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그리고 전병헌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 60년 사진전 개막식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싸우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로 요동쳤던 새정치민주연합 내분이 문 대표와 중진의원들의 극적 합의로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 여진이 계속되며 진통은 계속되는 분위기지만 문 대표와 중진 간 합의가 이뤄진 만큼 당내 주류와 비주류 모두 오는 16일 중앙위 개최를 전제로 혁신안 통과 여부를 두고 화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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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표가 혁신안 통과에 대표직을 걸고 재신임 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9일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벌집 쑤셔놓은 것처럼 요동쳤다.
하지만 문 대표와 당내 중진들이 2차례 회동을 통해 13일부터 사흘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던 재신임 투표를 연기하고, 중앙위는 예정대로 16일에 개최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당 주류와 비주류의 강대강 충돌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잠정합의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중앙위를 무기한 연기하고 재신임 투표는 취소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문 대표는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며 중앙위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진들의 중재에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연기하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보이고, 중진들이 문 대표의 중앙위 진행을 사실상 승인한 그림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류와 비주류는, 중앙위 개최는 기정사실로 보고 혁신안 의결여부에 화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문 대표가 "혁신안이 거부당한다면 응당 책임지겠다"고 언급하며 혁신안 통과를 재신임의 1차 관문으로 거론했기 때문이다.
>>'재적 과반수 확보', '투표방식', '중앙위 의장' 등 줄줄이 변수
문재인 대표를 뒷받침하는 주류는 혁신안 통과에 사력을 다하고, 비주류는 변수가 많은 재신임 투표 대신 혁신안 부결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에서는 혁신안 통과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중앙위원 구성 절반 이상이 친노 등 주류이기 때문에 혁신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고, 문 대표와 극적 타결을 주도한 중진들 역시 혁신안 통과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러나 변수도 만만치 않다. 중앙위 의결 요건이 '재적 중앙위원 과반수 찬성', 즉 전체 중앙위원(576명) 중 288명 이상이 혁신안을 찬성해야 한다.
중앙위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질 288명 이상의 중앙위원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주류 측의 주장이다.
투표 방식도 또다른 변수다. 표결로 가더라도 기명투표인지 무기명투표인지에 따라 결과가 180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문 대표가 혁신안 통과에 대표직을 건 만큼 기명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다는 것은 당대표 재신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부담이 가볍지 않고, '혁신에 반대한다'는 부담 역시 져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비주류 인사들은 무기명 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비주류 그룹인 문병호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의결 방식을 무기명 투표로 진행할 것으로 중앙위 정식 안건으로 발의할 것"이라며 "무기명 투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앙위에서) 전원 퇴장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인사문제는 무기명(투표)으로 진행하도록 돼 있는데 혁신안 통과에 문 대표가 신임을 걸었기 때문에 혁신안 의결은 인사문제로 봐야하고, 공개 투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당 핵심관계자는 "이번 중앙위 의결은 인사문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며 "문 대표가 결단을 했다고 주장하는 주류에서는 무기명투표를 반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표방식을 최종 결정할 중앙위 의장을 누가 맡을 것인지도 중대한 변수 중 하나가 됐다.
당헌에는 중앙위가 열리면 의장과 부의장을 별도로 선출하도록 정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앙위는 김성곤 의원이 의장을 맡았고, 부의장은 인재근, 김용익 의원이 각각 맡았다.
이번 중앙위는 별도 선출이 없을 경우 김성곤 의원이 맡게 되지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 의원이 국감으로 출장 중이기 때문에 별도로 의장을 선출하거나 인재근 의원이 직무대행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주류와 비주류 어느 쪽의 승리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앙위에서 혁신안 통과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계속될 격돌은 전망이다.
우호 중앙위원 확보 등 '세(勢)동원' 움직임이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어느 한쪽이든 방아쇠를 당기면 양 측의 경쟁과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예정이어서 중앙위가 열리는 16일까지 당내 긴장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