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계파를 초월한 당내 중진의원들이 내놓은 중재안과 비주류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기로 했다.
비주류는 물론 범주류에서 모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재신임 여부와 상관없이 당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문재인 대표는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결정짓는 투표를 13일부터 사흘동안 진행하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당원 250만명 중 연락처가 확인된 15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ARS(자동응답전화)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각각 실시하고 어느 한 쪽에서도 불신임이 나오면 사퇴할 예정이다. 투표 결과는 16일 중앙위원회가 끝난 직후 공표할 예정이다.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재고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문 대표가 투표관리위원회를 꾸리는 등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자 비주류는 물론 범주류 의원들도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범주류로 분류되는 오영식 최고위원은 "대표의 거취 문제가 최고위원들과 상의조차 없이 이뤄진 상황이라면 과연 이 지도부가 정책운명공동체인지 아니면 들러리만 서는 것인지 매우 심각한 자괴감을 느낀다"며 "당의 최고 혁신은 통합이고 혁신은 통합이 토대가 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중앙위 개최와 재신임 투표를 재고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박지원 의원도 "최고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혁신안과 국민, 당원 어느 한쪽만 불신임해도 사퇴하겠다는 것은 결국 친문(親文)과 반문(反文)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방법의 결정은 당 공식기구에서 하는 것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구당구국(救黨救國)모임 일부 의원들과 비주류 그룹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적법한 심의와 결의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재신임절차는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무효"라며 "이를 강행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누구도 승복하지 않을 것이며, 당은 더욱 분열할 것이고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文 "'중앙위.재신임 연기' 중재안은 수용 불가"문 대표 등 주류와 비주류는 물론 범주류까지 갈등이 확대되자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과 정세균 전 대표 등 계파를 초월한 중진의원 17명은 이날 긴급 회동을 갖고 중재안 마련에 나섰다.
이날 회동에서는 중앙위 연기와 재신임 재고, 비상최고위원회 소집 등의 의견이 제시됐고, "재신임 투표는 국감 이후로 미루라"고 문 대표를 설득하기로 뜻을 모았다.
회동 이후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문 대표를 만나 중앙위와 재신임 투표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회동에는 최재성 총무본부장도 배석했다.
이날 회동은 2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양측은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문 대표는 예정대로 중앙위 소집과 재신임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회동에서 문 대표는 "재신임 시기는 추석전까지 연기할 수 있지만 중앙위 소집은 연기할 없다"고 말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은 전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문 대표는 재신임 연기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중앙위는 당무위 의결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중앙위 소집연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중진의원들의 요구사항은 중앙위 소집 연기와 재신임 투표 연기였기 때문에 아무런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동 직후 박병석 전 부의장도 기자들을 만나 "문 대표도 중진 의원들의 뜻을 잘 이해했고 우리도 문 대표 뜻을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의 초계파적인 중재 움직임과 비주류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는 당초 계획대로 재신임 투표를 고수할 예정이다.
문 대표 측은 "혁신안 통과와 국민여론조사, 전당원 투표 등 어느 한 가지도 문 대표에게 유리한 것이 없고 문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건 만큼 진정성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주류 일각에서 거론되는 조기 전당대회는 사실상 물러나라는 뜻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고, 문 대표가 대표직에 오른 뒤 상당 부분을 양보했는데 더 양보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 문 대표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비주류 의원들은 현 지도부가 당 중앙위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재신임 투표는 당내 계파 갈등 해소가 아니라 문 대표 지도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며 맞서고 있다.
범주류와 중진 의원들은 재신임 여부와 절차도 문 대표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위나 의원총회를 열어서 여론을 반영해야한다는 입장이어서 문 대표에 대한 재신임 여부와 무관하게 당내 갈등과 계파간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