체력이 떨어진 데다 중심 타자에 주장의 부담까지 심신이 지쳐 있었다.
그런 김태균이 13일에는 달랐다. 4번 타자로 복귀한 이날 김태균은 4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승부처에서 강한 김태균으로 돌아왔다. 2-1로 불안하게 앞선 5회 1사 2, 3루에서 상대 에이스 린드블럼으로부터 싹쓸이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한방이었다. 4-1 리드를 잡아주자 로저스가 마운드에서 힘을 냈다. 8회까지 1실점 쾌투를 펼쳤다. 김태균의 가져온 점수 차가 원동력이었다.
▲야신의 한 마디 "힘을 빼고 중심을 쳐라"
'이제 다시 잘 해보자' 한화는 최근 마운드 붕괴와 타선 침체로 5연패 수렁에 빠졌다. 그러나 13일 롯데전 승리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은 김태균과 김성근 감독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자료사진=한화)
김태균의 부활에 누구보다 흐뭇한 표정을 지은 사람은 김성근 감독이었다. 사실 김 감독은 부진에 빠진 김태균에게 지난 10일 SK전을 앞두고 원 포인트 레슨을 했다. 그 결과가 늦지 않게 나온 것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김태균이 타구를 멀리 보내려는 의욕과 힘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힘껏 때리려는 마음에 공의 밑을 때리는데 그러면 타구가 뻗지 않는다"면서 김 감독은 "가볍게 휘둘러도 공의 중앙 바로 밑을 정확히 때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용규 등 몇몇 선수들에게 얘기를 해줬고 바로 (김태균의 타구가) 뻗어가더라"고 말했다.
일단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10일 경기에서 김태균은 4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쳤다. 손목 통증까지 도지면서 김태균은 11일 SK와 홈 경기에 결장했다. 12일 롯데전에는 5번 타자로 출전, 한 타석만 나선 뒤 4회 대타로 교체됐다. 몸보다는 마음이 더 힘들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돌아온 13일 롯데전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도 "중심 타선이 적재적소에서 제 역을 해줬다"며 김태균의 활약에 기뻐했다.
김태균은 독수리 군단의 중심이다. 득점권 타율 6위(3할5푼3리)의 클러치 히터다. 한화의 5위 탈환을 위해서는 김태균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그가 주춤하면 한화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김태균은 중심타자로서 충분히 잘 하고 있다. 그러나 주장의 중책까지 맡아 자신의 경기는 물론 팀과 관련한 이런저런 얘기들과 참견에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연 야신의 한 마디가 김태균의 부활을 이끌 단초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